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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구속영장, 두 차례 모두 기각된 이유는…

중앙일보 2020.01.27 07:00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30)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30)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30)의 구속영장이 지난해 5월에 이어 지난 13일에도 기각됐다. ‘버닝썬’ 사건을 1차 수사한 경찰에 이어 이를 넘겨받은 검찰도 이씨에 대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두 차례 기각 모두 "혐의 다툼 여지"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소명되는 혐의 내용, 일부 혐의에 관한 관여 정도와 다툼의 여지, 수사 경과” 등을 이유로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한 이씨에 대한 구속 사유를 총체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법원은 지난해 5월엔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첫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첫 구속영장에는 적용하지 않았던 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는 성매매알선·업무상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식품위생법 위반까지 포함해 총 7개의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다.
가수 승리가 지난해 5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가수 승리가 지난해 5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성매매 알선·횡령 두고 영장심사서 공방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심사에서 검찰과 승리 측이 주로 공방을 벌인 건 성매매 알선과 특경법상 횡령 혐의다. 경찰은 이씨가 2015년 12월 일본인 사업가들이 방문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유흥업소 여성을 알선해주고 투자를 유치했다고 봤다. 반면 이씨는 영장심사에서 “성매매가 있었던 사실 자체를 알지 못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수사기관에서도 같은 진술을 했다.
 
당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씨를 보기 위해 방문한 일본인 사업가들과 유흥업소 여성들 사이의 성관계는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여성 알선 비용을 낸 건 이씨의 동업자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다. 유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승리는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씨 측은 영장심사에서 “성매매 사실을 사후에 알았다고 해도 투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성매매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입구. 지금은 영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입구. 지금은 영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이씨가 받는 혐의 중 구속의 당락을 가를 핵심 혐의는 5억원대 특경법상 횡령이었다. 액수가 커 입증이 될 경우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과 이씨 측은 클럽 ‘버닝썬’에서 승리 측에 2억6400만원이 왜 지급됐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고 한다. 버닝썬에서 ‘몽키뮤지엄 존’을 운영하면서 브랜드 사용료로 승리 측에 돈을 지급한 것이라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브랜드 사용료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주는 게 적정한지는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며 “실제 몽키뮤지엄이라는 이씨가 운영했던 가게 상호를 버닝썬에서 사용했다면 횡령 혐의가 명확히 인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일부 인정하지만 구속할 혐의 아니다"

송 부장판사는 두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소명되는 혐의 내용‘을 언급했다. 인정된다고 해도 구속할 정도의 혐의는 아니라는 뜻으로 보인다. 몽키뮤지엄을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구청에 신고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는 벌금형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일이 거의 없다. 회삿돈 1000만원가량을 직원의 변호사비로 사용한 혐의(횡령)도 액수가 작아 구속 사유가 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여러 차례 수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도 받는다. 다만 상습도박의 경우 초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씨 측은 영장심사에서 식품위생법 위반과 도박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구속까지 이어질 사안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호텔 카지노. [사진 C호텔 홈페이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C호텔 카지노. [사진 C호텔 홈페이지]

앞서 그룹 S.E.S 출신 슈(본명 유수영)는 7억9000만원대 원정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유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씨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도박 액수는 유씨보다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전관은 선임 안 한 승리 

승리는 여성의 나체 사진을 제3자에게 전송한 혐의로 성폭법이 적용돼 영장심사를 받았다. 앞서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해당 사진과 대화내용을 확인하고도 1차 구속영장 신청 때는 적용하지 않았던 혐의다. 이씨가 지인에게 보낸 여성의 나체 사진이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성폭법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승리가 돈을 들여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쓴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씨의 변호는 법원 출신이 아닌 경찰 출신의 손병호 변호사가 맡고 있다. 손 변호사는 영장심사에도 이씨와 함께 출석해 변론을 맡았다.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 지적도 

법조계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했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은 문재인 대통령의 ‘엄중 수사’ 지시와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수사했고, 검찰은 경찰에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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