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주댐 처리 협의체…용역 추진 위한 들러리에 불과" 비판

중앙일보 2020.01.22 15:03
시민단체인 내성천보존회가 지난해 8월 1일 공개한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있는 영주댐 모습. 본댐과 보조댐에 녹조가 발생해 물 색깔이 온통 새파랗다. 보존회 측은 "2016년 댐 준공 이후 4년간 녹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내성천보존회 제공=뉴스1]

시민단체인 내성천보존회가 지난해 8월 1일 공개한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있는 영주댐 모습. 본댐과 보조댐에 녹조가 발생해 물 색깔이 온통 새파랗다. 보존회 측은 "2016년 댐 준공 이후 4년간 녹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내성천보존회 제공=뉴스1]

녹조와 누수 등으로 논란이 벌어진 낙동강 상류 영주댐의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20일 영주댐 협의체(거버넌스)가 출범했으나, 지역 시민단체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등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영주댐 해체까지 논의한다지만
반대 활동한 주민들은 소외돼

협의체 구성에서 지역 단체가 소외됐다는 주장과 함께 협의체가 단순 연구 용역을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용역 수행 위해 만든 거버넌스"

20일 열린 영주댐 협의체 회의 장면 [사진 영주시민연대]

20일 열린 영주댐 협의체 회의 장면 [사진 영주시민연대]

경북 영주시의 영주시민연대와 내성천의 친구들 등 시민단체는 지난 20일 영주시 평은면 영주댐 물 문화회관 2층에서 '영주댐 처리방안을 위한 협의체' 1차 회의가 열린 것과 관련해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주댐 거버넌스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름은 영주댐 처리 방안을 위한 협의체이지만 관련 내용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환경부에서 발주한 두 건의 용역 중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영주댐 처리방안을 논의할 협의체에서 향후 논의에 필요한 연구용역을 발주해야 하는데, 연구 용역이 먼저 발주되고 그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영주댐 모니터링 및 분석 용역 과업 지시서'를 보면, 거버넌스를 운영하면서 시험 담수에 따른 시설물 안전성 검증 결과를 공유하도록 했고, 회의는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필요하면 추가 개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 거버넌스는 영주댐 처리 방안보다는 유사(流砂·모래)·안전성 모니터링에 대한 피드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활한 시험 담수가 목적"

내성천 보존회는 "영주댐은 세계에서도 희귀하고 아름다운 모래 강 내성천의 원형을 상실케 하고 수질 악화·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됐다"며 영주댐의 철거를 촉구해왔다. [사진 내성천보존회]

내성천 보존회는 "영주댐은 세계에서도 희귀하고 아름다운 모래 강 내성천의 원형을 상실케 하고 수질 악화·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됐다"며 영주댐의 철거를 촉구해왔다. [사진 내성천보존회]

환경부도 지난 19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협의체는 수질·수 생태 분야(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댐 안전성·유사 분야(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영주댐 모니터링 용역과 연계해 운영하겠다"고 밝혀 이 연구용역과 협의체 운영이 연계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협의체가 자칫 모니터링을 핑계로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시험 담수와 그에 따른 준공 처리가 가능하도록 보장해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주지역 시민단체 등에서는 녹조로 인한 수질 악화와 악취 발생, 댐 누수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시험 담수 자체를 반대해왔다.
 
20일 열린 첫 회의에서도 연구용역부터 발주한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환경부는 이날 회의에서 뒤늦게 "두 개의 연구 용역 외에 올해 댐 처리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별도로 발주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문제 제기한 주민은 배제" 

지난해 2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주댐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주댐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주시민연대 등은 영주댐의 영향을 직접 받는 영주 지역 시민단체와 관련 지자체가 협의체에서 소외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거버넌스에서는 피해 대상 주민과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불변의 원칙"이라며 "거버넌스는 은밀하게 추진됐고, 서울과 부산의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그들이 추천한 전문가로 협의체가 구성됐다"고 반발했다.
 
오형진 영주시민연대 사무국장은 "16명의 위원 중 지역대표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추천한 영주댐 조기 담수추진위원 2인과 부산 거주자, 5년 전 안동으로 이사한 사람을 지역주민 대표로 참여시켰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 동안 댐 피해를 우려하고 문제 제기를 한 지역주민들은 소외됐다는 것이다.
 

"협의 없이 조류 제거제 살포"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영주댐 일원을 방문, 수질개선 대책 및 시설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뉴스1]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영주댐 일원을 방문, 수질개선 대책 및 시설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뉴스1]

우 사무국장은 수자원공사에서 상수원인 영주댐에 조류제거 물질을 대량 살포하면서도 지역 주민들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수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환경단체와 협의해서 거버넌스를 구성했는데, 영주 지역 시민단체의 불만이 있는 것을 알고는 있다"며 "영주시는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지역 단체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하겠고, 추가로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에서는 영주댐의 경우 지난해 말로 영주댐 하자 보수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오는 6월까지 진행할 시험 담수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되더라도 시공사에 보수를 요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댐 발전시설 등과 관련해서는 6월 말까지 하자가 확인되면 시공사에서 책임지고 보수하기로 시공사 측과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