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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한국인 9만명, 외국인 8000명···산천어 축제는 해도되나

중앙일보 2020.01.29 08:00
27일 개막한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군 화천읍에서 가족단위 방문객이 축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뉴스1]

27일 개막한 화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군 화천읍에서 가족단위 방문객이 축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뉴스1]

 
국내 겨울 축제의 대표격인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를 놓고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문자가 많은 대규모 행사 가운데 자칫 '2차 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네티즌 "학교 휴교도 검토하는 판에 축제라니"
화천군 "중국인 관광객 없다…질본 지침 따를 것"
질본 "아직 유행 단계 아니야…좀더 지켜봐야"

 
반면 주최 측은 "현재로선 행사 취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질본) 측은 "아직은 지역사회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 좀 더 추이를 지켜본 뒤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날만 8만명 넘게 몰린 국제행사

28일 산천어 축제를 주관하는 화천군청과 재단법인 나라에 따르면 축제 개막 첫날인 27일 하루만 총 8만 5000여명이 방문했다. 이중 8000여명은 외국인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시민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4명, 전국에 조사 대상 유증상자가 112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이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교의 개학 연기를 검토하고 졸업식 등 행사 축소를 권고했다는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학교도 휴학하려는 마당에 산천어 축제를 진행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cup9****)"축제는 괜찮고 졸업식은 위험한가"(bkhp**** )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화천군청 관계자는 이날 “아직은 축제를 취소하거나 관련 행사를 축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질본이나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지침이 내려오면 이를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화천 산천어축제 홈페이지 모습. 한 네티즌이 우한 폐렴에 대한 대책을 묻자 주최측은 질병관리본부 등의 추가 조치가 있으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페이지 캡쳐]

지난 23일 화천 산천어축제 홈페이지 모습. 한 네티즌이 우한 폐렴에 대한 대책을 묻자 주최측은 질병관리본부 등의 추가 조치가 있으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페이지 캡쳐]

전문가 "살얼음판같은 상황"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산천어 축제를 축소할만큼 심각하다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동시에 절대 방심할 수 없다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의 김탁 교수는 "아직 국내에서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국내 참가자만 있는 행사를 취소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발원지인 중국에서 온 방문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는 취소·축소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대전 문화동 충남대학교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28일 오후 대전 문화동 충남대학교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메르스 때는 지역사회 감염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한층 민감한 상황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1~2주 안에 어느 정도 퍼질 지 결론이 날 텐데, 중국을 거치지 않은 예상 밖의 감염자가 나오는 순간 '패닉'에 빠질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행사장에서 호흡기 증상 신고를 홍보하는 게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 야외 행사라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감염내과 A교수는 “행사장에서 발열체크를 통해 위험군을 거른다고 해도 기온이 낮은 야외에서는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수 있고, 행사장 외의 주변 공간을 방문하면서 전파 위험이 높아진다”며 “감염 관리를 위해서 제일 좋은 건 행사 자체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본 "지역사회 유행 없어, 좀 더 지켜볼 것"

개막일인 27일 오전 산천어축제장에서 방문객들이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막일인 27일 오전 산천어축제장에서 방문객들이 얼음낚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축제 취소 보다는 마스크 착용과 증상 신고 홍보 등을 철저히 할 때란 의견도 나왔다. 충남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인 권호장 단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마스크와 증상 신고 등 개별 홍보가 효과적이고, 2차 감염이 확인될 경우 즉각 중단을 하면 된다"며 "지금은 2차 감염이 없어 '과잉대응'보다 '적정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사이에선 축제 참가자 중 중국인이 많다는 점을 들어 걱정하기도 한다. 화천읍에 사는 김모(31)씨는 "행사장을 가니 중국어가 자주 들렸다. 지난해와 달리 버스로 오던 단체관광객은 없어진 것 같으나 개인 관광객은 여전히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천군 측은 "외국인 중 중국인은 거의 없고, 대만인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화천군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은 가이드가 출신국을 적는데 확인 결과 중국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27일 개인 참가자 681명도 외국인임을 확인하려 여권 등을 확인했는데, 개인 참가자를 합해도 중국인은 화천에 거주하는 중국동포 몇 명 뿐이었다"고 반박했다.
 
지역 축제의 취소나 축소 여부에 대해 질본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날 질본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진자 4명 모두 우한시에서 유입된 사례"라며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지역사회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인파가 많은 행사에 대한 방침은 좀 더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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