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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펜션 알고도 40일 방치···동해 '6남매 비극'은 인재였다

중앙일보 2020.01.27 17:03
지난 25일 일가친척 7명 중 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명에게 전신화상을 입힌 강원도 동해시 다가구주택 가스폭발 현장의 모습. [뉴스1]

지난 25일 일가친척 7명 중 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명에게 전신화상을 입힌 강원도 동해시 다가구주택 가스폭발 현장의 모습. [뉴스1]

 
설날 가스폭발로 일가족 5명이 숨지는 등 9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 동해시 펜션 사고가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5일 가스 폭발 사고가 난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층 펜션은 201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관할 자치단체인 동해시에 펜션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였다. 

동해시, 펜션 불법 영업 알고도 40일 넘게 방치
뒤늦게 후속 조치 과정에서 사고 났다고 해명
전문가, "부탄가스 폭발로는 전신화상 어려워"

 
실제 건물의 건축물대장에 이 시설은 ‘근린생활시설 및 다가구 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펜션 업주가 신고하지 않고 건물 2층의 다가구주택을 불법 펜션으로 활용하면서 건축·위생·소방 등 점검에서 빠질 수 있었다. 사고 펜션은 버젓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불법 영업을 하는데도 보건복지부의 온라인 점검(2019년 10월)과 동해시의 인터넷 모니터링(2019년 11월)에도 적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해시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누수가 생긴 것”이라며 “불법 건축물 신고가 들어와야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해시가 해당 펜션이 불법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건 40여일이 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동해소방서는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당시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다. 하지만 건축주가 거부해 점검하지 못했다.
 
이후 동해소방서는 한 달 이상 지난 뒤인 지난해 12월 9일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다. 하지만 동해시는 불법 펜션 영업을 알고도 사고 전까지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 만약 소방당국과 자치단체가 불법 영업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제대로 된 점검을 하고 행정 절차를 밟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동해시 관계자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던 도중에 이번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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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감식반이 지난 26일 오전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한 펜션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뉴스1]

합동감식반이 지난 26일 오전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한 펜션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뉴스1]

 

가스시설 관리 소홀이 사고 피해 키웠나 

펜션 업주 등이 가스시설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사고를 키운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난 펜션 객실은 조리용 연료 시설을 가스레인지에서 전기시설인 인덕션으로 교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가스안전공사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지난 26일 감식을 한 결과 해당 객실에 현재 사용하지 않는 가스 배관이 남아있었다. 이 가스 배관은 인덕션 교체 전에 쓰던 것으로 가스를 사용하는 기기가 없음에도 철거되지 않았다. 더욱이 합동 감식과정에서 해당 객실 가스 배관에 막음 장치가 없는 것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폭발 당시 막음 장치가 터져 나가거나 녹아내린 것인지, 아니면 실수로 마감을 안 한 것인지 등은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가스업체 관계자들은 “막음 장치를 하면 인위적으로 빼지 않는 이상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 당시 1∼2분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이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LP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에 이은 휴대용 가스버너가 차례로 폭발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일부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하다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휴대용 가스버너 폭발만으로는 사망자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고 중상자도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폭발력을 설명하기에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부탄가스가 폭발하면 파편이 튀는 수준이지 전신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폭발로 사람들이 기절한 상태에서 방에 불까지 났으면 가능할 수 있지만, 부탄가스 폭발로 이 정도 피해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날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 펜션 피해 현장이 27일 오전 폴리스 라인으로 촘촘히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설날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 펜션 피해 현장이 27일 오전 폴리스 라인으로 촘촘히 가려져 있다. [연합뉴스]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사고 매년 반복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화재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가스 누출로 인한 폭발 화재사고는 2015년 146건에서 지난해 160건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역시 증가해 2015년 2명에서 지난해 7명이 가스폭발 사고로 숨졌다. 인명피해도 커 2015년 9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지난해엔 122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12월 강릉 펜션 사고 이후 정부는 전국 펜션의 가스 시설 안전점검을 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숙박업소와 농어촌 민박에도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가스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경우 경보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도 무허가 숙박시설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동해 펜션 가스 폭발 사고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가스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충북 청주에 있는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이모(66·여)씨가 이날 오후 숨졌다. 사고 당시 이씨와 함께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사촌 홍모(66ㆍ여ㆍ경기 의정부시)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해 펜션 폭발 사고는 지난 25일 오후 7시46분쯤 동해시 묵호진동의 2층 펜션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금까지 6명이 숨지고 1명이 전신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또 2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사고가 난 펜션 객실에는 총 7명이 묵었는데 이들 중 4명은 자매고, 2명은 남편, 나머지 1명은 사촌 등 일가친척 관계였다. 현재 사촌 1명을 남기고 모두 숨졌다.
 
동해=박진호·김민중·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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