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를 모십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둔 대기업 상장사 40곳이 사외이사 61명을 ‘억지 퇴임’ 시켜야 한다. 본지가 자산 기준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상장사 264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 3월 주총에서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곳은 4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새로 뽑아야 할 사외이사는 61명. 올 3월 임기 만료 기준으로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 이미 6년을 넘었거나, 6년에 1~3개월밖에 남지 않아 연임이 불가능한 곳이다. ‘사외이사 구인난’에 빠진 기업들에선 "똑같은 시기에 사외이사를 한꺼번에 바꿔야 한다"며 "현실을 모르는 정부 탓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불만이 높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6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 연임 불가
본지, 대기업 상장사 264곳 전수조사
40개 상장사가 3월에 61명 새로 뽑아야
재계, "사외이사 눈치싸움, 스와핑" 하소연

삼성SDI 사외이사 4명 전원 교체해야
당장 삼성SDI는 사외이사 4명을 모두 바꿔야 할 처지다. 2014년 3월부터 사외이사를 맡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재희 연세대 전기공학부 교수 등이 연임할 수 없다. 2011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은 김성재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도 마찬가지다. 삼성SDS는 박정호 고려대 전기공학부 교수 등 3명이 6년 제한에 걸린다. 카카오 역시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를 포함해 3명의 사외이사가 물러나야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기·KT·SK텔레콤 등 13곳, 2명 새로 뽑아야
재계, "사외이사 눈치싸움에 스와핑 얘기까지"
C 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개정안)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6년 후 바꾸면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D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사외이사가 이번 개정안을 놓고 ‘한국, 참 이상한 나라다’라며 혀를 차더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을 고객처럼 여겨도 모자랄 참에 현장을 모르고 규제만 남발한다”며 “기업에 대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의 내용이 불명한 것도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와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2015년 합병으로 소멸한 옛 삼성물산부터 올 1월까지 7년 11개월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두 사람은 1년간 더 사외이사를 맡을 수 있지만, 새 법인 기준으로는 2021년까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당 기관에 문의해 두 분의 임기가 2021년까지여서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무부, "6년 안돼 재선임되면 새 임기는 보장"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