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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드러낸 성전환 부사관 "행정소송…안 되면 여군 재입대"

중앙일보 2020.01.22 18:57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22) 하사는 22일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언론에 드러내며 흐느꼈다. 이날 육군 전역심사위원회가 23일 오전 0시부로 그를 전역시키기로 결정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다. 변 하사는 그간 군인권센터를 통해 “여군으로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왔는데 전역이 결정되자 직접 신분을 드러내고 언론에 나선 것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변 하사는 군복 차림으로 나타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통일” 경례 구호로 입을 열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라고 말을 이이 나간 변 하사는 회견문을 읽는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목이 메어 중간중간 말이 끊기기도 했다.
 

“성 정체성 혼란…입대하면 나을 줄 알았는데 더 심각해져”

변 하사는 본인의 성 정체성 혼란을 어릴 때부터 겪었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처음에는 군대에 가면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ㆍ성별불쾌감)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입대 후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겼다”면서도 “하지만 그에 비례해 제 마음 또한 무너져 내려졌고,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성전환 수술을 한 계기 역시 “우울증 증세가 복무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이대로라면 더는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됐다”고 했다. 주변에선 그에게 현역복무 부적합심의를 권유하기도 했으나 “어릴 때부터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선 수술을 통해 정체성 혼란을 극복했어야 했다는 취지다.
 

“소속부대에서 제 결정 지지…현역 복무 적합 판단”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을 결심한 직후 소속 부대에 알렸다고 했다. 자신의 소속 부대가 경기 연천에 있는 5기갑여단이라고도 밝혔다. 변 하사는 “부대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결정인 수술을 위한 국외 여행 허가를 승인해 주었다”면서 “성전환 수술 후에도 계속 복무하겠다는 뜻을 저의 상급부대에 권유하였고, 상급부대인 군단(6군단)에서도 육군본부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면보고 시기는 수술 전인 지난해 8월이며, “주임원사와 대대장ㆍ여단장은 수술 후에도 제가 부대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도 했다. 수술 후에도 여단이 계속 지지를 해줬다고 한다. 그는 “우리 여단에서는 전역심사위원회에 제가 군 복무에 적합하다는 답변까지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희수 하사가 공개한 지난해 국외 여행 허가서. 석경민 기자

변희수 하사가 공개한 지난해 국외 여행 허가서. 석경민 기자

 
변 하사는 그러면서 지난해 부대에 제출한 ‘사적 국외 여행 허가서’도 공개했다. 허가서엔 2012년 11월 26일부터 12월 22일까지의 휴가 일정과 함께 여행 목적으로 “의료 목적의 해외여행”이라고 적혀있다. 변 하사는 지난해 11월 29일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마친 뒤 부대에 복귀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현행 군인사법에 따르면 3급 판정을 받으면 전역심사위에 자동 회부된다.
 

“끝까지 싸우겠다”

끝내 전역 결정을 받게 된 변 하사는 군인권센터와 함께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같이 나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전역심사 처분은 성별 변경에 의한 성차별 행위”라며 “법률적 검토를 통해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변 하사는 ‘만일 행정소송에서도 전역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여군으로 재입대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판결이 나오면, 그래도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계속 복무가 안 되면, 재입대를 통해서라도 군에 남을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현행 국방부령에선 현역 군인 선발 시 트렌스젠더를 성 주체성 장애로 보고 입대를 막고 있어, 이 역시 국방부령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끝으로 변 하사는 “60만 국군에 있는 소수자들이 오직 국가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이 마음으로 모든 걸 공개했다”며 이날 언론에 직접 나온 배경을 밝혔다.
 

육군 “성전환 수술은 복무할 수 없는 사유”

이날 앞서 육군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심신장애 등급표에 따르면 남성 성기 상실은 장애 등급에 판정된다는 이유에서다. 군 관계자는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과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육군은 병영 생활 전반에 걸쳐 장병들의 인권 및 기본권이 보장되고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받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영ㆍ석경민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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