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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휩쓴 빌리 아일리시…한국 최초로 무대 달군 BTS

중앙일보 2020.01.27 16:22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빌리 아일리시.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오른 빌리 아일리시. [AP=연합뉴스]

‘Z세대의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19)가 팝 역사를 새로 썼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연소 본상 4관왕에 오른 것. 지난해 발매한 첫 정규 앨범 ‘웬 위 올 폴 어슬립, 웨어 두 위 고?(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와 타이틀곡 ‘배드가이(bad guy)’로 올해의 레코드ㆍ앨범ㆍ노래는 물론 신인상까지 휩쓸었다. 주요 4개 부문을 모두 수상한 것은 1981년 ‘세일링’으로 데뷔한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이다. 
 

최연소 팝의 여제 탄생 6관왕 올라
Z세대 아이콘으로 세대교체 알려
릴 나스 엑스와 무대 선 방탄소년단
“내년엔 그래미 후보 오르는 게 목표”

2001년생인 빌리 아일리시는 최연소 본상 수상 기록도 갈아치웠다. 2010년 당시 21살로 올해의 앨범(‘피어리스’)을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기록을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최우수 팝 보컬 앨범과 최우수 엔지니어 앨범 등 후보에 오른 6개 부문에서 모두 트로피를 챙겼다.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23)과 함께 홈스쿨링을 통해 음악을 배운 두 사람이 홈 스튜디오에서 메가 히트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와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 두 사람은 집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한다. [AP=연합뉴스]

빌리 아일리시와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 두 사람은 집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한다. [AP=연합뉴스]

당초 이번 그래미는 빌리 아일리시와 리조(32)의 접전이 예상됐다. 지난해 빌보드 연간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음반 판매량은 빌리 아일리시가 앞서지만, 2017년 발표한 싱글 ‘트루스 허츠(Truth Hurts)’로 역주행에 성공한 리조의 반격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오버사이즈 체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풍성한 음악성을 자랑한 리조는 본상 4개를 포함해 올해 최다인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이날 3관왕에 오른 리조.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AP=연합뉴스]

이날 3관왕에 오른 리조.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AP=연합뉴스]

그래미는 빌리 아일리시가 가진 새로움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자살 충동, 기후 변화 등에 대해 쓴 곡들인데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라는 오코넬의 소감처럼 이 앨범에는 많은 것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얼핏 들으면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기반을 둔 신나는 음악 같지만, 스스로를 나쁜 남자라 칭하는 자기 혐오 가득한 노랫말이나 검은 눈물과 코피를 흘리며 노래하는 기괴한 뮤직비디오는 그 의미를 곱씹게 한다. 자신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을 거부하며 오버핏을 고집하는 패션 스타일 역시 화제를 모은다.
 
지난해 대폭 변화된 그래미 투표인단도 빌리 아일리시의 본상 석권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3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와 달리 1957년 설립된 전미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투표로 선정되는 그래미 수상자는 백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 시스템을 손질해 26%에 불과했던 여성 회원은 49%,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회원도 24%에서 41%로 끌어올렸다. 39세 이하 회원 역시 기존 29%에서 51%로 확대됐다.
 
릴 나스 엑스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AP=연합뉴스]

릴 나스 엑스와 함께 '올드 타운 로드'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AP=연합뉴스]

지난해 흑인 여성 최초로 진행을 맡은 얼리샤 키스는 2년 연속 사회를 보며 이 같은 변화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섬원 유 러브드’를 개사해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가수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우리는 BTS, 허, 루이스 카팔디에 사로잡혀 있지”라며 “로큰롤부터 K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시상자로 참석한 방탄소년단(BTS)은 올해는 한국 가수 최초로 퍼포머로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9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래퍼 릴 나스 엑스(21)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 특별 무대를 장식했다. 리더 RM이 ‘서울 타운 로드’ 리믹스 피처링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프로듀서 디플로, 컨트리 가수 빌리 레이 사이러스와 메이슨 램지 등과 함께 합동 무대를 꾸몄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시상을 하며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원하던 바가 이뤄져서 정말 기쁘다“고 무대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시상을 하며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원하던 바가 이뤄져서 정말 기쁘다“고 무대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앞서 AMAs와 BBMA에서 각각 3관왕, 2관왕에 올랐지만 그래미에서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RM은 공연 전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후보에 오르지 못해서 공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릴 나스 엑스 덕분에 무대에 서게 됐다”며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새 앨범과 투어다. 내년에는 그래미 후보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날 스페인 출신 가수 로살리아(27)가 그래미 최초로 비영어곡인 ‘말라멘테(Malamente)’ 공연을 펼쳐 향후 생겨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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