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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수 브랜드] 年 2000만개 팔린다···박태준 왜 구두약에 '말표'를 붙였나

중앙일보 2020.01.25 10:00
90년대 말표구두약 구두방. [사진 말표산업]

90년대 말표구두약 구두방. [사진 말표산업]

 누구나 한 번쯤은 써봤을, 누구나 신발장 안에 한 개쯤은 두고 있을 만한 물건. 말표구두약이다. 회사에도 운동화를 신고 가는 세태에 지금은 ‘추억의 제품’ 대접을 받고 있긴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여전히 연간 2000여만개가 팔리는 슈퍼 밀리언셀러다. 말표구두약이란 상표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작품이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사연이며, 그 많은 동물 중 왜 하필 말이었을까. 
 

23.말표구두약

말표구두약 [사진 말표산업]

말표구두약 [사진 말표산업]

 

軍 식료품 납품으로 박태준과 인연 

 말표구두약을 생산하는 말표산업의 출발점은 음식이었다. 1955년 창업주인 고(故) 정두화 회장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차린 ‘태양사’가 그 시작이다. 당시 군목으로 있던 동생에게서 군인들의 먹거리 상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듬해 콩나물과 두부, 빵, 고춧가루 등을 군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당시 25사단 참모장이던 박 회장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박 회장은 정 회장의 정직함과 성실함을 높이 사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박 회장 평전 등에 군에 톱밥 고춧가루를 납품한 비리 업자를 내쫓고 정직한 납품업자로 바꿨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일화 속 정직한 납품업자가 바로 정 회장이라고 한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남양주시 덕소리에 이전한 70년대 태양사 전경. [사진 말표산업]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남양주시 덕소리에 이전한 70년대 태양사 전경. [사진 말표산업]

 정 회장이 군에 부식을 납품하게 되면서 눈여겨본 건 전투화였다. 미군은 보급받은 구두약으로 전투화를 관리했지만, 한국군은 구두약이 없어 신발이 금방 헐거워지고 꿰매도 물이 들어차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정 회장은 “제대로 된 국산 구두약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기술 보유자가 없었다.  
1992년 10월 인천에 설립한 말표산업 남동공단 개관식에 참석한 창업주 고 정두화 회장. [사진 말표산업]

1992년 10월 인천에 설립한 말표산업 남동공단 개관식에 참석한 창업주 고 정두화 회장. [사진 말표산업]

 

“말가죽 구두가 최고”

1992년 공장을 인천으로 이전하면서 말표산업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이 공장은 2016년까지 가동한 뒤 김포시에 신축했다. [사진 말표산업]

1992년 공장을 인천으로 이전하면서 말표산업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이 공장은 2016년까지 가동한 뒤 김포시에 신축했다. [사진 말표산업]

 그러다 박 회장이 일본 특사로 파견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정 회장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비서실장이던 박 회장에게 “구두약 기술을 들여오고 싶다”고 부탁했다. 박 회장이 소개한 일본 구두약 제조업체와 기술 제휴를 맺고 67년 말표구두약을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말표 구두약’ 이란 제품명은 탄생에 공헌한 박 회장이 직접 지어줬다. 당시에는 말가죽 구두를 최고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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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표구두약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출시 몇 년 만에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 74년 시작한 군납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구두약은 출시된 초기 몇 년을 제외하고는 광고도 전혀 하지 않았다. “광고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후엔 꾸준히 기술개발과 함께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경기도 남양주로 공장을 이전(1978년)하면서 자동차·가정·건물관리용 왁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왁스류 매출이 구두약과 비슷한 수준이다. 88년엔 구두약과 자동차 왁스에 대해 국내 최초로 품질인증 마크인 ‘KS마크’를 획득하고 액체구두약도 개발했다.  
 

사업 다각화로 세계 시장 진출 

1995년 중국단둥 합작투자회사 설립 당시 2대 회장 정연수 회장. [사진 말표산업]

1995년 중국단둥 합작투자회사 설립 당시 2대 회장 정연수 회장. [사진 말표산업]

 회사 이름이 태양사에서 말표산업으로 바뀐 건 92년 들어서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연수 회장은 인천으로 회사를 이전하면서 회사명을 바꿨다. 중국 단둥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세제 업체인 존슨다이버시와 업무를 제휴하기도 했다.

 
 이제 3대 경영자인 정홍교 대표이사가 이끄는 말표산업은 수출 확대와 새로운 사업 개척으로 연간 매출 약 100억원을 올리고 있다. 구두약은 미국과 일본, 몽골, 베트남 등에 계속 수출하고 있고 광택제를 비롯해 코팅제, 각종 생활용품 총 200 여종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엔 화장품 브랜드 ‘2VEE’를 런칭해 월트디즈니와 코스메틱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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