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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 이탄희에 “법복 든 정치인, 법원 중립성 흔든다”

중앙일보 2020.01.22 21:05
민주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변호사. [연합뉴스]

민주당 10호 영입인재 이탄희 변호사. [연합뉴스]

총선 출마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판사 출신 이탄희(42) 변호사를 현직 판사가 실명으로 비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이연진 판사는 22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판사 출신 정치인의 최근 언행을 보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판사는 “이 변호사의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를 보고 글을 쓰게 됐다”면서 “(이 변호사의 행보는) 법원과 법관의 중립성을 흔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과 실시간으로 연락하고 내부 게시판 사정을 전해주는 판사가 있구나, 어제까지 재판하던 판사가 다음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정치를 시작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의혹과 우려에 답할 말이 없어진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법원 내부 게시판 등에 비판보다는 지지하는 내용이 많다”는 이 변호사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원 내 어디에 판사들이 지지한다는 글을 썼다는 것이냐. 왜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느냐”면서다.
 
또 이 변호사가 법관 재직 시절 전국법관대표회의 준비 모임을 조직했다는 기자회견 내용도 반박했다. 이 판사는 “이 변호사는 당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대상자였고, 지난 2017년 5월 휴직했다”며 “준비 과정에 참여하는 게 가능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전국법관대표회의장에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관계하거나 참여한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법관 재직 시 주요 이력으로 표방되는 것을 지켜보기 힘들다”며 “사법개혁 임무를 맡을 적임자라고 정치 입문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양 부풀려진 외관이 참담하다”고 적었다.
 
이어 “판사 시절 업적을 정치 입문 후 주요 자산으로 삼거나, 법원 구성원에게 지지받고 있음에 연연하는 것은 법복을 벗은 후에도 여전히 법복을 들고 다니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보인다”라면서 “이런 모습은 법원과 법관의 중립성을 송두리째 흔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계속 법복을 들고 있어서 생기는 혼란은 재판에 너무 큰 부담과 해악으로 돌아온다"며 “정치인은 법복을 손에서 내려놓으시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더불어민주당 10호 영입 인재인 이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이른바 ‘사법 농단’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다. 판사로 재직 중이던 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뒤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상부 지시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냈다. 그의 항의는 대법원이 상고법원과 정권 편의를 위한 판결을 거래하려고 했다는 사법 농단 의혹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의 민주당 행을 두고 응원과 우려가 함께 나온다. 판사들은 그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면서도 ‘법관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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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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