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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현대차그룹 지분 팔고 나갔다

중앙일보 2020.01.22 19:29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20개월 만에 매각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그룹 본사 사옥 전경. [연합뉴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20개월 만에 매각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그룹 본사 사옥 전경.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경영 참여를 요구해 온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팔고 사실상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현대자동차 지분(2.9%)·기아자동차 지분(2.1%)·현대모비스 지분(2.6%) 등을 지난해 말 매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시점을 알 순 없지만 지난해 말을 전후해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그룹 관련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2018년 3월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포터캐피털 등을 통해 “현대차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지분 1억 달러가량을 매집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이었다.
 
현대차그룹은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모비스의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중앙포토]

하지만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의 합병을 요구하고 8조3000억원에 달하는 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제동을 걸었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반대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5월 개편안을 거둬들였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그 해 3분기 ‘어닝 쇼크’를 맞으면서 엘리엇의 투자부담이 커졌단 점이었다. 2017년 말~2018년 초 주당 16만원을 넘나들던 현대차 주가는 2018년 10월 9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현대모비스 역시 같은 기간 주당 26만원선에서 18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12월 30일(종가 기준) 현대차 주가는 12만5000원, 현대모비스는 25만6000원이었다.
 
엘리엇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 자리와 고배당을 안건으로 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엘리엇의 공격 이후 현대차그룹이 배당성향을 끌어올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친 주주 정책을 펼치면서 중소 주주들이 현대차 편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2일 열린 제42기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 이사회 안건과 엘리엇 안건을 두고 주주들이 투표한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22일 열린 제42기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 이사회 안건과 엘리엇 안건을 두고 주주들이 투표한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실제로 1조원대 지분을 매집했는지, 어느 시점에 매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2017년 말~2018년초에 매입했다고 치면 최소 1000억원~최대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엘리엇이 매도 시점을 보고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해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엘리엇이 철수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이미 발표한 61조원대 미래 차 투자 등에 가속을 붙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5% 미만 주주에 대해서는 공시의무가 없어 그룹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그룹은 지금까지 견지해온 주주친화, 소비자우선 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이미 발표한 미래 투자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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