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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1곳당 14억 적자…등록금 동결 이후 최악 재정난

중앙일보 2020.01.27 15:03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10여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가운데 사립대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립대 1곳당 연 평균 12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서울 소재 대학마저 적자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공개한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보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 12년간(2007~2018년) 국내 사립대(4년제 및 전문대)의 운영수지를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연구 결과 2009년부터 시행된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운영수지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학당 운영수지는 2018년 -13.8억을 기록했다. 4년제대는 -17.7억, 전문대는 -9.1억으로 4년제대의 적자 폭이 더 컸다. 전문대는 2015년부터, 4년제대는 2016년부터 재정적자가 시작된 이후 적자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학이 등록금 등으로 얻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12년간 사립대 운영수지 추이 [한국교육개발원]

12년간 사립대 운영수지 추이 [한국교육개발원]

 

서울 소재 대학도 적자로 

지역별로는 지방 대학이 먼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재정결손이 처음 나타난 지역은 2012년 광주·세종·전남이었고, 2013년부터는 부산·경북·전북으로 확대됐다. 
 
서울 소재 대학들도 매년 운영수지가 나빠지다가 2018년에 처음 적자로 전환됐다. 누적 적자 규모는 대학 수가 많은 경기도, 학생 수 감소 타격을 먼저 받는 전라·경상권이 컸다. 연구진은 “대학들은 재정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2015년 이후 적립금을 인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예산은 2008년 5조7739억원에서 2017년 13조7642억원으로 10년 새 2.4배가 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학생들에게 주는 국가장학금이 4431억원에서 4조3346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에 실제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연구진은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실질 예산은 GDP 대비 0.5%로 낮아졌다”며 “대학에 직접 지원되는 예산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주요 국가의 학생 1인당 연간 고등교육 공교육비 [한국교육개발원]

주요 국가의 학생 1인당 연간 고등교육 공교육비 [한국교육개발원]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연간 고등교육 공교육비 규모는 1만486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만5556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3만165달러)의 3분의 1 수준이고 일본(1만9191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대학교육을 정부보다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우리나라는 국가 재정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만 대부분 초·중등교육에 할당돼있어 정부의 교육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록금과 관련해서는 “정부 제한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대학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등록금의 인상 억제를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의 어려움이 있지만 등록금 인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본 보고서 내용 중 수치 오류가 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기사 내용 중 2018년 사립대학 적자 규모는 -13.8억이며, 4년제 대학은 -17.7억, 전문대학은 -9.1억으로 수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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