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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곧 1%대"…韓경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진입

중앙일보 2020.01.22 17:03
2019년 경제성장률 2.0%. 한국 경제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부는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홍남기 경제부총리)고 자평했다. 하지만 2.0%에 담긴 함의는 그리 간단치 않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홍 부총리는 이날 발언에서 "금융·외환시장 뿐만 아니라 수출, 유가, 해외건설, 해운물류 분야까지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가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0.1.8/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제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홍 부총리는 이날 발언에서 "금융·외환시장 뿐만 아니라 수출, 유가, 해외건설, 해운물류 분야까지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가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0.1.8/뉴스1

이전에도 연간 성장률이 2.0%에 못 미친 적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고, 외환위기의 충격을 받았던 1998년엔 마이너스 성장도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해 2.0%는 대형 악재도 없이 받아든 성적이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이 한 해 내내 부담을 줬다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비할 바가 아니다.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 경제는 연 7.3~10.5%씩 고속 성장했다. 2000년대까지도 연평균 4.9%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고속 성장을 견인한 주력 산업이 흔들렸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찾지 못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난제가 본격적으로 성장에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이 이즈음이다. 2010년대 연평균 성장률은 3.3%지만 금융위기 기저효과로 6.8% 성장한 2010년을 제외하면 이미 2%대다.  
 
최근엔 더 나빴다. 5년 중 4년이 2%대다. 그러다 결국 2.0%가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부진이 아닌 추세적 하락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며 “저성장을 우려하던 시기에서 저성장이 당연한 시기로 가는 신호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셈이다. 
연대별 연평균 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연대별 연평균 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저성장은 전혀 예상 못 했던 일이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7%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2.5%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2.5~2.6% 정도로 보고 있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2026년 이후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노동과 자본, 생산성을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다. 이게 낮아진다는 건 기초체력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소득을 늘리는 것도, 갈수록 커지는 복지 수요를 충족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책은 역행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데 오히려 일방적인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직접 노동시장에 개입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단기 대책에 의존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성장률 2.0% 중 1.5%포인트는 정부의 몫이었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민간의 성장기여도(0.5%포인트)를 넘어섰다. 김 교수는 “경기 순환 측면에서 어려울 때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건 맞지만 대부분 복지에 집중돼 새로운 산업이나 인재를 키우는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민간의 투자 의욕을 고취할만한 정책적 뒷받침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급격히 하락하는 잠재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급격히 하락하는 잠재성장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붙드는 건 쉽지 않다. 일단 노동 측면에선 저출산·고령화가 발목을 잡는다. 적어도 20년 이상 한국 경제를 좀먹을 괴물이다. 경제 규모가 커진 탓에 예전처럼 자본 투입이 큰 폭으로 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은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 교수는 “정부 재정으로 성장률 수치를 높일 게 아니라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정부가 진짜 할 일”이라며 “각종 규제와 진입 장벽을 완화하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교한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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