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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입국자 전수조사 추진" 우한폐렴 대응수위 높였다

중앙일보 2020.01.27 18:24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발생지인)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전수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전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달라”고 했다가 야당으로부터 “한가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대응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급 참모, 국가안보실 1·2차장 등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2차 감염을 통해 (상황이) 악화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 조처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지시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전수 조사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전 10시 우한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차단됐고,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가 2주인 점을 감안하면 14~23일 입국자가 조사 대상(9~13일 입국자는 28일 기준으로 잠복기 2주가 이미 지남)이다. 그 기간 입국자가 약 2000명인데, 전국 보건소 인력을 동원해서 이들의 열과 건강상태를 확인하겠다는 게 대통령 지시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네 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국내 네 번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쓴 승객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또 “선제적이고 총력적인 조치를 위해 군 의료인력까지도 필요하면 투입하고, 군 시설까지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비하라”라고도 지시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에게 상황을 시시각각 전달해서 확산을 막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차원에서 이번 주중 열리기로 예정됐던 보건복지부 등의 부처 업무보고는 연기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주시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윤 수석은 27일 오찬과 관련해 “원래 수석, 보좌관들과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고, 식사하는 자리였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부분을 생략하고 (문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해서 여러 가지 말씀과 업무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관련해선 그런 조치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동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단계에서 WHO의 결정을 벗어나는 상황은 (우리 정부에서도) 아마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WHO는 지난 23일 긴급위원회를 개최하고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선포 여부를 논의했지만,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이 선포되면 WHO는 전염병이 발발한 국가에 출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혹시라도 더 큰 상황으로 번질지 모르기 때문에 청와대가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날 “야당 때는 매섭게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요구하고, 대통령이 되니 무책임·무사안일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청와대가 반박한 것이다.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앞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를 태우고 온 응급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시를 방문한 뒤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스1]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앞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를 태우고 온 응급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우한시를 방문한 뒤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전날 “국민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아 달라”는 수준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그러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미 눈앞의 현실이 된 우한 폐렴 앞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믿기 어려울 만큼 한가하다”고 비판했다. 김익환 새로운보수당 대변인도 “대통령의 말이 국민에게는 달나라 대통령의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리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와중에 이날 네 번째 확진 환자가 확인되면서 확산세가 빨라지자 문 대통령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며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당시 발생한 메르스 초동 대응 실패도 문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고강도 조치를 주문한 이유로 분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6일 만에 현장 방문을 해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메르스가 퍼져나간 6개월 동안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메르스 전파가 시작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피해 규모론 세계 2위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2015년 5월까지 40% 수준이었던 박 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메르스가 퍼진 6월 셋째 주 당시 최저 지지율이었던 29%까지 급락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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