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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표준가격 도입해야 신뢰성”

중앙일보 2020.01.30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현실화라고 쓰고 인상이라고 읽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같은 각종 세금뿐 아니라 국민연금·건강보험료(지역 가입자 기준)까지 오른다. 부동산 공시가격 결정에는 감정평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국 땅값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가격을 감정평가사가 매긴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서 분양가를 결정할 때도 감정평가사가 정한 가격이 기초가 된다.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토지 보상금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김순구 감정평가사협회장 인터뷰
기준이 되는 아파트값 정해두고
개별 집값 매길때 참고하는 방식

민간택지 분양가, 신도시 보상가
확 낮아지지 않게 국토부와 논의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김순구 회장을 최근 만났다. 김 회장은 “일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나 토지 보상가는 확 낮아지고 공시가격은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시장에 충격이 크지 않도록 평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일문일답.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선 토지 감정가에 표준 건축비를 더한 금액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한다. 주변 시세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국토교통부와 새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전에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를 함께 봤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에선 개발 기대감이 포함된 주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공시지가와 건축물을 지을 때 드는 원가만 갖고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주변 아파트를 지을 때 원가가 얼마였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 자료를 어떻게 구하겠나. 더구나 원가 공개도 안 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분양가를 계산할 때 공시지가만 기준으로 삼으면 분양가가 많이 낮아질 것 같다.
“(분양가 인하는) 현 정부의 정책적 목표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게 치솟는 아파트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 아닌가.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너무 높아서 주변의 기존 아파트값까지 오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가 우려하듯 가격이 확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토부와 신중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
 
올해는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벌써 해당 지역 주민들이 많이 걱정한다. 보상 가격이 낮을 거라는 우려다. 사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그런 면이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신도시를 개발하지만 토지 보상은 그린벨트가 풀리기 전에 진행된다. 개발 기대감에 들뜬 주민들은 불만을 갖는다. 정부도 이 부분을 알고 있다.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을 감면하거나 이사비 제공 같은 지원을 한다. 이미 3기 신도시 주민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순조롭게 보상을 진행할 거다.”
 
공시가격에 대한 불신이 많다.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보나.
“공시가격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 현재 토지의 공시가격을 매길 때는 표준지와 개별지를 나눠서 한다. 아파트도 표준 부동산이 있어야 한다. 감정평가사들이 표준 부동산 가격을 평가하고 개별 부동산 가격을 매길 때 표준 가격을 참고하는 식이다. 세금이나 국민연금·건강보험도 표준 부동산을 기준으로 비율을 정하면 된다. 공시가격의 목적인 거래 질서 확립도 꾀할 수 있다. 지금은 집주인이 주변 거래 시세를 기준으로 내 부동산의 가격을 고민한다. 예컨대 1000가구 단지에서 1가구만 거래됐어도 그게 기준이 돼 버린다. 가격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표준 부동산 가격이 있으면 사는 사람도 덤터기 없이 원하는 부동산의 적정 가격을 알 수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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