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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부모를 치매 자식이 돌본다…일본 ‘초노노간병’시대

중앙일보 2020.01.26 13: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43)

올해 75세인 K씨는 98세의 어머니를 자택에서 돌보고 있다. 어머니의 간병등급은 4급으로 케어매니저의 간병계획에 따라 방문간병 서비스를 받고 있다. 모친을 간병하는 상황에서 K씨는 건강검진 결과 암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서둘러 수술을 권유했지만 K씨는 거부했다. 자신의 암 수술보다 간병 중인 어머니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K씨의 개인 상황을 알고 있던 어머니의 재택 의사는 재택요양 후방지원병원에 연락해 K씨가 암 수술을 받는 동안 어머니를 입원시키도록 했다. 재택요양 지원병원이란 재택의료와 간병을 받는 환자와 그 가족이 안심하고 집에서 쉴 수 있도록 재택 의사가 지원하는 의료기관이다. 환자와 돌보는 가족에게 어떤 건강문제가 발생하면 환자를 입원시키는 의료지원 시스템이다.
 
이제 초고령사회에서 간병자의 연령은 더 높아졌다. 간병하는 사람도 간병받는 사람도 75세 이상의 "초노노간병" 시대가 되었다. [사진 Pixabay]

이제 초고령사회에서 간병자의 연령은 더 높아졌다. 간병하는 사람도 간병받는 사람도 75세 이상의 "초노노간병" 시대가 되었다. [사진 Pixabay]

 
현재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K씨와 같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고령자를 간병하고 있는 노노간병은 일상화했다. 고령의 아내가 남편을 간병하거나 65세 이상의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간병하는 등 그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집에서 간병하고 있는 세대의 54.7%가 노노간병 상태에 있다.
 
이제 초고령사회에서 간병자의 연령은 더 높아졌다. 간병하는 사람도 간병받는 사람도 75세 이상의 ‘초노노간병’시대가 되었다. 75세 이상의 고령자가 75세 이상의 고령자를 돌보는 초노노간병 세대는 30.2%이고, 그 비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82세의 남성이 78세의 부인을 자택에서 돌보거나 86세의 여성이 치매에 걸린 95세의 자매를 간병하는 등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초노노간병 사회로 접어들었다.
 
 
초노노간병 상태가 되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를 치매에 걸린 자식이 돌보는 ‘인인(認認)간병’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인인간병이란 일본어로 치매를 뜻하는 인지증(認知症)의 첫 글자 ‘인’을 따서 부르는 것이다. 노노간병 중에서도 고령의 치매 환자가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상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령이 될수록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 간병인의 육체적 부담은 증가한다. 고령의 간병인이 하루 대부분을 간병에 소비하는 사례도 많다. 정신적 학대에 시달리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간병으로 인해 정신적 부담이 커지고, 그 스트레스가 간병을 받는 사람에 대한 학대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고령자가 고령자를 간병하고 있으면 육체적·정신적 한계가 오고, 간병인 본인도 제3자의 지원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다. 결국 간병을 하는 사람과 간병을 받는 사람이 함께 무너지는 상황에 이른다. 간병하는 사람이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독하게 노노간병을 하는 사람은 인인간병에 빠지기 쉽다.
 
아직 인인간병의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간단히 계산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85세의 고령자가 치매에 걸린 확률이 40% 이상이라면 부부가 85세 이상이면 두 사람 모두 치매에 걸릴 확률은 16%(0.4% X 0.4%)다. 또한 80세 이상의 부부라면(치매확률 20%) 부부 모두 치매에 걸릴 확률은 4%(0.2% X 0.2%)다. 단순한 계산보다 실제로 치매에 걸릴 사람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노간병 세대에서 한 명이 치매에 걸리면 간병하는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상을 보내면서 두 사람 모두 치매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고령자가 고령자를 간병하고 있으면 육체적ㆍ정신적 한계가 오고, 간병인 본인도 제3자의 지원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다. 결국 간병을 하는 사람과 간병을 받는 사람이 함께 무너지는 상황에 이른다. [사진 Pixabay]

고령자가 고령자를 간병하고 있으면 육체적ㆍ정신적 한계가 오고, 간병인 본인도 제3자의 지원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다. 결국 간병을 하는 사람과 간병을 받는 사람이 함께 무너지는 상황에 이른다. [사진 Pixabay]

 
이렇게 매년 늘어나는 인인간병은 문제가 많다. 인인간병에 이르면 매우 위험하고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치매로 인해 기억장애가 발생하고, 간병인이 판단력과 인식력이 떨어지면 식사와 배설 등 필요한 간병을 했는지 잘 모른다. 치매로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자신도 모르게 저영양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체력이 쇠퇴하고 있는 고령자에게 저영양 상태는 매우 위험하다.
 
가족의 수도광열비 등의 기본적인 지출관리를 잊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해나가기 어렵다. 금전관리 능력이 떨어지면 사기의 표적이 된다. 허술한 불 단속으로 인한 화재, 배회 중의 사고도 걱정거리다. 치매에 걸린 간병인은 자신의 간병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경우도 많아 더 큰 사건과 사고로 이어진다. 치매 상태의 간병인이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할 수 없는 채 가해자가 된다.
 
대개 이웃 주민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모르면 특별한 감시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회 교류가 줄어들면서 치매상태는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독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노노간병 증가하는 이유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대체로 10년 전후다. 누구나 평균적으로 10년 전후 간병상태에 있을 수 있다. 부모의 간병이 시작될 때 50대 자녀가 간병을 계속하는 동안 60세를 넘고, 노노간병에 돌입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시설을 이용하려고 해도 환자가 비교적 체력이 있다면 입소 대기를 해야 하고, 대기 중에 노노간병 상황에 들어서게 된다.
 
독립해서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우자에게 간병을 받기 때문에 노노간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려 하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제3자에게 도움을 받지 않는다. 간병은 가족의 입욕과 배설 등 매우 섬세한 영역까지 돌보기 때문에 제3자에게 맡기기를 꺼린다.
 
금전적 여유가 없거나 생활보호를 받고 있는 경우도 노노간병에 빠지기 쉽다. 간병상태의 고령자가 시설에 들어갈 돈이 없으면 자택간병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자택간병도 설비를 갖추는데 비용이 든다. 방문형 간병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비용이 든다. 금전적 이유로 간병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간병이 필요하지만 간병시설과 집에서 적절한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간병난민’도 하나의 사회문제다. 간병이 필요하지만 집과 병원, 간병시설에서도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을 간병난민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간병난민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이 되면 800만명의 단카이 세대가 75세를 넘고, 65세 이상의 인구가 30%에 이르고, 20%가 7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카이 세대가 65세를 넘어 간병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간병인정자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간병인정자 수는 2000년 218만명이었지만, 2019년 7월 659만명으로 과거 20년간 무려 3배가 늘어났다.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면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비교적 요금이 싼 특별양호노인홈의 입소 대기자는 2017년 전국에 약 36만명에 이른다. 앞으로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간병난민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병은 간병상태에 있는 사람의 케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늘어나는 간병수요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간병하는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보장할지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 [사진 Pixabay]

간병은 간병상태에 있는 사람의 케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늘어나는 간병수요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간병하는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보장할지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 [사진 Pixabay]

 
늘어나는 간병수요 대책으로 일본 정부는 시설간병에서 재택간병으로 대체하고 있다. 즉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구축해 재택간병과 간병예방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간병상태의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 측면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주거와 의료, 간병, 그 예방, 생활지원 등을 지역에서 일괄해 제공하는 체제다. 간병상태에 있는 고령자가 살기 익숙한 장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인구구조를 보면 앞으로 고령세대가 대폭 늘어나면서 고령세대의 3분의 2가 독신 또는 부부만의 세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끼리의 노노간병과 인인간병 문제는 중대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간병은 간병상태에 있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병하는 사람의 생활을 어떻게 보장할지 종합적인 관점을 가지고 정책을 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민간 치매서포터를 현재 880만명에서 12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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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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