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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일류’라는 신한금융의 시대정신

중앙일보 2020.01.22 17:40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을 나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용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정 구속을 면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2월 13일 조 회장의 연임을 일찌감치 결정하면서 “조 회장의 법률리스크는 법정 구속”이라고 한정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예정대로 오는 3월 연임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사건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판단까지 구할 테지만, 확정판결인 3심 결과가 나오기 전 조 회장은 두번째 회장 임기(3년)를 모두 채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법원을 나서며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 국민이 보는 TV 생중계 자리에서 신한금융그룹 동료에겐 사과하면서도 청년들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이는 “사기업의 채용 관행”이라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신한금융그룹의 변론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배임이나 횡령과 같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회사에 해를 끼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사 경영진으로서의 자격에 별문제가 없다는 내부 인식도 같은 선상에 있다. 
 
횡령은 일개 회사에 해를 끼친 범죄지만 채용 비리는 기회의 균등이라는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청년 전체에 좌절감을 안기는 범죄다. 단지 사적인 영달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벼이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특혜 합격한 지원자들이 정원 외 채용이라 문제 되지 않는다는 신한금융 측의 인식도 안이하다. 다수의 평범한 청년은 정원 외 합격이라는 특별 대우는 꿈도 꾸지 못한다. 애초에 요술 방망이 같은 정원 외 전형으로 높은 분 자제들을 채용할 여력이 있었다면 이를 공개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부합했을 것이다.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금융회사의 수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도 사실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행태는 모순이다. 백번 양보해 “조직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실무진에 책임을 물긴 어렵다고 쳐도, 채용 비리에 가담한 회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신한금융그룹이 내세우는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일류 은행’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최근 기회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신한금융이 진짜 일류라면 시대를 앞서가진 못할지언정 뒤처질 리는 없다.
 
홍지유 금융팀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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