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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도 없이 “청년·신혼집 10만개” 또 판치는 ‘표’퓰리즘 공약

중앙일보 2020.01.30 05:00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9일 '2020총선 공약발표식'에서 청년과 신혼부부를 상대로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9일 '2020총선 공약발표식'에서 청년과 신혼부부를 상대로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4·15 총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공약 경쟁이 불붙고 있다. 유권자 표심을 파고들 주요 이슈를 선점하고 정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성이 낮아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신혼부부용 주택 10만호 공급을 골자로 한 세번째 총선 공약을 29일 발표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전용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고 금융 지원을 더해 주거비 부담을 크게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사는 장소뿐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는 넓은 주거복지 정책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약 컨셉은 청년·맞춤형 

자넌 20일 30개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2호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이해찬 대표. [중앙포토]

자넌 20일 30개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2호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이해찬 대표. [중앙포토]

민주당의 총선 공약 콘셉트는 ‘청년’과 ‘맞춤형’이다. 지난 15일 발표한 1호 공약이 대표적이다. 2022년까지 전국에 무료 공공 와이파이(WiFi)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으로, 20·30대 청년층을 위한 ‘데빵(데이터 비용 0원)’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20일엔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위한 2호 공약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30개의 유니콘 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의 공약 키워드는 ‘반문(반문재인)’으로 요약된다. 현 정부의 실정을 적극 부각시킨다는 선거 전략에서다. 특히 경제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 폐기와 주택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와 상반되는 내용이다. 주택 공약의 경우 서울 도심과 신도시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고, 주택담보대출 기준은 완화하며,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반문 공약' 쏟아내는 한국당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대되는 '반문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와 부동산 규제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대되는 '반문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와 부동산 규제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연합뉴스]

한국당 2020 희망공약개발단은 “국민을 투기꾼으로 모는 정부에 맞서 한국당은 누구나 노력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검찰 개혁’도 한국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청와대·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과 달리 검찰 권한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이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를 내건 데 이어 29일엔 검찰총장 임기를 현행 2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한국당의 2020 희망공약개발단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권에 의해 노골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왼쪽),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29일 '최고임금법' 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왼쪽),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29일 '최고임금법' 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이날 3호 공약으로 '최고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살찐 고양이법’으로 불리는 최고임금제는 기관장·기업 CEO(최고경영자)·국회의원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정의당의 최고임금제는 국회의원의 경우 최저임금의 5배, 공공기관은 7배, 민간기업은 30배로 임금을 제한하는 형태다.
 
정의당은 “CJ제일제당 손경식 대표이사의 임금은 88억7천만원으로 최저임금의 469배,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은 70억3천만원으로 최저임금의 372배에 달한다. 건전한 시장경제 하의 정당한 임금 격차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약이라기보다 포퓰리즘" 

정치권에선 각 당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공약이 구체적인 예산 마련 방안과 시행 계획 없이 장밋빛 청사진 제시에 그친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공약인 ‘주택 10만호 공급’의 경우 보도자료에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고민을 해결하겠다” 등 구호는 많지만 관련 예산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공약 발표회에서 재원 마련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10만호 전체 다 공공주택이라 주택기금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체 재원을 통해 발주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주택 공약은 정부의 ‘부동산 때리기’에 뿔난 민심에 편승한 내용 위주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공약을 전부 실현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다기보단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발표하는 공약 대부분이 스마트(SMART) 평가지표로 따져봤을 때 0점에 가까운 포퓰리즘적 내용들 뿐”이라며 “정치인들조차 ‘어떻게 공약을 다 지키냐’는 마인드로 공약을 쏟아내면 결국 국민들이 공약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지표는 공약의 형식적 측면에서 ▶목표의 구체성(Specific) ▶측정가능성(Measurable) ▶달성가능성(Achievable) ▶적실성(Relevant) ▶시간계획성(Timed)을 판단하는 지표를 가리킨다.
용어사전 > 메니페스토 선거공약 SMART 평가지표
 구체성(Specific), 측정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적절성(Relevant), 시간적 가능성(Timed)을 5개 항목을 근거로 공약을 평가하는 지표.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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