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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감히 덤비지 못하게 하라" 아메리카 퍼스트 독해졌다

중앙일보 2020.01.27 11:32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에 지금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대선의 해인 2020년 미국의 움직임과 이에 맞서는 중국, 일본, 유럽의 대응 방향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우리 땅을 통치할 것이다. 이 순간부터 통치 비전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다.”

 
2017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국정철학으로 선언한 건 단지 미 국민을 향한 국내용이 아니었다. 세계를 향해 자유무역과 다자 국제기구라는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질서에서 스스로 결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2017년 1월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나 서로를 격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국의 대외정책이 '미국 우선주의'로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가디언 캡처]

2017년 1월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나 서로를 격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국의 대외정책이 '미국 우선주의'로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다. [사진제공=가디언 캡처]

 
원래 아메리카 퍼스트는 20세기 초 유럽 제국주의 열강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고립주의 운동의 구호였다. 국제주의자인 우드로 윌슨 대통령조차 1916년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1917년 윌슨의 1차 세계대전 참전과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완전히 사라졌던 고립주의를 트럼프가 100년 만에 되살린 셈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지난 3년 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폐기했으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의 볼모로 잡았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지만, 중국 대미 수출의 63%에 해당하는 품목에 평균 19.3%의 고율 관세가 남아있다. 더 무서운 건 미국의 동맹과 국제기구에 대한 이탈이었다. 트럼프는 2016년 3월 26일 대통령 당선 6개월 전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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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중동 등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며 뜯기지 않을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엔에 불균형적으로 돈을 대지만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고 채무국이다. 다시 부자가 되지 않으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
 
다행히 미국의 나토 탈퇴나 동아시아 철수 같은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정책에서 '거래적 접근'은 돈이 되지 않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선 탈퇴하는 대신 동맹을 상대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 미ㆍ일 무역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개정으로 이어졌다. 안보에서도 돈을 내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위협으로 민주주의 동맹 질서를 흔들고 있다.
 
보수주의 학자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학장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비전은 국제정치를 약육강식의 세상으로 보고 가차 없이 '거래적 접근'을 한다는 것”이라며 “그는 과거 미국적 가치는 거추장스럽고 국제기구와 국제법은 사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우려는 좌ㆍ우 양쪽에서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퇴각해야 한다는 새로운 합의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 성향을 넘어 구조적 조류로 장기간 미국 외교를 지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지도자 5명 신뢰도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세계 지도자 5명 신뢰도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이 세계 질서의 파괴자로 나서자 세계인의 미국의 리더십 평가는 곤두박질쳤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1월 초 공개한 세계 32개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문제에서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신뢰한다'는 응답은 29%, '신뢰하지 않는다'는 64%였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신뢰한다'가 64%였다. 주요 5개국 지도자와 비교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46%),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1%)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33%)에게도 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28%)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대외정책 중 유일하게 반대(36%) 보다 지지(41%)가 높았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대외정책 중 유일하게 반대(36%) 보다 지지(41%)가 높았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표 외교정책에 대한 세계 32개국 지지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트럼프 대표 외교정책에 대한 세계 32개국 지지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 같은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강한 거부감을 샀기 때문이다. 외국에 대한 관세 확대(68%), 파리 기후협약 탈퇴(66%),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60%), 이민 억제(55%),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52%)에 반대가 절반을 넘었다. 유일하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핵 협상 지지(41%)가 반대 의견(36%)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국제사회 주요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던 핵 합의(JCPOA)를 탈퇴한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국제사회 주요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던 핵 합의(JCPOA)를 탈퇴한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2020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을 걱정하지만, 워싱턴의 최대 걱정은 중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 기반인 중부 농촌 주(州)의 농산물 구매와 대중 무역적자 축소라는 눈앞의 이익을 신경 쓰지만 국가안보 전문가들에겐 중국과 21세기 강대국 패권 경쟁(Great Power Competition)에서 어떻게 승리하느냐가 과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 악시오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이 직면한 최대(No.1) 지정학적 도전”이라고 아예 공개적으로 밝혔다.그는 “미국은 중국과 같은 동급 경쟁자를 만나 본 일이 없다”며 “중국의 세계 무역과 경제를 지배하려는 국제적 야망과 명백한 목표 때문에 중국을 아주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우리는 중국을 포함해 누구도 감히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도전할 수 없을 만큼 충분히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창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던 양국 정상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창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던 양국 정상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당면 과제는 군사·안보적 패권의 토대가 되는 중국의 세계 최대 경제국 부상을 어떻게 저지하느냐다. 대응책에 대한 논의는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도록 하고, 국영기업 보조금을 철폐하게 해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하는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캐서린 힉스 전략국제연구소(CSIS) 수석부소장은 최근 ‘2020년 도전’ 행사에서 “수년 전엔 중국과 생산적 협력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디커플링(경제적 상호의존 탈피)'만 얘기한다”며 “과거 미ㆍ소 냉전 때처럼 미국 주도 경제와 중국 주도 경제체제로 갈라서는 것이 미국의 최종 목표인지, 또 그것이 가능한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는 대중 경제 전략으로 중국과 ‘부분적 결별’(Partial Disengagement)을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의 지정학적 패권 추구에 대한 방어 조치로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및 정보 유출은 물론 일정한 중국 상품·자본·인력의 미국 시장 접근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유럽ㆍ아시아의 선진공업국 동맹과 높은 수준의 다자 무역·투자 협정을 맺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국 등 비시장국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 "韓, 중국 의존도 낮춰야 제2 사드 보복 안 당한다"
 
애런 프리드버그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덜 취약해지기 위해선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 다른 선진공업국과는 무역투자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미 아시아정책연구소(NBR) 고문이며 2003~2005년 딕 체니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교수.[유튜브]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 교수.[유튜브]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중동 사태 악화나 북한과 군사적 대치 가능성도 우려할 이유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장 큰 도전은 중국의 패권 성장이다. 베이징은 점점 아시아와 더 넓은 세계 무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야심을 노골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전략 부재가 세계를 더 불안하게 만들지 않나.
나는 세계 많은 곳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불안정의 1차적 원인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러나 이 행정부가 중국은 물론 러시아·북한·이란 등 권위주의 세력의 잠재적 침략이나 강압 시도를 저지해 불안정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신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민주주의 동맹들과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미ㆍ중 ‘1단계 무역합의’로 패권 경쟁은 완화되지 않을까.
1단계 무역합의는 최근 미·중간의 훨씬 광범위한 전략적 경쟁에 별 영향을 주지 못 할 것이다. 이 경쟁은 더 큰 지정학적이고 이념적 힘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일정 정도 최근 수년간의 무역갈등은 두 강대국 사이의 커져가는 불신과 적대감이 원인이 돼 표출된 증상이었다. 무역·투자 문제도 이번 합의에선 대부분 미해결로 남아 있어 무역갈등도 완화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와 부분적 결별 전략이 한국에 주는 함의는.
한·중 경제관계가 미국과는 다르지만, 내가 주장한 일부 정책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3년 전 사드(THAAD) 보복 때와 같은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덜 취약해지는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선진공업국과 함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 기술 이전, 핵심 인프라에 대한 침투·파괴 등에 대한 보호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 중요한 소재 및 상품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 등 다른 아시아·유럽 선진공업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에겐 무역·투자 장벽을 낮추는 반면 기존 대중 정책은 재검토하는 것이 경제적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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