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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자 모르는 감염 곧 생길 것…메르스 땐 없던 일”

중앙일보 2020.01.30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전병율 차의과대학원 교수는 ’우한 폐렴이 메르스보다 심각하다. 전담 치료 지역 거점 병원을 정부가 빨리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전병율 차의과대학원 교수는 ’우한 폐렴이 메르스보다 심각하다. 전담 치료 지역 거점 병원을 정부가 빨리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인가. 중국에 간 적 없는 환자가 일본과 독일에서 나왔다. 일본·독일에 온 중국인과 접촉한 뒤 병에 걸렸다. 이른바 ‘2차 감염’이다. 국내에서도 언제 2차 감염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은 어떻게 전개될까. 국민과 정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
최근 2주 새 우한서 온 3000명
호텔 협조받아 모두 추적 시급

희망적 시나리오가 올여름 종식
정부, 빨리 지역거점 병원 정해야

외국에서 2차 감염자가 나왔다.
“일본은 우한에서 온 관광객을 태웠던 관광버스 기사가 병에 걸렸다.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번졌을 때는 환자를 태웠던 버스·택시 기사가 옮지 않았다. 우한 폐렴이 메르스보다 훨씬 쉽게 감염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한 폐렴은 이제 곧 누구로부터 옮았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생활 속에서 옮는,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메르스 때는 없었던 일이다. 메르스보다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최근 2주 새 우한에서 3000여 명이 들어왔다고 한다. 확률상 이들 중에 환자가 없을 수 없다. 증상이 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증상이 없다가 나타난 사람도 있을 거다. 증상이 있는 이들이 반드시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추적해야 한다.”
 
중국인에 대해 어떻게 신고를 유도할 수 있나.
“정부가 전국 호텔에서 중국 여행객 명단을 받아 입국 비행기 편을 확인해야 한다. 우한에서 왔다면 호텔을 통해 ‘치료비를 전액 한국이 부담한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증상이 없던 중국인에게 옮았다. 증상은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타났다고 한다.
“무증상 감염인지 확실하지 않다. 실제는 독일에서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중국인 환자가 ‘나는 잘못이 없다’고 둘러대는 것일 수 있다. 더 지켜봐야 한다.”
 
중국에서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의 실상을 방송 화면으로만 본다. 진료 현장이 아비규환이라는 느낌이다. 격리 조치를 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할 기본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서비스가 환자에게 제공되지 않는 듯하다. 그러면서 증상이 심화해 사망에 이르는 것 아닌가 한다.”
 
지역사회 감염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초기 대처를 잘못한 것 아닌가.
“더 강력히 대처했다면, 증상이 있건 없건 우한에서 온 사람 모두를 시설에 격리하는 것 정도다. 그건 현실성이 없다.”
 
대통령은 처음에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했다가 이젠 ‘과하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대통령이 나서지 말고 미국처럼 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고서 대통령은 ‘나는 이 사람을 믿는다’고 하는 게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는 길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치권자가 직접 얘기한다. 그러다 틀리면 변명하고, 밑에 사람 문책하고….”
 
정부가 추가로 취할 조치는.
“신종플루·메르스 때처럼 빨리 지역 거점 병원을 지정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증상이 있으면 이리로 가라는 병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신속 진단 키트도 각 병원에 빨리 보급해야 한다.”
 
예방하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익히 알려진 대로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마스크를 하고, 기침은 휴지나 손수건에 하고,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는 거다.”
 
개학철을 맞아 휴교 요구가 나온다.
“그러면 더 안전할까. 학교는 안 보내도 학원은 보낼 거다. 우한 폐렴이 상당히 오래갈 텐데, 언제까지 휴교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번 사태가 얼마나 갈 것으로 보나.
“메르스는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 동안 새 환자가 안 나왔을 때 종식 선언을 했다. 그런데 중국에선 앞으로도 한참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올 거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가 올여름에 종식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전병율 교수
2009년 신종플루가 번졌을 때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었고, 이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보건산업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권혁주 논설위원, 기록=윤서아 인턴기자  kweon.hyuk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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