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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채워주는 삶…50 넘어 알게된 진정한 부부의 조건

중앙일보 2020.01.23 15:00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31)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다가오는 현실 인식의 순간.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사진 Unsplash]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다가오는 현실 인식의 순간.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사진 Unsplash]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침상에 누어 다른 꿈을 꾸다’라는 말이다. 연예인 부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의 타이틀로 사용되고 있는데, 부부로 한집에 살고 있지만 성격도 입장도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데 이것보다 적합한 말도 없는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옆자리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이몽’이어도 ‘동상’이기만해도 위안이 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결혼 이야기〉를 보았다. 노아 바움백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는 점도, 이혼의 과정을 통해 결혼을 이야기한다는 점에도 호기심이 생겨 선택한 영화다. 대작은 아니지만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을 포함해 여섯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화제작이다. 
 
과연 보고 났더니 관객들과 영화계의 평판이 이해가 됐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전개.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다가오는 현실 인식의 순간.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고 나면 매 순간 상대방을 평가하고, 좌절하고, 결국은 다른 곳을 향해 돌아선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살고 있지만 그것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고 남아있는 기억도 다르다는 게 대부분의 부부의 모습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혼의 과정을 통해 결혼을 이야기 한 영화. [영화 결혼이야기]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혼의 과정을 통해 결혼을 이야기 한 영화. [영화 결혼이야기]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이 이혼과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따로 만나 크게 싸우는 부분이다. 다툼의 전개 방식은 익숙하다.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자고 시작한 이야기는, 결혼한 후 언젠가는 자신의 고향인 LA에서 살기로 약속했다는 아내와 그건 여러 논의 중 하나였다는 남편의 다른 기억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대화는 서로의 성격과 태도에 대한 힐난으로 이어지고 결국 상대방 가족에 대한 감정적 발언을 한 후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으로 끝이 난다.
 
한 꺼풀만 벗으면 함께 했던 삶에 대한 기억이 다르고 감정도 달랐다는 걸 알게 된다. 그 한 꺼풀이 바로 결혼이다. 의심하지 않았을 때는 안정감과 따뜻함을 주지만, 거추장스러워지고 필요 없다고 여겨지면 그것이 가리고 있던 속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니콜 역시 그것을 치우자마자 ‘난 나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지 그의 존재를 위한 연료일 뿐이었죠.’란 마음속 맨살을 만나게 된다. 어느 정도 두께의 꺼풀을 쓰느냐, 그걸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 계속 덮느냐 마느냐는 온전히 생활의 주체자인 부부의 선택이다.
 
〈우먼센스〉가 2월호에 기획한 기사 ‘대한민국 부부 보고서’에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우먼센스 홈페이지를 통해 250명 응답) 결혼 후 불행하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23%나 된다. ‘가사와 육아, 경제활동으로 행복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란 답도 25%나 되는데, 행복하지 않은 이유의 많은 경우는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부간의 다툼이 잦거나 친정 및 시댁과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자녀 양육법이나 교육관에 이견이 있을 때도 갈등상황에 놓인다. 갈등이 더 커지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귀 울여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식이다. 설문의 결과 역시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서로를 이해하는 배려심(69.%)이었고 결국 부부생활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배우자가 있어서(47%)였다. 기사는 결혼 3년차 신혼부부부터 53년이 된 노부부까지 4커플을 인터뷰 했는데 경험의 폭에 따라 부부 관계를 바라보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이 무뎌지고 의무와 책임이 많아지는 상황을 만나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탓하기보다 인정하고 채워줄 때 관계는 다시 세워질 수 있다. [사진 Unsplash]

감정이 무뎌지고 의무와 책임이 많아지는 상황을 만나도 서로 부족한 부분을 탓하기보다 인정하고 채워줄 때 관계는 다시 세워질 수 있다. [사진 Unsplash]

 
결혼한 지 8년차가 된 개그우먼 김미려, 배우 정성윤 부부는 결혼생활에 대해 ‘바라지 말고, 기대지 말고 그냥 손을 붙잡고 한 곳을 향해 같이 가주기만 하라’고 조언한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들은 해가 갈수록 끈끈한 친구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시절 만나 결혼하게 된 동갑내기 커플인 의사 함익병, 강미형 부부는 결혼 10년차에는 돈벌고 아이키우느라 20년차에는 서로의 다름을 다시 인정하느라 몰랐던 행복과 안정을 33년차가 된 이제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부부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기꺼이 함께하는 동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50대가 되고 나니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감정이 선명했던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결혼 후 관계가 생활이 되자 감정은 무뎌지고 의무와 책임이 많아지는 상황을 만나게 되고, 이런 변화에 편치 않은 마음도 생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탓하기보다 인정하고 채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했던 그와 함께 하는 삶,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했던 그와 함께 하는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게 되는 순간 부부의 관계는 다시 세워질 수 있다. 원망하고 비난하기보다 없는 부분을 서로 채워 주는 생활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
 
날 너무 필요로 하는 사람 / 날 너무 잘 아는 사람
충격으로 날 마비시키고 /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사람
그리고 살아가도록 / 내가 살아가게 하지
날 헷갈리게 해 / 찬사로 날 가지고 놀고
날 이용하지 / 내 삶을 변화시켜
하지만 혼자는 혼자일 뿐 / 혼자는 살아가는 게 아니야
넘치는 사랑을 주는 사람 /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
내가 이겨 나가게 해주는 사람 / 난 늘 그 자리에 있을거야
너만큼 겁은 나지만 / 같이 살아가야지
살아가자 / 살아가자
 
이혼 후 영화 속 찰리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듯 목놓아 부르는 뮤지컬 넘버 'Being Alive'의 가사다. 이게 바로 ‘결혼 이야기’다.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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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김현주 전 코스모폴리탄·우먼센스 편집장, 현 한국문화정보원 근무 필진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 전 코스모폴리탄·우먼센스 편집장, 현 한국문화정보원 근무. 20~30대 여성으로 시작해 30~40대 여성까지,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삶을 주목하는 일을 25년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나이 또래인 50대 '갱년기, 중년여성'의 일상과 이들이 마주하게 될 앞으로의 시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더오래’를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호르몬의 변동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모색하며 동년배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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