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전환 부사관 'She'로 표현한 외신들 "韓, 성소수자 관용도 낮아"

중앙일보 2020.01.23 15:35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한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그에 대해 군의 전역 결정이 외신으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체로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 "한국, 성소수자 관용도 낮아"

 
영국 BBC는 22일(현지시간)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에서 성소수자(LGBT)는 장애나 정신 질환, 죄악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 나라에는 차별금지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反) 성소수자 운동가들은 변 하사의 신상을 밝히려 했으며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군에 그의 해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성소수자 퍼레이드와 같은 행사의 증가를 통해 느리긴 하지만 한국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인권 단체들 역시 한국이 동성애 군인을 대하는 방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안이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WSJ은 "성소수자 공동체가 최근 들어 더 많이 포용되긴 하지만 한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만, 게이라고 공표한 의원을 선출한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여전히 관용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 특히 군대에서 자주 마주치는 비우호적인 처우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BBC를 포함해 이번 사건을 보도한 외신들은 변 하사를 지칭할 때 여성 인칭대명사인 'She'를 사용했다.
 

전 세계 트랜스젠더 군인 현황은? 

 
BBC는 전 세계 성전환 군인의 현황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 군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19개국이다. 유럽에서는 영국을 비롯 프랑스·독일·스페인·네덜란드·스웨덴·핀란드·오스트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이스라엘 역시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유일하게 성전환자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자를 호르몬 치료나 가슴수술을 한 경우로 한정한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전환자에게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전환 수술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장병은 두되 성전환 경험이 있는 이의 입대를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자신의 트위터에 "군대 내 트랜스젠더가 야기할 엄청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을 떠안을 수 없다"며 트랜스젠더 군복무 전면 금지 방침을 깜짝 선언했다. 제임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표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듬해 성전환자 군복무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라 허커비 샌더드 백악관 대변인은 당시 성명에서 "성별불쾌감(자기가 다른 성(性)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상태)에 대한 이력이 있거나 진단을 받은 적 있는 군인이 있는 부대는 군사적 효율 면에서 상당한 위험과 치명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장병은 8980명이다. 미국 국립트랜스젠더평등센터의 지난해 자료는 미국 장병 130만명 중 약 1만5000명이 트랜스젠더라고 추정했다.
 

변 하사 "군 강제 전역 잔인…행정소송 제기" 

 
변 하사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의 전역 처분 결정은 참으로 잔인하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군 자체가 아직도 성소수자 배려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2018년 해군에서 있었던 동성애자 색출사건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변 하사는 군인권센터와 함께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내거나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변 하사는 육군의 전역 심사 결과에 따라 오는 24일 0시부터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