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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병원 단독 르포] 강남·일산 다닌 우한폐렴 세번째 환자, 댓글에 잠 못잔다

중앙일보 2020.01.29 05:06

명지병원 격리치료 현장 르포

28일 오후 5시 30분 국가지정 격리병상(음압병실)이 있는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5층. 권역응급의료센터 간호스테이션(의료진 구역)에 이 병원 박상준 호흡기내과 교수가 나타났다. 간호스테이션에서 10m 거리의 격리병상에 국내 세 번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환자 A씨(54)가 입원해 있다. 25일 의심환자 상태로 음압병실(외부와의 기압 차이로 병원체가 빠져나가지 못 하는 특수병실)에 들어와 26일 확진판정을 받았다.이 병원에는 12개의 음압병실이 있다.
 

간호사 하루 3번 음압격리병실 들어가
의료진 10명 3교대로 환자 상태 체크
환자 열 37.9도까지 치솟았다 내려와
잠 잘 못 자니 수면제 처방 등도 고려

박 교수의 진료가 시작됐다. 박 교수는 A씨의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간호스테이션에서 화상으로 진료했다. 취재진은 여기서 진료 현장을 지켜봤다. 박 교수가 수화기를 들자 환자가 응답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화면에 어렴풋이 환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을 식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28일 고양시 명지병원 격리음압병동에서 박상준 호흡기내과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전화 통화로 진료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28일 고양시 명지병원 격리음압병동에서 박상준 호흡기내과 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전화 통화로 진료하고 있다. 공성룡 기자

"오늘은 좀 어떠셨나요. 기침 가래가 좀 있으셨는데."(박 교수)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때만 잠깐 했습니다."(A씨)
"몸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잠이 잘 안오는 편입니다."
"지금은 몸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하시고. 뉴스 많이 보지 마시고 딴 거 보세요."
"예."
 
진료는 1분여만에 끝났다. 박 교수는 A씨 상태를 두고 "전날 고열 증세가 있어서 폐렴 치료를 시작했다. 지금은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고 말했다. "환자가 뉴스와 댓글을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걸로 보인다.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다. 수면제 처방 등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문진을 하면서 화면으로 A씨 모습을 확인했다. 이따금씩 옆에 놓인 CCTV 화면을 살펴봤다. 간호스테이션에 음압병실을 비추는 CCTV가 설치돼 있다. A씨는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와 항생제, 기침 가래 약을 처방받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지정된 간호사와 의료진 이외에 접근할 수 없다. 가족 면회도 철저히 제한된다. 그의 상태를 확인하는 의료진은 총 10명. 그 중 담당 교수와 전공의, 임상강사를 제외한 간호사만 7명이다. 이들은 낮(오전 7시~오후 2시30분)ㆍ저녁(오후 2시~10시30분)ㆍ밤(오후 10시~오전 7시 30분) 3교대하며 환자를 챙긴다. 박 교수는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 이렇게 A씨 경과를 살펴본다.
28일 오후 고양시 명지병원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갈아입고 있다. 공성룡 기자

28일 오후 고양시 명지병원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간호사들이 방호복을 갈아입고 있다. 공성룡 기자

입원 후 A씨는 37.2도의 미열을 유지했지만, 27일엔 37.9도까지 열이 치솟았다. 그나마 이날은 열이 다소 내린 상태였다. 그는 격리 병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뉴스 검색을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중국 우한시에서 들어온 뒤 서울 강남과 고양 일산 등지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호사는 하루 세 번 음압병실에 들어간다. 식사와 처방약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엄격히 제한된 장소인 만큼 병실ㆍ화장실 청소와 폐기물 멸균 작업까지 모두 간호사의 몫이다. 한번 들어가면 짧게는 1시간30분, 길게는 두 시간이 넘도록 답답한 방호 복장을 착용한 채 움직인다. 격리병동을 총괄하는 박미연 간호팀장은 "각종 보호장구를 두 겹, 세 겹으로 입어 철저하게 외부 감염을 막는다.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이 빠져나올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감염될 우려 없이 안심하고 진료에 매진한다"고 전했다.
28일 오후 고양시 명지병원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의료진이 입원한 환자를 위한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공성룡 기자

28일 오후 고양시 명지병원 국가지정 격리병상에서 의료진이 입원한 환자를 위한 도시락을 옮기고 있다. 공성룡 기자

명지병원 전체가 감염병 퇴치에 달라붙어있다. 명지병원은 2015년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2차 감염 없이 환자 5명을 완치한 바 있다. 그 후에도 매년 상ㆍ하반기에 모의 훈련을 진행하는 등 감염병 대응 시뮬레이션을 이어왔다. 감염병에 대비하는 ‘감염관리팀’이 주축이다. 메르스 상륙 1년 전부터 꾸려졌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이 직접 감염대응 총괄을 맡는다. 다른 의료진과 직원들도 함께 감염병 대비에 나선다. 병원 내 모든 부서와 의료진, 환자ㆍ보호자 등에 적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뉴얼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유, 소통 등을 위해서다.
 
이왕준 이사장은 "신종 감염병이 나왔기 때문에 입원 환자나 보호자, 지역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지만 걱정한 것보다는 혼란스럽지 않은 편이다. 메르스 학습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서 "감염병이 찾아와도 몇년이 지나면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지곤 한다. 하지만 잘한 건 살리고 잘못한 부분은 고쳐서 시스템을 미리 제대로 갖춰놔야 병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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