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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으로 2% 턱걸이 성장···성적표 뜯어보니 더 처참했다

중앙일보 2020.01.22 10:22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4분기 경제성장률은 1.2%(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연간 성장률은 2.0%였다. 2009년 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3년간 흐름은 특히 좋지 않다. 3.2%→2.7%→2.0%로 빠르게 추락하는 중이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보면 2.01%로 턱걸이했다. 1%대 추락만은 막아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 지출을 최대한 끌어올린 결과다.
 
〈YONHAP PHOTO-2649〉 발표하는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0.1.22  pdj6635@yna.co.kr/2020-01-22 09:25:47/〈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649〉 발표하는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0.1.22 pdj6635@yna.co.kr/2020-01-22 09:25:47/〈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일단 4분기 성장률 1.2%는 2017년 3분기(1.5%)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정부 소비가 전기 대비 2.6% 늘었고, 설비 투자도 1.5% 증가했다. 수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부진했던 건설 투자가 6.3% 증가한 건 고무적이다. 승용차 같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민간 소비도 0.7% 늘었다.
 
사실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할 때까진 연간 1%대에 머물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일단 정부로선 최악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뜯어볼수록 더 뼈아픈 성적표다. 일단 경기 판단의 바로미터인 투자가 꺾였다. 설비 투자는 8.1% 감소해 2009년 이후 가장 많이 줄었고, 건설 투자도 3.3% 감소했다. 둘 다 2년 연속 감소다.  
 
경제 활동별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증가세가 둔화했고, 건설업은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GDP 기여도가 큰 수출도 올해는 맥을 못 췄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15년(0.2%) 이후 가장 낮은 1.5% 성장에 머물렀다.  
 
경제성장률 10년 만에 최저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제성장률 10년 만에 최저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소비 부진도 예사롭지 않다. 민간 소비 성장률은 1.9%로 1년 전(2.8%)보다 크게 낮아졌다. 6년 만에 가장 저조한 흐름이다. 대조적으로 정부 소비 성장률은 6.5%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2.0% 중 정부의 기여도가 1.5%포인트, 민간이 0.5%포인트다. 성장 엔진 역할을 해야 할 민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사실상 재정을 통해 방어하는 정부 주도 성장인 셈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년 대비 0.4% 감소한 것도 눈에 띈다. 1998년(-7.0%)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실질 GDI는 GDP와 실질 무역 손익의 합이다. 이게 마이너스라는 건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나쁘고,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많이 하락한 게 큰 원인”이라며 “향후 소비 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을 시작하며 정부는 2.6~2.7% 성장을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수출은 줄고, 내수 회복은 더뎠다. 둔화 조짐이 뚜렷한데도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1분기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고도 7월까지 연간 성장률 전망치 2.4~2.5%를 고집했다. 그러다 10월에야 2.0~2.1%로 하향 조정했다. 최종 성장률이 2.0%니 예상과 현실의 격차가 1년 새 0.7%포인트에 달한다. ‘이렇게 틀린 전망을 대체 왜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재정에 기댄 힘겨운 성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 재정에 기댄 힘겨운 성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안이한 현실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 둔화가 가속하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근본적 성장세는 건전하다”(8월),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10월)며 낙관론을 펼쳤다. 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게 사실상 확실해진 1월 14일에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2018년엔 “내년(2019년) 하반기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해는 반드시 반등을 이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나쁘다는 인식 자체를 공유하지 않으니 대처가 부실한 게 당연하다”이라며 “정부 재정에 의존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고, 성장률을 갉아먹는 구조적 원인에 접근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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