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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문빠가 미라 논객 깨웠다”

중앙일보 2020.01.22 00:04 종합 2면 지면보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중앙포토]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26일간 글 151건 쏟아낸 ‘페북전사’
친문 등 공격 72건, 보수 비판 5건

황교안 “야당 대신 정의 세워줘”
민주당 “SNS 중독 트럼프 능가”

진중권(57)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3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언론 인터뷰는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을 봐 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논객의 이름은 ‘진중권’이다. 그는 작심한 듯 매일 엄청난 양의 글을 올리고 있다. 통로는 오직 페이스북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트위터 중독’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말이 나온다.
 
기자가 그가 동양대를 떠난 지난달 27일부터 21일까지 26일간 올린 글을 세어 보니 151건이었다. 하루 평균 6건(5.8건)꼴이다. 지난해 7월 ‘페북 항일전’을 주도하며 대일(對日) 성토 글을 쏟아냈던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11일간 44건)과 비교해 봐도 진 전 교수의 ‘화력’이 압도적이다.
 
최근 일주일 새 빈도가 더 늘었다. 21일 오전에만 네 건, 오후 세 건의 글을 올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조국 지지자들이 이제 현실을 부정하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조국 지지자들이 이제 현실을 부정하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151개의 글을 확인해 보니 주로 친문(親文) 세력, 그리고 문재인 정부 열혈 지지층에 대한 비평이었다. 친문계를 포함한 범여권 비판이 72개, 친정인 정의당 비판 글이 3개로 나타났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 비판 글은 5개뿐. 표현은 ‘신랄’을 넘어 위험 수위를 오르내렸다.
 
이미 진 전 교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을 “우리 사회에 음모론을 생산해 판매하는 2개의 대기업”이라고 지목한 적이 있다. “유시민의 ‘꿈꿀레오’와 김어준의 ‘개꿈공장’은 일종의 판타지 산업, 한국판 마블 혹은 성인용 디즈니랜드”라면서다.
 
최근엔 유시민·김어준씨 외의 친여(親與) 인사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판사 시절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폭로한 뒤 여당행을 선언한 이탄희 변호사에겐 “쉰 맛 추잉껌”이라고,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겐 “선거가 땟국물 빼주는 세탁기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전 교수가 동양대 사직 후 처음 글을 올렸을 때의 첫머리는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12월 27일)였다.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과 ‘인의 장막’(PK 친문)을 분리해 접근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여권의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엄호’를 비판하면서 “문 대통령이 과연 공직 수행에 적합한 인물인가 깊은 회의를 품게 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보수진영이 진 전 교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그를 “양심적인 지식인”이라 평했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야당 대신 정의를 세워줬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진 전 교수는 바로 이 의원을 겨냥해 “정치 좀비”라고 들이받았고, 황 대표에겐 “딸의 부정 취업이 인정된 김성태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라”고 압박했다.  
 
한마디로 ‘모두까기 인형’(거리낌 없이 모든 것을 비판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 전 교수가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까는 전사로 변신하자 친정도 불편한 기색이다.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탈당한 진 전 교수 얘기가 나오자 말을 끊으며 “그 질문 좀 그만 해 달라”고 했다.
 
‘진중권 변신’의 이유는 뭘까. 조국 정국 와중에 공지영씨 등에게 받은 인신공격( “박사학위도 없고 머리가 나쁘다”)이 발단이 된 측면이 있다.
 
진 전 교수는 사직 후 “모욕을 당하고 당하다 결국 사직서를 냈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적었다.
 
‘폭풍 페북’을 시작한 시점도 그 무렵이다. 이후 “스스로 붕대 감고 자진해서 무덤 속으로 들어간 미라 논객을 극성스러운 문빠 좀비들이 저주의 주문으로 다시 불러냈다”(1월 15일)고 썼다.  
 
심새롬·정희윤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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