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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에 연지, 한국어로 ”사랑해요“···원조 친한파 ‘초난강’ 떴다

중앙일보 2020.01.25 05:00
'초난강' 이름으로 발매했던 '정말 사랑해요' 앨범 속 사진. [중앙포토]

'초난강' 이름으로 발매했던 '정말 사랑해요' 앨범 속 사진. [중앙포토]

 
‘초난강’을 기억하시는지. 볼에 핑크 연지를 바르고 어색한 한국어로 “정말 사랑해요”라고 노래하던 일본 가수 쿠사나기 츠요시(草なぎ剛ㆍ46) 얘기다. 한국 데뷔명인 ‘초난강’ 이름 석 자는 일본 이름의 한자를 한국어식으로 읽은 것. 인기 방송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에도 초대됐을 정도로 한국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았다.  
 
한국 내에선 그의 음악성보다 화제성이 도드라진 측면이 있지만, 일본에서 그는 사실 최고 수준의 인기를 누렸던 국민 그룹 스맙(SMAP)의 멤버였다. 단순히 한국이 좋아서 한국 데뷔까지 강행한 일본의 ‘원조 친한파’다.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 중 열린 ‘일본 국민과의 대화’의 진행자로 나서기도 했다. KBS와 일본 TBS에서 공동 방영한 이 프로그램에서 쿠사나기는 매끄러운 한국어를 선보여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샀다.  
 
노무현 대통령과 2003년 악수하는 쿠사나기 츠요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쿠사나기가 사회자로 나섰다. [유튜브 캡처]

노무현 대통령과 2003년 악수하는 쿠사나기 츠요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 쿠사나기가 사회자로 나섰다. [유튜브 캡처]

 
그런 그였지만 2016년 SMAP 해체 후엔 잠시 활동이 주춤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맹활약을 펼치고 있어 일본 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반일에 이어 일본 내 ‘혐한(嫌韓)’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와중에도 그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건 친한(親韓) 콘텐트라 더 이목을 끈다.  
 
 
그는 지난해 말엔 일본 NHK의 간판 아침 프로그램인 ‘아사이치’에도 메인 게스트로 초대 받았다. 한국으로 따지면 ‘아침마당’ 격의 프로그램으로, 일본 내에서도 전국적 인지도와 두각을 드러내는 활동이 없으면 나오기 힘든 프로그램에 속한다. 지난 13일자로 발간된 아사히(朝日)신문의 주간지 아에라(AERA)에선 표지모델로 기용됐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3일 현재 98만 9000명이 넘는다. 11일부터는 주연배우로 연극무대에도 서고 있고,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에선 ‘트랜스젠더 엄마’라는 역할에도 도전했다. SMAP 해체 후 솔로로 나선 뒤 맞이한 제2의 전성기라 할만하다.  
 
일본 내에서 ‘한류 전도사’격으로 통하는 그는 NHK에 나와서도 한국 음식을 만든 유튜브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등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유튜브에서 그는 “요즘엔 한국에 갈 계기가 별로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한국 음식인 비빔밥을 직접 만든다. 한국어로 대사를 하며 일본어 자막을 붙이는 것도 다반사. 그의 유튜브 계정엔 한국어로 ‘형님 사랑해요’라는 댓글도 종종 달린다.  
 
SMAP 멤버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쿠사나기 츠요시다. [중앙포토]

SMAP 멤버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쿠사나기 츠요시다. [중앙포토]

 
유튜브엔 코믹한 요소들도 많지만, 연극무대에선 심각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팔색조 매력도 선보인다. 그가 무대에 올리고 있는 건 유명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아르투로 우이의 흥륭(원제 Der Aufstieg des Arturo Ui)’이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를 희화화한 작품이다.  
 
그런 그도 SMAP 해체 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아에라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연극 대본을 받아들었을 땐 전혀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며 “솔직히 지금도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느낌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출발에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고. “이제 나는 사실 아저씨인데도 신인 같은 느낌으로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다”며 “모르는 것이 많을수록 내가 몰랐던 새로운 문이 열려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지금까지 해왔던 것 중엔 ‘실패작이었어’라는 느낌이 더 많고, 유튜브도 사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가능성과 자유로움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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