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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국가가 세금 떼일 염려 없게 한다···이게 연말정산의 숨은 뜻

중앙일보 2020.01.25 00:03
친절한 세금 계산은 안정적 세수 확보 목적… 신용카드 공제로 결제 트렌드에 변화 주기도
 

윤나겸의 절세 플랫폼

이제 ‘13월의 월급’, ‘보너스’라고 불리는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왔다. 인터넷에 연말정산이라고 치면 어마어마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나 전산의 발달로 국세청에서는 친절하게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1년 동안 내가 사용한 내역이 모두 상세하게 적혀 있다. 국세청은 이를 다 꿰뚫어 보고 있지만 각 회사의 회계 담당자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자발적으로 신고하라는 것이다.
 
근로소득자 대부분은 연말정산에 목숨 아닌 목숨을 건다. 연말정산 할 때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거나 보완하지 않으면 3월달 월급은 반토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연말정산 내용은 종이 한 장에 표시된다. 이름하여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에 말이다. 여기에는 굉장히 많은 내용들이 반영돼 있다. 회계나 세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흰 종이에 까만 글씨뿐인 이 숫자들의 향연에서 투명유리지갑인 직장인은 자신의 소득을 지켜내야 한다. 어떤 혜택이 있고, 얼마나 세금을 줄일 수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자영업자 소득 잡은 월급쟁이 신용카드 공제

연말정산의 목적은 무엇일까? 직장인이 월급을 매달 받아갈 때 직장인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물론 비율은 다르지만) 월급에서 세금을 징수한다. 직장인은 안다. 연봉과 세후 소득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실제 본인이 벌어들인 소득에 연말정산을 하고 나면 지난 1년간 냈어야 할 세금이 나온다. 이 금액과 직장인들이 매달 납부한 원천세라는 세금 12개월치를 합산한 금액을 비교해서 많이 냈으면 돌려받고 적게 냈으면 추가로 납부하는 것이다.
 
누가 돌려받고 누가 납부 할까? 사실 평범한 직장인 대부분은 ‘환급’이라는 항목을 통해서 돌려받는다. 그래서 13월의 월급이라는 명칭이 생겨난 것이다. 반면 고소득자는 세금을 내야 한다. 연말정산의 혜택에는 대부분 한도라는 게 있어서 고소득자인 싱글은 부양가족이 있는 직장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엔 평범한 직장인이 많을까, 고소득자가 많을까? 평범한 직장인이 매달 낸 세금은 세수로 잘 모여져 1년 동안 국가 운영자금으로 쓰이고, 1년에 한 번 정산을 통해 미리 땡겨간 차익을 다시 돌려주는 제도! 이쯤 되면 연말정산의 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개인이 매달 월급을 받고 세금까지 계산하면 복잡하기 때문에 월급을 주는 회사에서 이를 친절하게 계산해서 세금을 제하고 월급을 준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한다면 국가는 세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친절하게 세금을 계산해주는 간편함 이면에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의 얼굴이 있다.
 
몇 년 전이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세수를 조금 더 늘려보려고 연말정산 방법을 변경했다. 소득에서 공제를 해주는 방식에서 세액에서 공제를 해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변경하니 전년 대비 실제 부담하는 세금이 더 늘어나게 돼 직장인의 반발이 심했다. 이후 세액공제 혜택을 추가로 해주면서 현재의 연말정산 계산구조가 완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듯 직장인의 세금을 더 징수하겠다는 급진적인 정책은 반발을 심하게 가져온다.
 
현재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연말정산을 하는 직장인만 혜택을 받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은 많이 쓰지 않았다. 주로 현금거래를 하다 보니 사업자가 매출을 적게 신고하고, 국세청이 보기에 세금을 징수하고 싶은데 방법은 없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직장인의 연말정산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매출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소비를 근거로 삼자는 아이디어! 이어 직장인들이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쓰면 세금 혜택을 준다는 당근을 제안했고, 직장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사업자들의 매출은 현금신고보다는 카드신고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사업자들의 매출은 투명하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현금을 쓰는 게 이상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소액도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사용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 정부는 직장인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 더 이상 혜택을 주지 않겠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직장인의 극심한 반발로 목소리를 죽이고, 대신 비율만 조금씩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정산이 이렇게 세금 전반, 소비의 결제 트렌드 변화를 가져다 주는 시발점이 됐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제 올해 변화된 연말정산 제도를 가볍게 살펴 보겠다. 한류가 큰 바람을 일으켜서일까? 도서 구입, 공연 관람, 박물관 등의 입장료를 카드로 쓰면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 받는다. 총 급여 7000만원 이하만 해당되지만 이번 정부도 문화나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저출산 부담 커지자 산후조리원 비용도 공제

여러분 모두 출산률이 0%대에 돌입했다는 기사를 많이 봤을 것이다. 정부도 저출산에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자녀를 키우는 비용뿐만 아니라 산모 본인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들은 산후조리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이며 이 기간 동안 미용관리도 함께 받는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 산후조리원 비용도 1회당 200만원까지 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변경됐다.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생산직 근로자 비과세 야간근로수당이 월 정액 급여 19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늘어나고, 여기에 돌봄서비스나 미용관련 서비스, 숙박시설 서비스가 업종에 추가가 된다. 앞으로 이런 업종은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혜택을 위해 돌봄서비스 업종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 지원을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근로자는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소득세 감면 대상에 5.18민주화운동 부상자나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도 추가됐다. 지금도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정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무주택이나 1주택을 소유한 대상자가 주택을 담보로 부담하는 이자비용에도 세금 혜택을 주는데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그 기준을 4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상 주택으로 확대했다. 집값이 올라가고 있으니 이를 수정하는 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세로 거주하는 근로자는 월세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때 국민주택 규모 이하, 기준시가 3억원 이하가 대상이었다. 오래된 빌라는 기준시가는 낮지만 국민주택 규모를 초과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는 여기 입주하는 임차인도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물론 좋아진 상황이다. 정부 또한 임차인의 월세세액공제신고로 임대인의 소득 확인이 가능하니 하나를 내주고 다른 하나를 얻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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