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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의 문화 예술 톡] 봉쥬르 봉쥬노, 프랑스인의 봉준호 사랑

중앙일보 2020.01.22 00:20 종합 24면 지면보기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에 프랑스인들의 명절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았을 메뉴는 거위 간 요리인 푸아 그라, 제철 만난 석화 굴, 칠면조 요리, 그리고 ‘기생충’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빠라짓’ (Parasite, 기생충의 불어 발음)말이다. 1년을 넘게 계속되는 노란 조끼 시위나 연말에 프랑스인들의 발을 묶어버린 철도 파업에 대한 우울한 이야깃거리에 비하면 프랑스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기생충’과 이렇게 환상적인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에 대한 대화는 유쾌하고 열정적이다.
 
부유한 상속자들의 동네인 16구와 가난한 이민자들의 동네인 생드니 사이의 수직적인 빈부 격차처럼 기생충에서 보여주는 계층 간의 간극과 갈등으로 인해 프랑스 사회는 몸살을 앓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투쟁이 지속되고 있는 프랑스에서 봉 감독의 ‘기생충’은 프랑스인들에게 ‘우리 함께 생각해볼까?’ 라고 말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역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들과는 달리 기생충은 재미있다. 곧 관객 2백만을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8일 에는 33명의 영화 전문 기자들이 선정하는 ‘클럽 메디아 씨네(Club Média Ciné)’에 의해 최고의 외국 영화상을 수상했는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프랑스 영화 기자들에 의해 선정된 상이다. 급기야 아카데미 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미디어에서 연일 봉 감독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최초로 영화를 탄생시킨 프랑스인이 지닌 영화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크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영화가 전 세계를 정복하면서 프랑스만큼 자국의 영화가 상업주의를 지향하는 미국 영화의 정신에 물들지 않도록 노력한 나라도 없다. 그래서 영화의 예술성을 중시하는 누벨바그와 같은 장르가 생겨나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독립 영화나 저 예산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영화는 가장 중요한 문화 예술 분야의 하나로 간주돼왔다.
 
봉준호 감독처럼 한국에서도 프랑스의 영화들에 영향을 받은 누벨바그 키드들이 생겨났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에서 그는 프랑스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앙리 조르주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감독들로부터 어린 시절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독창적이며 한국인 특유의 예술적 감수성을 담고 있는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었고 김기영·신상옥·임권택·이창동·김기덕·홍상수·박찬욱 등 한국 영화 역사의 계보를 이어가는 감독들의 작품들이 칸 영화제를 통해 소개돼 왔다. 한국 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소개가 이루어지면서 두터운 한국 영화 매니아 층도 만들어졌다.
 
황금 종려상 수상 이후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는 ‘기생충’을 “기념비적인 (Monumentale) 작품”이라 평했다. 기생충이 흥행하기 이전부터 봉 감독의 작품들을 섭렵한 매니아들 뿐 아니라 많은 프랑스인들이 봉 감독의 아카데미 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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