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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국 인권침해' 진정, 박근혜 변호사에 맡기고 끙끙

중앙일보 2020.01.22 17:26
조국 전 법무부장관. [중앙포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중앙포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진정 처리 과정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정치적 논란이 번진 가운데 해당 진정을 어느 소위원장이 담당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2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을 우선 침해조사국 제2소위원회 위원장인 이상철 상임위원에게 배정했다. 통상 검찰 수사 인권침해 진정은 침해조사국 제1소위에서 다루지만 1소위원장인 박찬운 상임위원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2소위원장이 맡게 된 수순이다. 박 상임위원은 최근 사건 회피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상임위원도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의 변호사'로 알려진 인물이라 뒷말이 나올 여지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인 이 상임위원은 지난해 9월 야당 몫으로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그는 2017년 국정농단 재판 때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는데 1심 재판부가 주4회 공판을 열겠다고 하자 "대통령이기 전에 고령의 연약한 여자"라고 항의해 주목 받았다. 
 

“인권위 내부, 매우 곤혹스러울 것” 

2017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왼쪽)가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박 전 대통령 측 이상철 변호사(왼쪽)가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권위 5개 소위 중 침해구제를 담당하는 1,2소위 외 3~5소위는 아동·장애인 및 기타 차별에 대한 조사를 맡고 있어 조 전 장관 진정을 맡기기에 적절하지 않다. 만약 이 위원도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사건 회피를 신청하면 다른 위원을 1, 2 소위원장으로 지정해 사건을 맡게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은 이 위원이 사건 담당을 수락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권위 전직 위원은 '인권위 내부가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라면 '조사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며 "이미 정치적으로 문제가 된 상태에서 조사를 하게 되면 인권위 입장에선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진정인 은 교수는 "누가 맡는지는 절차에 따른 것 아니겠는가, 중요한 건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라는 입장이다.
  

정상환 전 상임위원 “청와대 공문 의도 있어”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2일 청와대 앞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22일 청와대 앞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상환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1인시위를 했다. 정 전 위원은 “청와대가 공문을 두 번 보낸 것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로 검찰을 공개적으로 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위원은 또 이번 진정은 조 전 장관이 직접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3자 진정이라는 건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인권위법에)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안다는 건 풍문으로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봤거나 필자가 말 못할 사정이 있어 고충을 토로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사람들이 다 인권위에 진정을 넣나, 이렇게 청와대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진정하는 건 또다른 특별대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 본격 조사 들어가기 전 진정 내용 구체화 중 

인권위법에 따르면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낸 진정은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소위원회로 넘어갈 수 있다. 조국 전 장관 등의 동의가 있어야 사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자체 조사 결과 진정 요건에 맞지 않으면 각하하거나 인권침해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기각할 수 있다. 인권위 내부 관계자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은 소위원장을 배정해 각하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며 "그래서 아직 사건이 소위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담당 소위원장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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