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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 뚫고 들어온 쥐에 창고 난장판, 어떤 놈인가 했더니…

중앙일보 2020.01.22 07:00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24)

퇴근길, 동네 길목 어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새로 지어 이사 온 이웃집 실내에 쥐가 들어와 한바탕 소동 중이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합창하듯 말하는 후렴 왈 “위아래 눈치 보며 조심조심 살아야 하는 단점이 있어도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겨울잠에서 깨어 봄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 각종 해충의 침입은 어쩔 수 없는 복병이지만 겨울인데도 너무 따뜻하니 뱀도 깨어 어슬렁거린다. 자연의 변화다. 가끔은 이중삼중 차단문을 해 놓아도 쏜살같은 놈들의 출입을 못 막는다. 어영부영 살아남아 실내까지 따라 들어온 손톱보다 작은 해충들은 귓전에서 나 잡아 봐라 하며 약 올리듯 웽웽거리며 돌아치고, 쥐와 고양이 같은 큰놈들은 환경에 놀라 허둥댄다.
 
길고양이들이 문이 열린 틈을 타 얼떨결에 실내에 들어오면 커튼이고 서랍장이고 쉼 없이 오르내리며 물고 뜯어 어질러 놓는다. 구석으로 숨는 습성 때문에 내쫓을수록 안쪽으로 기어들어가서 전쟁이 된다. [사진 pixnio]

길고양이들이 문이 열린 틈을 타 얼떨결에 실내에 들어오면 커튼이고 서랍장이고 쉼 없이 오르내리며 물고 뜯어 어질러 놓는다. 구석으로 숨는 습성 때문에 내쫓을수록 안쪽으로 기어들어가서 전쟁이 된다. [사진 pixnio]

 
마당에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특히 더 그렇다. 방에서 기르던 녀석이면 걸음도 행동도 쥐죽은 듯 조용하게 움직이지만 길고양이들이 문이 열린 틈을 타 얼떨결에 실내에 들어오면 낯선 풍경과 함께 공황장애를 일으키는지, 커튼이고 서랍장이고 쉼 없이 오르내리며 물고 뜯어 어질러 놓는다. 구석으로 숨는 습성 때문에 내쫓을수록 안쪽으로 기어들어 가서 전쟁이 된다.
 
눈 깜짝할 새에 실내는 엉망으로 어질러지고 사람도 따라서 우왕좌왕이다. 그럴 땐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곤 문을 열어놓고 밖에서 귀빈 영접하듯 조용히 기다려 주면 제 발로 도도하게 기어나간다. 나가는 시간은 들어온 놈 마음대로다. 갑자기 ‘캣츠’ 영화의 고양이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린 개랑 달라.”

며칠 전 우리 집 창고인 컨테이너 안에도 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컨테이너는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철판을 뚫어 들어 왔다면 놈은 덩치도 크고 경력(?)이 있고 대도일 것이다. 큰놈인지 어떤 놈인지 낯짝을 봐야 알지, 이번에도 개 사료의 아래쪽에 작은 구멍을 뚫고 파먹어 들어간 걸 발견해서 알았다. 구멍이 보일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다. 놀라서 점검해보니 겨울용 먹거리인 무, 배추, 재활용으로 쌓아놓은 옷가지며 자루 책 등 한 개도 성한 것 없이 다 건드려 찜해 놓았다. 욕심이 대적인 놈이다. 그날 밤 꿈에 고양이보다 더 큰 쥐가 돌아다녔다.
 
옛날 집엔 쥐가 많았다. 학교 다닐 적엔 쥐잡기 숙제로 쥐꼬리를 잘라서 학교에 갖고 가기도 했다. 쥐구멍을 발견하면 부모님이랑 밤송이도 넣어 막아보고 시멘트로 혹은 돌과 흙을 으깨어 구멍을 막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틈새를 뚫고 들어온다. 미키 마우스 같은 애완쥐면 귀여우려나, 이 녀석은 의지의 한국 쥐다. 한번 뚫리면 난감 그 자체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연락해서 모여든다. 단독주택의 최대 난제이다.
 
어떻게 잡나. 우리 집 마당 한쪽에 터 잡아 사는 고양이가 있는데, 쥐만 잡으면 보랍시고 현관 앞에 물어다 놓는 그놈을 들어가게 해볼까 하다가 체념했다. 쥐 한 놈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난장같이 뒤집어 놓고 나면 청소가 더 힘들 거 같다. 이럴 땐 작은 미물 하나가 위대한 인간을 갖고 노는 것 같아 허무해진다. 어쩔 수 없이 약방에 가서 쥐약을 사고 끈끈이를 사서 여러 곳에 숨겨놓고 펼쳐놓았다.
 
쥐 한 놈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난장같이 뒤집어 놓고 나면 청소가 더 힘들 거 같다. 이럴 땐 작은 미물 하나가 위대한 인간을 갖고 노는 것 같아 허무해진다. [사진 pixnio]

쥐 한 놈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난장같이 뒤집어 놓고 나면 청소가 더 힘들 거 같다. 이럴 땐 작은 미물 하나가 위대한 인간을 갖고 노는 것 같아 허무해진다. [사진 pixnio]

 
삼 일째 되는 날, 드디어 끈끈이에 걸렸는데 노심초사하며 두려움과 걱정을 한 것이 자존심 상할 만큼 5㎝도 안 되는 새끼손가락만 한 생쥐다. 대단한 놈이다. ‘소같이 일하고 쥐같이 먹어라’한 옛말이 있지만, 살기 위해 소같이 일하는 그 녀석의 열정적인 부지런함과 노력에는 점수를 줘야겠다.
 
지인이 생쥐 영화 ‘라따뚜이’를 소개하며 자연계에서 보면 그들에겐 우리가 적군이고 아마 그놈은 그들의 작은 영웅일지도 모르니 우울해 하지 말라며 농담을 한다. 그나저나 찜해놓은 저 많은 생쥐 재산은 어쩌나! 창고에 쌓인 재활용품을 꺼내 고물장사를 부르고 혹시나 모를 틈새도 찾아 점검하며 대청소를 한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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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옥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필진

[송미옥의 살다보면] 요양보호사 일을 하다 평범한 할머니로 지낸다. 지식은 책이나 그것을 갖춘 이에게서 배우는 것이지만, 인생살이 지혜를 배우는 건 누구든 상관없다는 지론을 편다. 경험에서 터득한 인생을 함께 나누고자 가슴 가득한 사랑·한·기쁨·즐거움·슬픔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쓴다. 과거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이웃과 함께 남은 인생을 멋지게 꾸며 살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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