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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계를 관통하는 사회 정치적 현상이 된 BTS

중앙일보 2020.01.28 00:35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지영 세종대 교수, 『BTS예술혁명』 저자

이지영 세종대 교수, 『BTS예술혁명』 저자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에서 그룹 부문 본상을 받고,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투어를 매진시켰다. 트위터 팔로워 수 2360만명이 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슈퍼스타다.
 

BTS 학술대회 ‘아미 학자들’ 운집
“마음 움직여 변화 이끈 영성” 평가

이달 4~5일엔 런던 킹스턴대에서 BTS 국제 학제간 학술대회(Interdisciplinary Conference)까지 열렸다.30여개국에서 온 철학·문학·음악·미술·심리·경영·빅데이터·정치학 분야 등 아미(BTS 팬클럽) 학자 140명이 참석했다. 거의 모든 연구 분야에서 자발적 신청자로만 이뤄졌다. 기조 발제자로 참석한 필자는 BTS가 온라인 네트워크 위에서 펼쳐지는 예술 활동의 트랜스 미디어적인 측면 및 그것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적극적인 관객의 변화에 대해 강연했다.
 
인상적인 발표 중 하나는 하버드대의 성공회 교목이 자신이 왜 아미가 되었는가를 방탄의 메시지 및 영상들 속에 드러나는 영성을 통해 분석한 발표였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미국정치 전공)는 “BTS는 촛불혁명 시대의 밥 딜런” 이라며 그들에겐 현실 정치인들에게는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야기하는 힘인 ‘영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무슬림 아미들이 자신들의 신앙과 그들의 메시지를 결합하여 삶 속에서 받아들이는 방식, 흑인 아미들에게 방탄이 보여주는 다문화주의가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에 어떤 자긍심을 주는지, 백인 중심 사회에서 목소리를 억압당하는 아시아계 아미들에게 방탄의 존재는 그들의 삶에 존재하는 어떤 억압과 편견을 가시화하게 되었는지 등 다양한 사회 문화적 파장들을 볼 수 있었다.
 
아미 팬덤에 대한 연구 역시 다각도로 이뤄졌다. 경제학적 가치나 마케팅 관점에서의 소비자 분석을 넘어 종교학·인류학·교육학적 측면의 연구로 확장됐다.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는 사람들이 아미가 되면서 달라지는 가치 체계 및 삶의 방식 변화를 종교와의 유사성을 통해 구체화하기도 했다. 방탄이 보여주는 마초적이지 않은 새로운 남성성에 대한 젠더 연구,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과 BTS 뮤직비디오 이미지와의 유사성에 대한 미술학적 연구, BTS의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에 대한 음악학적 연구, BTS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한·일 역사의 문제를 다룬 역사학자까지 그 분야는 실로 다양했다.
 
BTS라는 아티스트의 존재를 그저 인기 많은 한국 아이돌 그룹 정도로 정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공론의 장이었다. 방탄은 전 세계를 관통하며 연결하는 사회 정치적 현상이자 예술 문화적 현상으로서, 이미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세계의 많은 대학에서 BTS에 대해 작성되고 있는 수많은 석·박사 논문들 및 연구논문의 숫자로도 확인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학회에 모인 아미 학자들이 지금까지의 지배적 담론이었던 서구-백인-남성-영어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을 당연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미 학자들의 모임이다 보니 분위기가 다른 학회와는 사뭇 달랐다. 나이·지역·성별·인종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없이 방탄이라는 아티스트를 매개로 모여 오랜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엔 식당에 모여 방탄의 골든디스크 어워드의 퍼포먼스를 보며 팬챈트를 하고, 폐회식 이후엔 뮤직비디오에 맞춰 춤추는 등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모두를 흥겹게 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연구 대부분은 서양의 남자 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하며 이뤄져 왔지만, 당신이 방탄에 대한 연구를 책으로 발표해줘서 이제는 모든 세션에서 당신의 연구가 인용되며 발표가 이뤄지고 있어요. 당신의 존재가 수많은 어린 아미 학자들을 키워낼 수 있어요.” 한 미국 아미의 소회다. 세상의 변화를 일깨워주는 말로 들렸다.
 
이지영 세종대 교수, 『BTS예술혁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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