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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윤석열 사단 ‘166일 천하’…치욕의 단명 역사 새로 썼다

중앙일보 2020.01.22 16:00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 ‘1·8 인사 대학살’ 당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인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0년 검찰 고위 간부들의 재임 기간을 살펴본 결과, 정기 인사에서 대검 참모들이 한번에 잘려나간 사례는 없었다. 특히 166일만에 좌천된 ‘윤석열 사단’은 검찰 역사상 평균적으로 가장 단명(短命)한 사례로 남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추미애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차장 평균 임기, 강남일은 절반도 못 채웠다

22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무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10년 간 대검찰청을 거쳐간 차장검사 10명의 평균 임기는 약 1년이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31일 발탁된 강남일 대검 차장검사는 그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5개월(166일)만에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발령났다.

 
대검 차장은 총장을 보좌하는 검찰 내 ‘2인자’로 꼽힌다. 총장이 교체되지 않는 이상, 그 옆에서 1~2년 동안 함께 직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임자인 봉욱 대검 차장은 약 2년 동안 문무일 검찰총장의 곁을 지켰다.

 
역대 대검찰청 차장검사 재임 기간.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대검찰청 차장검사 재임 기간. 그래픽=신재민 기자

MB 정부 ‘검란’ 이후 초유의 사태

이는 박근혜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혼외자 논란으로 채동욱 총장이 6개월만에 사표를 낸 뒤에도, 길태기 당시 대검 차장은 남아서 총장의 빈 자리를 지키다가 2개월 뒤 자리를 넘겼다. 임정혁ㆍ김수남ㆍ김주현 대검 차장도 검찰 총장과 1~2년을 함께하다 떠났다.

 
이명박 정부 말기 ‘검란’ 사태 때는 대검 차장들이 스스로 직을 던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움직임에 반발해 2011년 7년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자, 박용석 대검 차장이 재임 6개월 만에 뒤이어 사직했다. 
 
2012년 11월 한상대 총장도 검찰 개혁에 반발해 1년 만에 사표를 냈고, 그와 한솥밥을 먹던 채동욱 당시 대검 차장도 뒤이어 정기 인사로 물러났다. 이후 정권이 바뀌기까지 약 4개월 동안 총장의 공백을 김진태 대검 차장이 채우다가 사표를 냈다. 이번 ‘인사 학살’이 검찰 내부에서 검란에 비견되는 사태로 일컫어지는 이유다.
 

정권 수사 도중 잘린 한동훈

지난 3일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박찬호 대검 공안부장,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 이두봉 대검 과수부장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박찬호 대검 공안부장,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 이두봉 대검 과수부장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다른 대검 주요 간부들도 대부분 최소 1년의 임기는 채웠다. 특히 굵직한 사정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부장(구 중수부장)과 공공수사부장(구 공안부장)은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이탈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의 수족인 한동훈 전 반부패부장과 박찬호 전 공공수사부장은 5개월 만에 지방으로 전보되는 역사를 새로 썼다. 두 사람이 각각 이끌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조국 일가 비리 의혹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중일 때다.

 
이보다 더 짧게 재임한 건 조직 개편 등 ‘특수 사례’에 속한다. 2013년 4월 검찰 개혁 일환으로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며 4개월만에 ‘마지막 중수부장’이 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의 경우다. 2013년 12월 중수부가 ‘반부패부’로 부활하며 한 달 간 임시로 수장을 맡은 오세인 초대 반부패부장도 있다.

 
역대 반부패부장(중수부장) 재임기간. 그래픽=신재민 기자

역대 반부패부장(중수부장) 재임기간. 그래픽=신재민 기자

검찰 25년 금도가 깨졌다

기획조정부장, 형사부장, 강력부장 등도 평균 1~2년의 임기를 채웠다. 이번 인사 때 대검 참모진과 더불어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한번에 교체된 것도 이례적이다. 상황에 따라 대검 참모진 일부가 일찍 교체되더라도, 나머지는 보직을 유지시켜 안정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초 검사장 승진이 대거 이뤄지며 권익환 공안부장(5개월), 고기영 강력부장(4개월) 등이 빨리 자리를 옮겼지만 법무부는 “현안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시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겨냥한 ‘적폐 수사’가 한창 이뤄질 당시였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아무리 인사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존중해 최소한의 금도는 지키는 게 서로간의 룰이었다”며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물갈이를 한 건 처음이자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방해 목적이면 직권남용

위법 논란도 제기된 상황이다. 주광덕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이런 전례 없는 좌천 인사를 단행한 건 명백한 수사 방해 행위이자 인사 보복”이라며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추미애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해 현재 수원지검에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부천지청장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검찰 인사라는 게 인사권자(법무부장관)의 재량인 측면이 있고 이렇게 한번에 대거 좌천된 전례도 없어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사 방해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사라ㆍ김기정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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