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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론] ‘3P’의 공포와 한국경제 위기 경보

중앙일보 2020.01.27 00:04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2019년 한국경제는 2.0% 성장에 그쳐 힘들었다. 2020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지난해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했던 해 였지만, 올해도 본격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망 2020
보호주의, 포퓰리즘, 정치 장애
구조개혁을 착실하게 추진해야

민간 일자리 침체, 조세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의 정체, 늘어난 가계 빚 이자 등으로 민간소비 여력이 미약하다. 미뤄졌던 설비투자 일부가 실행돼도 기업 심리가 위축된 데다 건설투자의 조정국면이 이어지면서 투자 활력 복원은 제한적일 것 같다. 지난해 두 자릿수로 감소한 수출은 천수답처럼 반도체 수요와 유가 회복을 고대하는 실정이다.
 
올해 한국경제는 지난해처럼 확장 재정, 정확히 말해 미래세대의 부담 앞당겨 쓰기에 기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민간의 3배나 됐다. 예산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2배 넘게 웃돌고, 조기 집행 가속화에 이은 추경 연례화로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은 재정주도성장으로 변질했다.
 
물론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풍향은 세계 경제 흐름에 좌우된다. 그런데 이는 경기요인일 뿐이다. 경기 등락은 순환하며, 머지않아 저점에 이를 것이다. 한국경제가 위태로운 건 구조적 요인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인적 역량 답보, 제조업 비교우위 희석, 서비스산업 낙후, 노동시장 이중구조, 느슨한 사회기강 등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 대응, 곧 구조개혁을 착실히 추진하면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퇴임 후 특권까지 내려놓고 총대를 멘 연금개혁이 그 본보기다.
 
안타깝게도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최대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구조개혁을 이끌어야 할 위정자들이다. 기득권이 재편되는 구조개혁엔 반발이 따르므로 눈앞 선거에 집착한 위정자들이 외면하기 일쑤다. 초보 단계의 차량공유 서비스조차 좌초된 게 한 예다. 이처럼 압축 성장기에 형성된 낡은 제도와 규범 손질이 지체되니, 신산업의 태동이 어렵다.
 
구조개혁은커녕 표심만 의식한 ‘구조 개악’도 적지 않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대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가 그런 예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조국 일가’의 돌발 스캔들을 둘러싼 여론 무마에 휘둘리기도 했다. 자사고·특목고가 사라지면 가난한 지방 외고생이 수능 만점을 받은 대견한 사례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총론은 그럴듯한데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각론이 빈약한 정책도 허다하다. 한국 특유의 도덕 지향성과 위정척사(衛正斥邪)류의 교조주의가 빚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탓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대학 강사 처우 개선과 분양가 상한제 등은 반면교사다. 경세방략(Statecraft)까지 천착해야 구조개혁을 연착륙시킬 수 있다.
 
미국 예일대 스티븐 로치 교수는 세계 경제가 2020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행을 담보할 ‘실속(失速) 속도’에도 못 미치는 실물경제, 장기간에 걸친 완화적 통화정책, 자산가격 거품 등으로 체력이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위기를 촉발할 불쏘시개로는 3P, 즉 자국 보호주의(Protectionism), 인기 영합주의(Populism)와 정치 장애(Political dysfunction)를 손꼽았다.
 
3P의 공포는 한국 현실에도 꼭 들어맞는 얘기다. 부쩍 기승을 부리는 포퓰리즘과 소집단 이기주의, 관용과 절제의 협치 대신 당리당략의 정쟁에 따른 경제 오염과 왜곡을 줄여야 한다. 파산했지만 기초체력은 괜찮았던 1997년 외환위기와 달리 자칫 잠재력마저 바닥나 회생이 어려운 ‘펀더멘털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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