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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비통한 마음으로 미래당 떠난다” 신당 창당 시사

중앙일보 2020.01.30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안철수 전 의원이 29일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바른미래당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김경록 기자

총선 77일을 앞둔 29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손학규 발언 보며 당 재건 꿈 접어”
안철수계 7명 중 6명은 비례대표
탈당 땐 의원직 상실, 숙제 산적
미래당 당권파 9명 행보에 관심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보며 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전 “당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며 사실상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회사 오너가 최고경영자(CEO)에게 해고 통보한 듯 한다”며 이를 뿌리쳤다. 손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는 한 당 재건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인 셈이다.
 
안 전 대표는 당 현실에 대해 “참담하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재건 기반을 만들지 못하고 내홍과 질곡 속에 갇혀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며 “총선 예비후보자가 20명에 불과한 참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당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기성 정당의 틀과 기성정치 질서의 관성으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며 “증오와 분열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정치로 미래를 열고자 하는 저의 초심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들고자 한다. 설사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그 길이 옳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고 했다.
 
2012년 정치에 뛰어든 안 전 대표는 그간 세 번 창당했다. 새정치민주연합(2014년)·국민의당(2016년)·바른미래당(2018년)이다. 크겐 130석(새정치민주연합), 작아도 20석(바른미래당)의 정당이었다. 이번에 창당한다면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계 의원 7명이 참여한다. 권은희·김수민·김삼화·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이다. 이중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뿐이다. 비례대표는 탈당 시 의원직을 잃기에 안철수계가 탈당해 신당에 합류해도 의석수는 한 석이다. 총선에서 민중당·전진당에 이은 후순위 기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가 이날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라고 말한 여러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장 탈당할 것 같진 않다.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이 바른미래당 당적을 유지한 채 민주평화당 등으로 활동한 예가 있어서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장정숙 의원은 당적만 바른미래당일 뿐 현재 대안신당 원내대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동섭 의원은 “당장 오늘부터 신당 일원으로 활동하겠다”며 “신당에 합류할 중량감 있는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9인의 바른미래당 당권파(김관영·김동철·김성식·박주선·이찬열·임재훈·주승용·채이배·최도자)도 기로에 섰다. 김동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안 전 대표에게 기대했는데 독선적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며 “갈등을 조정하는 노력 없이 단 하루 만에 탈당을 선언했다”고 했다. “손학규·안철수 모두에게 실망했다”며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은 채이배 의원도 “(두 사람이) 양보하는 자세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당권파가 안철수 신당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한 당권파 의원은 “시급한 건 손 대표의 사퇴”라며 “안 전 대표가 행동으로 신뢰를 주면 힘을 합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신당은 현재 반문·비한(반문재인, 비자유한국당)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가까웠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에 이어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김영환 전 의원이 범보수 진영의 통합 논의 기구인 혁신통합추진위에 합류키로 하면서 안 전 대표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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