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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찌듯' 군함 뚝딱···그뒤엔 시진핑도 인정한 '국보 기술자'

중앙일보 2020.01.24 05:00
※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달 17일 중국 하이난 해군기지에서 열린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 취역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산둥함 갑판에 올라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중국 하이난 해군기지에서 열린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산둥함 취역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산둥함 갑판에 올라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조함강군(造艦强軍)’.  

[알지RG]

중국의 군함조선소 벽에 걸린 이 표어는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매진하는 군사굴기(軍事屈起)를 잘 대변합니다. 역대 패권국들이 그러했듯 중국 역시 바다를 지배하기 위한 힘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죠. 그런 전략적 판단은 거대한 인프라 플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중국은 주요 함정 수에서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글로벌 넘버원인 중국의 민·군 복합 조선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군함을 건조해낸 결과입니다.    
 
‘양’에 성공한 중국은 이제 ‘질’에 천착합니다. 판타지 소설 속 ‘절대반지’처럼 지구 상에서 미국만이 갖고 있던 최첨단 전략무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나브로 9부 능선을 넘어선 중국 군사굴기의 현장을 쫓았습니다.
 

◇미국은 3년, 중국은 반년  

샤자오즈(下餃子). 뻘뻘 끓는 냄비에 만두를 가득 삶는 모양을 일컫습니다. 중국 전역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군함 건조 속도를 빗대기 위해 쓰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중국에선 함정을 빠르게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서방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25일 후동중화조선소에서 진수된 075형 강습상륙함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30대의 헬기와 공기부양정 등을 싣는 전장 약 250m의 이 상륙함을 선체 뼈대를 세운 지 거의 반년 만에 건조해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9월 초만 해도 도장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5일 사이에 도장은 물론 레이더 설치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전문가의 입을 빌려 “미국이 비슷한 수준의 상륙함을 같은 공정으로 건조했다면 3년 정도 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주요 조선소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주요 조선소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의 함정 건조 역량은 조선소 자체에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SC)과 중국선박공업집단(CSIC)이란 양대 국유기업이 함정 생산을 주도했습니다. 원래 한 회사였다가 분리됐던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다시 합병해 세계 최대 조선사(중국선박공업그룹·CSG)가 됐습니다.  
 
대형 컨테이너선박 등 민간 분야의 수많은 건조 기술은 고스란히 함정 생산에 투입됩니다. 기술뿐 아닙니다. 미 해군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는 민간 부문에서 벌어 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군사 부문에 전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군함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겁니다. 시진핑 정부가 지향하는 ‘군·민 융합’의 진짜 모습인 셈입니다.  
 
그 결과 잠수함을 포함한 중국의 주요 함정 수는 2015년께부터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중국의 함정 수가 2005년 이후 14년간 1.5배 성장해 335척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미 해군은 286척으로 이제 중국의 85% 수준입니다.
  
미중 주요 함정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중 주요 함정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변국 입장에선 이런 양적 성장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2014년부터 5년간 양산한 함정을 톤수로 환산하면 일본 해상자위대 전체 함정(약 46만t, 2018년 기준)과 맞먹습니다. 한국 해군(약 19만t)에 비하면 배가 넘습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부를 전력 투입하지 않고선 이뤄낼 수 없는 수치”라면서 “미국과 같은 해양강국이 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짚었습니다. 
 
‘40문의 함포를 가진 미 군함 1척에 함포 4문의 10척으로 맞서면 된다’는 식의 중국식 인해전술 사고가 작용한 결과라는 풀이도 나옵니다. 물론 함정 수만으로 실제 해군력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총 11척의 항공모함 전단을 거느린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선 질적 혁신이 절실한 까닭입니다.    
 
중국의 빠른 함정 양산은 또 다른 부가가치도 낳고 있습니다. 저가 공세로 파키스탄·나이지리아 등 6개국에 함정을 수출한 겁니다. 서방권에선 무기 구매에 많은 돈을 들일 수 없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을 발판으로 중국 군수산업이 급속히 팽창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서 써먹던 방식대로 차관을 대주고 그 돈으로 중국산 무기를 사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보 기술자’ 대우받는 마웨이밍

중국은 군사기술에서 ‘퀀텀 점프(대약진)’를 노립니다. 개방이 늦었던 탓에 비디오테이프를 아예 건너뛰고 바로 DVD로 직행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0월 직접 찾아가 악수를 나눴다는 마웨이밍(馬偉明) 해군공정대학 교수(중국공정원 원사)는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중국 정부는 그를 ‘국보급 기술자’로 치켜세웁니다. 미군을 따라잡을 수 있는 ‘꿈의 장치’인 항공모함용 전자기 사출장치(EMALS) 개발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바다 위의 기지’로 불리는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발진시키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미 해군은 1950년대부터 강한 증기(steam)를 이용해 단번에 항공기를 이륙시키는 증기식 사출장치(catapult·캐터펄트)를 쓰고 있습니다. 많은 무장을 탑재한 육중한 전투기를 짧은 활주로에서 최대한 빠르고 많이 이륙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덩치가 큰 정찰기나 초계기는 캐터펄트가 없으면 이륙 자체가 어렵습니다.  
 
미·중 최신 항공모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중 최신 항공모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제를 쓰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캐터펄트를 갖춘 항모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중국은 영국·러시아처럼 선수가 하늘을 향해 곡선으로 12도 가량 솟은 형태의 갑판을 씁니다. 이른바 스키점프대 방식입니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비용도 적게 들지만, 전투기에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실을 수 있는 연료가 제한돼 작전시간이나 행동반경도 크게 제약됩니다.  
 
중국 항공모함의 스키점프대 갑판에서 이륙하는 전투기.

중국 항공모함의 스키점프대 갑판에서 이륙하는 전투기.

이걸 단번에 극복하는 최신 기술이 EMALS인 겁니다. 이름 그대로 증기 대신 전자기를 이용한 캐터펄트입니다. 전자기식은 고온·고압의 증기식에 비해 함재기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그만큼 내구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절감됩니다. 운용 인력도 더 적습니다. 따로 증기보일러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공간적으로도 효율적입니다. 무엇보다 사출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 짧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항공기를 출격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EMALS를 갖춘 항모는 현재 전 세계에 1척뿐입니다. 지난 2017년 취역한 미 해군 최신예 항모인 제럴드 포드함(CVN-78)입니다. 중국이 추격의 찬스를 잡은 겁니다.  
 
미 해군 함재기가 전자기 사출장치(EMALS)로 이륙하고 있다.

미 해군 함재기가 전자기 사출장치(EMALS)로 이륙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3번째 항모에 EMALS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한 징후도 나타납니다. 
 
지난해 10월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당시 지상에 설치된 전장 약 300m의 항모가 공개됐습니다. 항모 설계집단인 701연구소가 레이더 등 각종 테스트를 하는 곳입니다. 일종의 거대한 실험실인 셈입니다.  
 
실제 설계 결과를 반영해 만드는 곳인 만큼 외신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노출된 항모의 갑판 모양은 스키점프대가 아닌 플랫 구조였습니다. 캐터펄트를 갖춘 항모라는 뜻이죠. 증기식을 건너뛴 중국에 캐터펄트는 전자기식뿐이니, EMALS 실전화가 임박한 겁니다. 지난해 9월 중국 해군 함장 출신 인사가 항저우의 한 대학 강연에서 3번째 항모의 EMALS 탑재를 확신했다는 보도도 현지에서 나옵니다.  
 
중국은 앞으로 항모를 6척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3번함부터 시작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EMALS를 갖춘 중국의 항모는 모두 4척이 되는 겁니다.
 

◇높아지는 ‘대만해협 위기’  

중국의 군사력 팽창은 필연적으로 지역 안보 균형을 깨뜨리는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그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이른바 ‘제4차 대만해협 위기’입니다. 중국이 다시 한번 미사일 등으로 대만에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여파로 인한 대만 내 독립세력의 대두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1954년 이후 양안 간 3차례 군사위기 중 1996년의 제3차 대만해협 위기가 유사한 사례로 꼽힙니다. 대만 토박이인 본성인(本省人) 출신으로 국민당 내에서도 독립파에 가까웠던 리덩후이(李登輝)가 첫 직선 총통에 오르려고 하자 중국은 95년 7월부터 상륙훈련 등 여러 차례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급기야 선거 직전인 96년 3월에는 대만 남서쪽 바다에 둥펑(DF)-15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전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전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들어 인민해방군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중국 5대 전구(戰區·theater) 중 하나인 동부전구는 지난해 10월 9일 푸젠성 융안에 위치한 전략미사일부대(로켓군 예하) 부대원과 탄도미사일의 모습을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위챗을 통해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건국 70주년 퍼레이드 행사를 마치고 귀환한 장병들의 개선 행사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지는 바로 96년 미사일을 발사했던 곳입니다.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펼친 심리전의 일환이었던 겁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신년사에서 대만에 무력을 쓸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강공으로 돌아서고 있어 대만에서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차이 정권은 앞으로 '탈중국화'를 가속하고 대미·대일 외교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만과 동중국해를 관할하는 동부전구의 움직임에 일본도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지난해 4~9월 중국 군용기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출격한 자위대 전투기 발진 건수가 332차례에 이릅니다. 대부분 동부전구의 훈련 등과 관련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전구는 안후이성 우후의 공군기지에 비밀병기가 지난해 11월 배치됐다고 크게 선전했습니다. 중국이 자국산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J)-20을 처음으로 실전 배치한 겁니다. 중국의 공군력은 이미 대만을 앞지른 상황이기 때문에 J-20 배치는 주일미군과 자위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뒤따릅니다. J-20은 앞으로 항모 함재기로도 쓰일 예정이어서 주변국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이 지난해 11월 실전배치한 첫 자국산 스텔스 전투기 젠(J)-20. [중앙포토]

중국이 지난해 11월 실전배치한 첫 자국산 스텔스 전투기 젠(J)-20. [중앙포토]

중국은 지난해 10월 1일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인 DF-17, 스텔스 무인전투기인 공지(GJ)-11 등 각종 전략 무기를 과시했습니다. 일각에선 ‘최고의 무기가 최고의 억지’란 관점에서 이런 분위기를 읽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근해인 남중국해·동중국해를 넘어 인도양과 태평양에 진출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이상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충돌해 파국을 낳을 것이란 위기론 역시 계속 나옵니다. 힘의 전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레드라인'을 넘어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중국의 군사굴기 이면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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