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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명’ 전통주 소믈리에 됐다…무도 정준하 ‘인생 무한도전’

중앙일보 2020.01.25 05:00

“전통주가 이렇게나 훌륭한데 모르고 있었다는 게 안타까웠고, 이 맛을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방송인 정준하가 지난 16일 다양한 전통주들과 함께 누웠다. 그가 운영중인 식당에서는 약 50여 종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술이 있다는걸 몰랐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 그는 우리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방송인 정준하가 지난 16일 다양한 전통주들과 함께 누웠다. 그가 운영중인 식당에서는 약 50여 종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술이 있다는걸 몰랐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 그는 우리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전통주 소믈리에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17세기 중반 장씨 부인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에는 150여 가지의 음식 조리법이 나온다. 이 중 50여 가지가 술 빚는 방법이다. 김치 담그는 법이 집집마다 다른 것처럼 술 빚기는 '가양주'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계승됐다. 이러한 가양주 문화는 일본강점기와 6.25 전쟁 이후의 양곡관리법을 거치면서 말살되었고 지역을 대표하는 몇몇 술들만 남게 되었다.
 
방송인 정준하(48)는 지난 2018년 3월 종영한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종영 이후로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방송에서만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뿐 뮤지컬과 전통주 홍보 분야에서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반년 넘게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무대에 섰고 개인 사업을 하며 1년에 6명만 선발하는 ‘전통주 소믈리에’로의 변신도 시도했다.
 
정준하는 앉은 자리에서 소주 10병도 거뜬히 해치울 정도로 연예계에서 소문난 주당이다. 술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10년 전 어느 날 ‘전통주’라는 세 글자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했다.  
“한·중·일의 전통주를 비교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봤어요. 중국의 마오타이가 어떻게 명주가 되었는지, 일본의 사케는 왜 세계적인 술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전통주는 순곡주 제조 금지령 등을 통해 많은 술이 사라지고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중국과 일본 술에서는 ‘명’을, 우리 술은 ‘암’을 보았습니다” 이전까지 좋다는 술은 많이 마셔봤던 그였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좋은 술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당장 마트로 달려갔다고 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채 구석에 자리한 전통주를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저조차도 ‘막걸리가 전통주 아냐?’, ‘호리병에 들었을 것 같고’, ‘뭔가 촌스러운 느낌’이라고 생각했을 때니까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막걸리, 약주, 증류주 등 많은 전통주를 마시며 그런 편견부터 깨졌다고 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몰랐을까 싶었습니다”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할 때라 전통주를 소개하는 기획안도 만들어 돌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뿐이었다. “편성, 광고, 재방송이 힘들어 다들 난색을 보이더군요”
정준하가 찾아가는 양조장 홍보대사로 지난해 충남 논산의 좋은술 양조장을 찾아 다양한 술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대동여주도]

정준하가 찾아가는 양조장 홍보대사로 지난해 충남 논산의 좋은술 양조장을 찾아 다양한 술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대동여주도]

 
그러던 차에 지난 2017년 음식점을 준비하면서 전통주 전문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갈비와 꼬치가 주메뉴인데 잘 어울리는 전통주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초기엔 100여 종의 전통주를 선보였고 현재는 약 50여 종을 내고 있다. 물론 본인이 다 마셔보고 평가해서 선정한 술들이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생긴 공백기는 전통주에 더 매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손님들에게 직접 서빙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전통주는 내어주며 좋은 점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오더라고요. 우연히 전통주 소믈리에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8년 취득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장진영 기자

지난 2018년 취득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장진영 기자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전통주 소믈리에는 우리 술을 전문적으로 구매, 저장, 관리하는 서비스를 담당하며 소비자에게 추천도 하는 전문가로 1년에 6명만 선발한다. 국내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우리 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한 전문가들이다.  
 
지난해 12월 전통주 홍보대사의 공을 인정받아 농촌 진흥사업 발전 공로상을 수상했다. [사진 정준하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12월 전통주 홍보대사의 공을 인정받아 농촌 진흥사업 발전 공로상을 수상했다. [사진 정준하 인스타그램 캡처]

술 좀 마셔봤다는 그였지만 시험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필기와 실기시험을 거쳐 선발하는데 실기시험은 막걸리·약주·증류주가 15종씩 출제되어 그중에 한 가지를 맛보고 맞춰야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된다. “원래도 술을 많이 마셨지만, 시험을 준비하면서 더 많이 맛보아야만 했죠. 항목별로 15종씩을 테이스팅해야 했으니 아마 100병 넘게 마셔봤을 거예요” 테이스팅은 그저 들이켜는 게 아니라 농도, 풍미, 탁도 등을 분석하며 음미해야 한다. “머릿속에 술 지도를 그리는 겁니다. 입안이 얼얼해지도록 마시고 뱉고 하면서 술을 외웠어요. 심지어 시험 보는 날 아침까지 마셨을 정도로요” 1년의 기간을 준비했고 2018년 11월 당당히 전통주 소믈리에로 선발됐다.
 
정준하가 지낸해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방문해 화이트와인 품종인 청포도를 만져보고 있다. [사진 대동여주도]

정준하가 지낸해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방문해 화이트와인 품종인 청포도를 만져보고 있다. [사진 대동여주도]

이후 뮤지컬을 병행하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전국 우수 양조장을 선정해 생산·관광·체험까지 연계해 소개하는 사업이에요. 전국에 총 38곳이 선정되었고 술 빚기와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홍보대사로 양조장을 찾았다. 얼마 전엔 동료 뮤지컬 배우들을 이끌고 제주도 고소리술 양조장을 찾기도 했다.
 
그는 전통주를 처음 접해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뿌듯함과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희철이(가수 김희철)가 우리 식당 단골입니다. 첫 모금부터 감탄을 연발하더라고요. 무한도전 같이했던 세호랑 세형이도 자주 오는데 다음날 뒤끝 없다고 좋아합니다. 얼마 전엔 배우 조인성씨와 남주혁씨가 스태프들과 함께 방문해 증류주의 매력을 느끼고 갔죠”  
 
지난해 12월 진행한 한국 와인 갈라쇼 행사에는 총 14종의 한국 생산 과실 와인들과 뮤지컬 배우들의 무대를 함께 선보였다. [사진 정준하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12월 진행한 한국 와인 갈라쇼 행사에는 총 14종의 한국 생산 과실 와인들과 뮤지컬 배우들의 무대를 함께 선보였다. [사진 정준하 인스타그램 캡처]

그리고 이 모든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축구선수 나카타는 은퇴 후에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 사케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뜨거운 건 물론이고요. 제가 그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 알려진 사람이 사명감을 가지고 홍보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전통주와 문화를 접목한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그가 출연했던 뮤지컬 출연진과 함께 한국 와인 14종을 홍보하는 갈라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가을에는 찾아가는 양조장 행사로 지역 양조장에서 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행사를 만들고 보고 싶다고도 했다. “가을밤 달빛 아래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듣는 음악.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지 않나요?” 10년간 준비했던 전통주 관련 방송 기획안도 결실을 보았다. 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오는 3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상반기 중에 방영될 계획이다.  
정준하는 최근 한국 와인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셔보며 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했다. 다른 술을 잘 알아야 우리술 발전에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에 소믈리에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정준하는 최근 한국 와인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셔보며 한국 와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했다. 다른 술을 잘 알아야 우리술 발전에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에 소믈리에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일반 소믈리에 자격증 도전, 전통주 소개 유튜브 채널, 전통주 칵테일바 오픈 등의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좋은 술과 좋은 문화를 함께 즐겼으면 합니다. 아직도 과음하는 문화가 많잖아요? 전통주는 천천히 음미하기에 좋은 술들이 많습니다. 우선은 전통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고, 좋은 문화가 더해졌을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책을 보면서 막걸리 한 잔, 음악을 들으며 전통 소주 한 잔. 어떠세요?”  
 

전통주 소믈리에 정준하가 추천하는 설에 어울리는 전통주 5종

전통주 소믈리에 정준하가 추천하는 설에 함께 즐기기 좋은 정통주. 왼쪽부터 청수, 감사, 풍정사계 춘, 제주오메기 맑은술, 복순도가 막걸리. 장진영 기자

전통주 소믈리에 정준하가 추천하는 설에 함께 즐기기 좋은 정통주. 왼쪽부터 청수, 감사, 풍정사계 춘, 제주오메기 맑은술, 복순도가 막걸리. 장진영 기자

 
청수 - 국산 포도 품종 '청수'로 만든 화이트 와인. 이 와인에 대해 정준하는 "국산 와인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풍부한 과일 향과 싱그러운 맛이 특징이다.  
감사 - 경기도 쌀로 만든 약주로 깔끔한 맛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감사한 마음을 담아 친지들과 나누기 좋은 이유로 추천했다.
풍정사계 - 풍정사계는 춘·하·추·동 4가지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특별히 '춘'을 추천했다. 풍정사계춘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에서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오메기 맑은술 - 첨가물 없이 건강한 술로 산미가 있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추천했다.
복순도가 막걸리 - 일명 샴페인 막걸리. 천연 탄산의 목 넘김이 부드럽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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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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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