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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회사서 대체복무한 37세 남성···법원 "다시 입대하라"

중앙일보 2020.01.28 09:00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체복무제도 개선 관련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체복무제도 개선 관련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아버지가 실질적 대표이사인 군 지정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한 것은 병역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군 대체복무를 마친 A씨(37)가 서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재입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복무만료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기각한다고 28일 밝혔다.
 

父 실질적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로 전직해 군 복무 마쳐

 
2013년 2월 입대한 A씨는 한 군 지정업체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다 2014년 12월 타 연구소에 전직을 신청했다. 전직신청은 받아들여졌고 A씨는 해당 연구소에서 3년 중 남은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2016년 2월 전역했다. 전역한 지 2년이 지난 2018년 11월, A씨는 병무청으로부터 “현역으로 재입영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A씨가 대체복무를 마친 연구소를 A씨 부친이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구 병역법 제38조의2는 “군 지정업체 대표이사의 4촌 이내 혈족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문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으로 전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경찰청 특수수사단은 해당 연구소가 보안프로그램을 경찰청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수사에 착수했다가 A씨 부자의 병역법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 이에 병무청은 A씨에 대해 복무만료 처분을 취소하고 재입대를 통지했다. 다만 A씨가 36세 이상이 된 만큼, 사회복무요원 소집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집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낸 뒤 병무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 “父 등기상에도, 실질적으로도 대표이사 아니야”

 
A씨는 아버지가 해당 연구소의 실질적 대표이사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A씨는 “아버지는 건강상 등의 이유로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 아버지가 실질적 대표이사가 맞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병역법 위반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병역법에서 규정하는 ‘대표이사’는 법인 등기상 대표이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A씨는 “해당 법령에 실질적 대표이사도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법원 “복무태만 방지할 공익적 필요성 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전직을 하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병무청이 복무만료를 취소하자 진술을 뒤집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A씨가 “아버지가 실질적인 대표이사가 맞다”고 한 말이 허위진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자신의 아버지는 등기상 대표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병역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병역법의 ‘대표이사’는 법인등기부상의 형식적 대표이사만이 아니라 실질적 대표이사, 즉 실질적 경영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사기업의 경우 공기업이나 공공단체와 다르게 등기에 등재되어 있진 않지만 실제로는 경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병역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병역법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2019년 8월 23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토론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2019년 8월 23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 토론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특례적 성격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병역의무는 국가수호를 위해 전 국민에게 과해진 헌법상의 의무”라며 “전문연구요원제도가 적절히 운영되도록 엄격히 관리할 공익적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A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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