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확산 빠른 우한 폐렴…호흡기·눈점막이 침투 경로

중앙일보 2020.01.28 17:00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66)

요즘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8일 현재 4명의 확진자가 나와 비상이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심각해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가 걱정이다. 이름도 여러 가지다. 우한폐렴, 우한코로나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코로나 등. 여기서 우한은 폐렴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중국의 지명이고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우한 폐렴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변종

바이러스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자세히 아는 사람도 드물다. 바이러스는 미생물의 범주에 속하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 가장 크기가 작으며 하나의 학문 분야를 이룰 만큼 방대한 양의 자료와 정보가 나와 있다. 이번의 우한 폐렴바이러스는 수많은 감기바이러스 중 코로나바이러스과(Family Coronaviridae)에 속하는 것으로 변이에 의해 새로 생긴 변종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심각해 앞으로의 상황이 걱정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 붙은 면회 제한 안내문. [뉴스1]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증상도 심각해 앞으로의 상황이 걱정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입구에 붙은 면회 제한 안내문. [뉴스1]

 
코로나바이러스는 비교적 흔한 종류로 조류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포유류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우한바이러스도 동물(박쥐)을 숙주로 하던 것이 변종이 생겨 사람에게 옮겨진 것으로 추측된다. 얼마 전 유행한 사스(SARS)와 메르스(MERS)도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이들도 동물에서 유래됐다.
 
그럼 바이러스는 뭔가. 미생물에는 곰팡이, 효모, 세균, 바이러스가 있으나 앞의 세 종류는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증식하는 독립적인 단세포 생물이지만 바이러스의 경우는 이런 능력이 전혀 없고 오직 숙주세포 내에서만 생육 가능한 완전 기생성 생물이다. 크기는 불과 몇 십 나노미터에 불과하며 운동성도 없고 물질대사(영양성분의 이용)도 하지 않는, 혼자서는 생식능력도 없는, 생물 같지 않은 생물이다.
 
1나노미터(nm)가 백만분의 1mm이니 얼마나 작은 생물인지 짐작이 간다. 구조도 원통형에서 막대형까지 아주 다양하며 껍질은 몇 종류의 단백질(일부는 당이나 지질)로만 구성되어 있고 내부에는 DNA 혹은 RNA가 염색체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한때는 바이러스를 생물이 아닌 무생물로 분류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그러면 바이러스는 어떻게 증식이 가능할까? 미리 말하자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즉 숙주세포가 바이러스의 새끼를 대신 쳐주는 희한한 일을 벌인다. 바이러스가 일단 대상 동식물에 침입하면 감염된 세포가 수백, 수천 개의 자손 바이러스를 스스로 만들어 주고 자기는 죽으면서 바이러스의 새끼를 세포 밖으로 방출해 주는 요술 같은 현상을 벌인다. 방출된 바이러스는 다시 옆에 있는 세포에 감염해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며 자손 바이러스를 기하급수적으로 불린다.
 
결과적으로 숙주세포는 계속 죽어가면서 남의 자손을 불려주는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돼 숙주세포가 많이 죽으면 염증이 발생하고 개체(사람)도 온전치 못하고 생명을 다하는 운명에 처하게도 된다. 감기의 경우 기관지, 폐 등에 상처가 나면 세균에 의한 2차감염이 일어나 염증이 생기기도하고 정도가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한다. 폐렴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 기존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다.
 

치료약 없어 백신 생산까진 예방이 최선

감기는 치료가 되나? 바이러스 자체를 치료하는 약은 독감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발된 것이 없다. 감기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바이러스 질병은 치료약이 없어 숙주는 자기가 죽기 전에 면역기능을 작동해 항체를 생산해 바이러스를 자동 소멸시키든가, 아니면 미리 예방(백신)주사를 맞아 대상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두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일부 바이러스에는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있긴 하나 보편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감기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워낙 변종의 출현이 잦아 백신개발도 용의치 않다. 당연 이번 우한바이러스도 신종이라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종류가 확인됐으니 곧 개발될 것으로는 보인다.
 
지난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바이러스는 어디에 기생하나? 바이러스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이들은 ‘숙주역(宿主域)’에 따라 아주 다양하다. 숙주역이란 감염할 수 있는 대상의 생물을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는 수만 아니 수십 만 종류가 될지도 모르며, 거기다 계속 신종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수는 가늠이 안 될 정도다. 그러나 이들 바이러스는 자기가 감염할 수 있는 대상이 정해져 있어 아무 개체나 숙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동물, 식물 등 모든 종류에 각기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따로 있으며 심지어 미생물에게도 감염하는 종류가 있을 정도다. 식물에는 모자이크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며 담배, 감자, 무, 벼 등 모든 식물에 감염하는 종류가 존재한다. 식물이나 미생물에 감염하는 바이러스에도 종류가 많기는 하나 이들은 사람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감염되지도 않는다.
 
사람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도 셀 수 없이 많다. 천연두, 종두, 수두, 간염, 에이즈, 뇌염, 홍역, 감기 등 본 지면에 다 기재 할 수 없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숙주범위가 정해져 있는 게 일반적이나 예외로 사람과 동물에 동시에 감염되는 인수(人獸)공통 바이러스도 흔히 있다. 감기 바이러스를 제외한 여타 바이러스는 변종의 출현이 심하지 않아 한번 감염 경험이 있거나 예방백신 주사를 맞으면 재차 감염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는 주로 호흡기, 소화계, 비뇨계, 항문, 눈, 상처가 난 피부 등이다. 감염된 바이러스는 감염부위 뿐만 아니라 혈액이나 림프관을 통해 다른 부위로 이동해 전신으로 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서는 특정기관의 특정세포에만 제한적으로 감염되는 성질을 보이는 것이 많다. 예컨대 허피스(Herpes)바이러스는 입 언저리에, 간염바이러스는 간에, 대상포진은 신경에, 일반감기나 인플루엔자는 폐나 기관지에 감염하는 식이다.
 

마스크도 안심 못해...외출 자제해야

요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감기 바이러스는 종류가 수없이 많고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계속 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에 반복해 감염되면 감기를 달고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일반 감기의 경우는 그 종류뿐만 아니라 변종도 많이 생겨 백신(예방주사) 개발도 사전 대비도 어렵다. 다행히 일반 감기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사람이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위안이다. 그러나 이번의 우한 폐렴 바이러스는 지독한 놈으로 과거의 메르스나 사스와 같은 종류라 대응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바이러스는 동식물처럼 생명의 주체인 핵산으로 된 염색체를 갖고 있다. 대부분은 동식물처럼 DNA를 갖고 있으나 특정한 것은 RNA인 경우도 있다. 이번의 우한바이러스는 메르스, 사스와 같이 RNA바이러스에 속한다. RNA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보다 변종이 더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을 더 어렵게 한다.
 
 
바이러스질병에는 치료약이 없다 했다. 감기약이라고 하는 것은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부수적인 증상(열, 두통 등)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적 약재다. 즉, 항체가 만들어 질 때까지 버텨내게 해 주는 약이라고 보면 된다. 머리 아프면 진통제, 염증이 생기면(2차 감염) 항생제, 열나면 해열제 등 대증요법에 의존하게 된다. 약이 없으니 자연히 몸속에서 항체가 생길 때 까지를 견디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이 약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버텨내기가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면역응답에 의해 항체가 생길 때가지 7~10일 정도 걸린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감기 걸려 병원가면 7일 만에 낫고 집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일주일 만에 낫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더 오래 갈 수도 있다.
감기바이러스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발병 장소에 가지 않거나 보균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외출과 여행을 되도록 자제하고 손을 자주 씻자. [뉴스1]

감기바이러스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발병 장소에 가지 않거나 보균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외출과 여행을 되도록 자제하고 손을 자주 씻자. [뉴스1]

 
그럼 예방방법은 없나? 감기바이러스는 대부분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의 비말이 바이러스를 옮긴다. 비말은 작은 물방울이라 마스크 등을 하면 다소의 예방은 가능하다. 그러나 비말이 더 작게 쪼개지거나 공기에 실려 날아 올 때는 마스크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 공공장소에 가지 않거나 외출을 자제하고 손 등을 자주 씻는 것도 한 예방방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발병 장소에 가지 않거나 보균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는 여행을 자제하자. 이번 설 연휴에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 많을 테니 환자가 더 불어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세계 각처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다고 하니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어 불안하다.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이태호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필진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 시중에는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모든 식품이 약으로 변했다. 허위와 과대광고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량 부족의 전문가가 TV에 붙박이로 출연하면서 온갖 왜곡정보를 양산하고 소비자를 기만한다.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이 없고 그들의 말대로라면 질병에서 해방될 것 같은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들을 쇼닥터로 지칭하고 규제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이제 그 도를 넘겼다. 노후에 가장 관심사인 건강관리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시중의 잘못된 식품에 대한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