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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저커버그만 있는게 아니다, 마흔 넘어 빛본 '중년 성공담'

중앙일보 2020.01.27 05:00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아이폰을 만든 고(故) 스티브 잡스, 수억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이들의 공통점은 20대 나이에 세계를 이끌어가는 기업을 일궈냈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는 20세에 MS를 세웠고 잡스는 21세에 애플컴퓨터를 만들었다. 저커버그는 20세부터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였다. 
 

미국 스타트업 창업자 평균 나이는 41.9세
성공 확률 50대가 30대보다 높아..경험의 힘
베라 왕, 스탠 리 등 중년 이후 성공담 조명

20대 '황금기'가 지나면 성공의 꿈을 접어야 하는 걸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No)'이다. 오히려 연륜이 있는 사업가가 창업 시 성공 확률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피에르 아주래이 교수 등이 발표한 ‘연령과 고성장 기업가정신’ 논문에 따르면 2007∼2014년 미국에서 1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창업가가 창업한 나이는 평균 41.9세였다. 성장률 상위 0.1%인 고성장 스타트업 창업가의 경우 평균 45세였다. 20~30대가 주축일 것으로 보이는 스타트업 창업자도 실제는 40대가 많았단 얘기다.
 
연령대가 높은 그룹은 창업 후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창업을 한 뒤 기업을 상장(IPO)시키거나 되팔아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Exit) 비율을 보면 50대 창업가가 30대 창업가보다 1.8배 높았다. 연구팀은 성공 비결을 '경험'에서 찾았다. 아주래이 교수는 "연령이 높은 창업가들은 사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했고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산업 분야가 아니더라도 예술·발명 등에서 늦깎이 출발을 했지만 결국 성공을 거둔 인물은 많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대기만성형' 인물 24인을 소개했다. 이 중 대표 인물 5명을 간추려 조명한다.  
 

①피겨스케이터→기자→사업가…40세에 패션 입문한 베라 왕   

베라 왕(70)은 마흔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공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그의 자산은 4억6000만 달러(5327억원)다. 그는 어린 시절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전미 선수권에 출전하지만, 대표로는 발탁되지 못했다. 그 후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퇴사, 랄프 로렌에서 디자인 디렉터를 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베라 왕'을 설립하게 된다.  
마흔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베라 왕[베라 왕 홈페이지]

마흔에 패션업계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베라 왕[베라 왕 홈페이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웨딩드레스가 된 계기는 단순하다. 자기 결혼 드레스를 찾다가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웨딩드레스를 제작하게 된 것. 베라 왕 드레스를 입은 유명인은 많다. 머라이어 캐리, 제니퍼 로페즈, 빅토리아 베컴 등 연예인들은 물론 정치인 자녀도 베라 왕을 선택했다.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도 결혼식에서 베라 왕의 드레스를 입었다. [인스타그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도 결혼식에서 베라 왕의 드레스를 입었다.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딸 첼시 클린턴은 정치에선 대척점에 서 있지만 둘 다 결혼식에서 베라 왕의 드레스를 입었다. 
 

②48세에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안도 모모후쿠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1910~2007) 닛신식품 창업자는 48세에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했다. 자서전『마법의 라면 발명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라면집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이들을 보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먹는 라면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자택 뒷마당에 지은 오두막에서 개발을 시작한 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고작 4시간. 1년 간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혼자서 연구를 계속했다. 시행착오 끝에 1958년 탄생한 인스턴트 봉지 라면은 인기를 끌었다. 1971년 그는 세계 최초의 컵라면도 발명했다. 
인스턴트라면의 아버지 안도 모모후쿠 [라면 뮤지엄 홈페이지]

인스턴트라면의 아버지 안도 모모후쿠 [라면 뮤지엄 홈페이지]

인스턴트라면 탄생 60주년이던 2018년 기준, 그의 발명품은 전 세계에서 연 1000억개(2018년 기준·세계 인스턴트라면 협회)가 판매됐다. 라면의 창시자답게 안도 모모후쿠는 타계 하루 전날까지도 닛신식품 직원들과 라면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의 좌우명은 '먹을 것이 넉넉해야 세상이 평화롭다'는 '식족세평(食足世平)'이었다.

안도 모모후쿠의 업적을 기리는 인스턴트라면 뮤지엄 [트위터]

안도 모모후쿠의 업적을 기리는 인스턴트라면 뮤지엄 [트위터]

③53세에 신사업…맥도날드 공동 창업자 레이 크록   

믹서기 판매원이던 레이 크록(1902~1984)은 1954년 맛있는 햄버거를 팔고 있는 맥도날드 형제를 만난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빨리 나오고, 저렴한 데다 가격 대비 품질도 좋았다. 햄버거가 잘 팔리는 덕에 덩달아 밀크 셰이크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레이 크록 [맥도날드 공식홈페이지]

레이 크록 [맥도날드 공식홈페이지]

“믹서기 6개 말고 8개를 갖다 달라”는 주문을 받은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의 사업이 더 잘 될 거라고 직감했다. 밀려드는 손님들을 보고 크록은 "각 도로변에 식당을 열면 성공할 것"이라고 형제를 설득해 사업을 프랜차이즈화했다. 주위에선 50대에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그를 말렸지만 1년 뒤인 1955년, 레이 크록은 시카고에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1호점을 열었다. 그는 직접 매장에 출근해 꼼꼼히 관리에 나섰다.   
 
그의 사망(1984년) 즈음 맥도날드 체인점은 미국 전역에 7500곳의 점포를 두고 31개국에 지점을 오픈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렸다. 1983년 맥도날드 전체 매출은 80억 달러 이상이었으며 그의 개인 재산은 6억 달러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 간판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에 간판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④늦은 출발은 없다…60대에 창업한 KFC 할아버지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 로고 속 '하얀 양복 할아버지'로 유명한 커넬 샌더스(1890~1980)는 62세에 KFC를 창업했다. 
[KFC 홈페이지]

[KFC 홈페이지]

그는 반세기 넘게 불운·실패와 싸워야 했다. 주유소로 돈을 좀 버는가 싶던 차에 1929년 대공황으로 손님이 끊기면서 사업이 망했다. 재기를 위해 차린 카페는 1939년 화재로 전소했다. 60대에 그가 손에 쥔 재산은 사회 보장금과 트럭뿐이었다. 
 
절망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트럭에 요리도구를 싣고 각지를 돌아다녔다. 1000번 넘게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요리법으로 만든 치킨을 파는 조건으로 치킨 1조각당 $0.04의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맺는다. 그렇게 탄생한 KFC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의 사망 당시 KFC는 세계 48개국에 6000여 개의 매장을 두고 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사진 KFC 홈페이지]

[사진 KFC 홈페이지]

⑤마블 코믹스의 아버지 스탠 리도 '늦깎이' 

스탠 리(1922~2018)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가이자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전 명예 회장이다. 스파이더맨·엑스맨·아이언맨·헐크·캡틴 아메리카 등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을 단독 혹은 공동으로 창조했다. 그는 어시스턴트에서 시작해 편집장을 거쳐 사장까지 됐다.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 스탠 리 [EPA=연합뉴스]

마블 코믹스의 아버지 스탠 리 [EPA=연합뉴스]

그렇다고 그가 20대부터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군 복무로 시간을 보냈고, 다시 펜을 잡은 뒤에도 사장이 시켜 내키지 않는 호러·서부극 만화를 그려야 했다. 만화를 포기하려던 스탠 리를 격려한 건 그의 아내 조앤 리였다. "마지막이라면 당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쓰라"는 권유에 시작한 작품이 '판타스틱4'였다. 그의 나이 39세였다. 스탠 리가 그려낸 히어로 캐릭터는 영화화됐고 대성공을 거둔다.  
 
마블시리즈 22편은 한국에서만 1억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약 1조43억원을 벌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마블 시리즈 영화는 지난해에만 세계적으로 50억 달러(5조8350억원)가 넘는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다.  
스탠 리를 애도하는 팬. [EPA=연합뉴스]

스탠 리를 애도하는 팬. [EPA=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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