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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싸워라, 우린 지분 늘린다…반도건설·카카오 '한진 진격' 왜

중앙일보 2020.01.25 12:0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연합뉴스]

'남매 전쟁'. 재계 13위인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치고받는 세(勢) 대결을 비유하는 말이다. 두 남매는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에 여념이 없다. 조 회장의 재선임이 달린 주주총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와서다. 그 전쟁터 한복판에 주요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와 델타항공, 반도건설, 카카오까지 얽히고 설켰다. 이들을 향한 두 남매의 구애(?)로 지배구조 셈법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진정한 우군과 적군을 구분하기도, 연합전인지 각개전투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가족 간 불협화음, 언제부터?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서막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권 승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 조양호 전 회장이 세상을 떴다. 장례 후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내부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 전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민법상 상속 비율에 따라 가족에게 상속됐다.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로 세 남매 지분율엔 별 차이가 없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지분도 비슷한데 왜 조 회장이 그룹을 경영하느냐"는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남매의 난'과 '모자의 난'이 연이어 터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가 아버지 유훈과 다르게 회사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가족 간 불협화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재계에선 11월 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은 물론 그의 측근까지 배제된 게 갈등 폭발의 발단이 됐다고 봤다. 이뿐 아니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제동 건에 대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얘기하던 중 크게 말다툼을 벌였다. 자신의 편을 들지 않지 않았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진그룹지배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진그룹지배구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너흰 싸워라, 우린 지분 늘린다

한진가가 집안싸움을 벌이는 동안 총수 일가 외 주요 주주는 한진칼 지분을 야금야금 늘려갔다. 건설업계 13위인 반도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계열사인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6.28%에서 8.28%로 늘렸고, 경영 참여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애초엔 '승마광'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지낸 고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으로 주식을 산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입장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많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토지 개발 등 관련 사업에 주주로서 참여하려는 속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작년 말 한진칼 지분 1%가량을 매입하며 참전했다. 카카오 측은 "대한항공과의 사업 협력을 위해 주식을 샀다"며 "경영권 참여 의지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카카오는 플랫폼·멤버십·콘텐츠 등 분야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3월 주총, 조원태 연임 둘러싼 표대결

관심은 3월 주총 때 벌어질 표 다툼으로 쏠린다. 이때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한다. 지난해 주총 참석률은 77%였다. 조 회장 입장에선 38~39%의 지분을 갖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여기에 특수관계인(4.15%)과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10%), 카카오(1%) 지분을 합쳐도 21.67%에 그친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우호지분 31.98%를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KCGI(17.29%), 반도건설(8.28%, 의결권 유효 기준 8.2%)과 3자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조 회장 입장에선 우군을 끌어들여 세를 불려야 하는 상황이다. 어머니 이명희 고문(5.31%)과 여동생 조현민 전무(6.47%)가 힘을 실어주면 총 33.45%의 지분으로, 조 전 부사장 측을 근소하게 앞서게 된다. 그러나 최근 집안싸움을 고려할 때 이들이 조 회장 편을 들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인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관계자가 석태수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관계자가 석태수 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 편이냐 네 편이냐? 그것도 아니면?

KCGI와 반도건설, 카카오 등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여전히 '물음표'다. 단일 최대주주인 KCGI는 최근 조 회장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대한항공 임직원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 "전근대적 행태를 펼치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묵과하지 않겠다"며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등 갑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면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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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CGI 등이 당장 한쪽 편에 붙기보다는 양쪽을 저울질하며 '어떤 선택을 해야 기업가치가 오를지'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각자 속내와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연합 구도로 갈지 안 갈지도 알 수 없다"며 "3월 주총까진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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