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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폭격기·뱃고동 소리 ‘원맨쇼 달인’

중앙일보 2020.01.22 00:06 종합 14면 지면보기
남보원(왼쪽)이 1985년 단짝 백남봉(2010년 사망)과 평양공연차 방북하는 모습. [연합뉴스]

남보원(왼쪽)이 1985년 단짝 백남봉(2010년 사망)과 평양공연차 방북하는 모습. [연합뉴스]

‘원맨쇼의 달인’으로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원로 코미디언 남보원(본명 김덕용)이 21일 폐렴으로 별세했다. 84세.
 

코미디언 남보원
실향민 출신…85년엔 평양 공연
백남봉과 콤비 ‘투맨쇼’ 전성기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남보원은 연초부터 건강에 이상을 보였으며, 입원 중이던 서울 순천향병원에서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세상을 떠났다.
 
1936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1·4 후퇴 때 월남한 그는 1963년 영화인협회에서 주최한 ‘스타 탄생 코미디’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데뷔 직후 “딴따라가 되려거든 넘버원이 되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남쪽에서 으뜸가는 보배가 되자’는 뜻의 ‘남보원(南寶元)’을 예명으로 지었다. 이후 ‘단벌 신사’ ‘오부자’ ‘요절검객 팔도검풍’ 등 코미디 영화를 비롯해 쇼 무대와 TV 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했고, 백남봉(1939~2010)과 콤비로 나오는 ‘투맨쇼’로 전성기를 누렸다. 콧수염을 길러 미국 영화배우 찰스 브론슨을 흉내 내며 ‘남스 브론슨’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성대 모사는 그의 전매 특허였다. 팔도 사투리와 폭격기·뱃고동·탈곡기·색소폰 소리 등을 자유자재로 내며 감탄을 자아냈고, 일왕 히로히토 항복 방송과 이승만 대통령 성대 모사로도 유명했다. 생전 그는 “어려서부터 무슨 소리든 한 번 들으면 남들보다 빨리 익혀 흉내를 냈고, 심지어는 서당에 가서 뜻은 한 글자도 모르면서도 천자문 음만 달달 외워버려 어른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노래 솜씨도 빼어났다. 2005년엔 자신의 고희를 기념해 음반 ‘삐에로’를 냈고, 2010년 고 백남봉의 영결식에서 민요 ‘한 오백년’을 진혼곡으로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타향살이’를 부른 것이 그의 마지막 TV 출연이 됐다.
 
실향민인 그는 1985년 남북예술공연단 교환공연 때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2000년엔 MBC 특집다큐 제작진과 함께 방북, 북한에 남아있는 누나와 50년 만에 만나기도 했다.
 
1996년 예총예술문화상 예술부문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대상 화관문화훈장(1997), 대한민국 신창조인 대상(행복사회만들기 부문·201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주길자씨와 딸이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3일 오전이며, 장지는 경기도 남한산성 부근 가족묘다. 장례는 방송코미디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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