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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수사 신봉수·송경호 좌천된 날…檢, 최강욱 기소로 반격

중앙일보 2020.01.23 15:39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단행한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이 전부 지방으로 전보됐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수사팀의 ‘허리’가 모두 잘려나간 것이다. 검사들은 이를 사실상의 좌천 인사로 보고 있다.

 

신봉수와 송경호 사실상 좌천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의 실무 책임자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오른쪽)가 신자용 1차장(가운데), 신봉수 2차장 검사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의 실무 책임자인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오른쪽)가 신자용 1차장(가운데), 신봉수 2차장 검사와 대화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신자용 1차장은 부산동부지청장으로, 신봉수 2차장은 평택지청장으로, 송경호 3차장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각각 우리들병원 특혜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조국 일가 비리 의혹 수사를 이끌던 검사들이다. 이들을 대신해 이정현 서부지검 차장이 1차장을, 이근수 부장검사가 2차장을, 신성식 부산지검 1차장이 3차장을 맡게 된다. 대구서부지청장으로 부임한 한석리 4차장의 자리는 김욱준 순천지청장이 채운다.

 
새 부임지가 검찰 내에서 한직으로 꼽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이 모두 지방지청으로 이동한 건 사실상 좌천 인사로 해석된다.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의 경우 주요 현안 사건을 수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검사장 승진과 함께 요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7~2018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맡았던 윤대진 검사장은 다음 인사 때 법무부 핵심인 검찰국장에 올랐다. 전임자인 박찬호·한동훈 전 서울중앙지검 2·3차장도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 자리로 승진해 갔다.
 

"상대 팀 감독이 우리 선수 선발하는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부장급 검사들은 교체와 유임이 엇갈렸다. 울산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은 그대로 남지만 조국 일가 비리를 수사한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은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이동한다. 고 부장검사는 최강욱 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두고 인사 전날까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치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던 홍승욱 서울동부지검 차장은 천안지청장으로 가는 반면, 이정섭 형사6부장은 동부지검에 남는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정권 수사팀을 깡그리 잘라내면 나중에 직권남용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일부 실무진은 남기는 교묘한 방식으로 수사팀을 와해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수사 대상자들이 자신을 누가 수사할지를 고른다는 것”이라며 “마치 한·일 양국이 축구경기를 하는데 일본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손발 자르고 눈과 귀도 가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청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청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검에 남아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나머지 참모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상갓집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항의했던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은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김유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원주지청장으로,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한다. 앞서 법무부의 ‘1.8 인사 대학살’을 실명 비판한 정희도 감찰2과장은 청주지검 형사1부장으로 간다.

 
“대검 중간 간부들을 전원 유임시켜 달라”고 했던 윤 총장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 위반 사범 수사에 대비해 주요 중간 간부의 유임을 법무부에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굳이 주요 인사들만 콕 집어서 다른 곳으로 발령낸 건 윤 총장의 수족을 다 자르고 눈과 귀까지 가리겠다는 것”이라며 “대검 어디에도 윤 총장의 우군이 거의 없는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최강욱 기소로 반격한 검찰

추미애 장관의 2차 손발 자르기 인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의혹 수사 마무리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인턴증명서 허위 작성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팀은 전날 밤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최 비서관에 대한 불구속 기소 안을 결재해달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치를 벌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실제 인사 이동이 이뤄지는 다음달 3일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며 “수사팀은 남은 기간 수사 역량을 동원해 증거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고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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