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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한폐렴 1차 저지선 인천공항, 하루 한번 '200명과 전쟁'

중앙일보 2020.01.22 17:43
22일 오후 4시25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46번 게이트에 긴장감이 흘렀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직항편이 도착하면서다. 의료용급인 N95 마스크를 쓰고 게이트에서 대기하던 검역관 6~9명이 분주해졌다. 곧이어 200명 남짓한 승객들이 하나 둘 쏟아져 나왔다. 길게 줄을 선 승객들은 검역 차례를 기다렸다.  
 

하루 평균 200명씩 우한서 입국
검역관 6~9명이 승객 1대1 검역
중국발 항공편 하루 180편 도착
밀접 접촉자 중 3명은 유증상자

검역관은 승객들에게 방문 국가와 호흡기 및 소화기 증상 등을 기재한 노란색 건강상태질문서를 요구했다. ‘중국 우한시 호흡기질환 주의사항’이 적힌 A4 용지 크기의 안내문도 나눠줬다. 
 
열화상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도 유심히 살폈다. 체온이 37.5도 이상인 승객은 빨간색으로 표시돼 걸러낼 수 있다. 검역관들은 승객들을 일일이 세워 비접촉 체온계를 가져다 발열 체크를 했다. 이렇게 우한에서 온 모든 승객을 전수로 검역하는 데 40~50분이 걸렸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와 한국 설 연휴를 앞두고 보건당국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국의 명절이 겹친 이번 주는 '우한 폐렴' 확산 방지의 1차 고비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 감염증의 환자는 22일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300명을 넘어섰다. 한국과 일본, 태국, 대만, 미국 등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중국도 처음 감염증이 시작된 후베이성을 넘어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와 광둥성 등 10개 성·시에서 환자가 확인된 상태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시기적으로 (설 연휴 기간을) 1차 위험 기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아주 외곽의 성·시를 제외하고는 춘제 이후에도 중국 내에서 환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본에 따르면 현재 중국 우한을 출발해 인천에 도착하는 직항 항공편은 일주일에 8편이다. 대한항공 4편(월, 수, 목, 일 오후 4시20분)과 중국남방항공 4편(월, 화, 금, 일 오후 12시15분)을 통해 하루 평균 200명씩 우한발 승객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우한발 직항편 승객의 경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용 게이트를 이용해 전수조사를 받는다. 항공기에서 내려 연결통로(브릿지)를 통과한 뒤 게이트에서 열화상 카메라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이용한 발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열일 경우 검역관이 먼저 간단한 조사를 한 뒤에 역학조사관에게 인계해 문진 등을 추가로 실시한다. 문제가 있으면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된다. 이런 식의 게이트 근접 검역은 검역소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 수준의 검역이다.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우한 폐렴'데 대비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우한 폐렴'데 대비한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근찬 질본 검역지원과장은 “입국장에서 다른 입국자들과 섞이기 전에 발열 감지를 통해 미리 걸러내는 것”이라며 “체온이 37.5도가 넘으면 별도로 증상을 확인하고 역학조사를 한 뒤 전파 가능성이 있으면 격리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김한숙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1과장은 “순수 검역에만 6~9명이 투입된다"며 "현장 통제가 필요한 경우 추가 인력이 지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본에 따르면 이번주부터 다른 검역소에서 11명이 추가로 지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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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우한 폐렴'으로 확진된 중국인 35세 여성도 이런 검역을 통해 걸러낼 수 있었다. 김근찬 과장은 “본인이 들어올 때 기침 증상이 있다고 건강상태질문서에 체크했고,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려고 X선 필름을 가져와 보여줬는데, 그것 때문에 검역 과정에서 걸러졌다. 발열 상태는 37.3~37.5도로 그렇게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잠복기이거나 해열제를 복용해 발열 체크가 안 되거나 본인이 증상을 건강상태질문서에 제대로 적지 않는다면 전수 조사를 하더라도 검역 단계에서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김근찬 과장도 “본인이 귀찮아 체크를 잘 안 하면 걸러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중국 다른 성·시에서 들어오는 항공편에 대한 검역은 인력 등의 문제로 우한발 항공편 승객에 대한 수준까지 할 수 없다. 질본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하루 평균 180편에 달한다. 입국자로 보면 하루 약 3만5000명이 중국 전 지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질본은 감염 증상을 보였던 유증상자 4명이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확진자와 같은 항공편을 타고 들어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능동감시 중이던 33명 중 3명과 질본 콜센터(1339)를 통해 본인이 직접 신고한 1명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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