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96세 할머니도 추위 뚫고 왔다···대구통합신공항 투표 행렬

중앙일보 2020.01.21 10:28
21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 마련된 의성군 제2투표소 앞에서 추위를 쫓기 위해 화목난로 불을 쬐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의성군 의성읍사무소에 마련된 의성군 제2투표소 앞에서 추위를 쫓기 위해 화목난로 불을 쬐고 있다. 김정석 기자

1961년 개항한 대구공항의 새 둥지를 정하는 주민투표가 열린 21일. 경북 의성군 제2 투표소가 마련된 의성읍사무소 앞엔 오전 6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둠이 채 물러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읍사무소 앞 주차장엔 화목난로가 등장했다. 일찌감치 투표하러 이곳을 찾은 주민들에게 추위를 쫓아주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 6시 의성군의 기온은 영하 7.4도. 추위를 뚫고 와 투표를 마친 주민들은 난로 앞에서 불을 쬐며 군고구마를 나눠 먹었다.
 

의성·군위 운명짓는 날…주민투표 나선 주민들
21일 오전 6시 본투표 시작돼 8시 종료 후 개표
오전 10시 현재 의성·군위 투표율 3.68%-6.1%
주민들 입모아 “지역 발전 위해 공항 들어서야”

투표소 안내를 맡은 한 의성군 직원은 “지난 16~17일 사전투표 때는 투표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로 투표 열기가 높았다. 본투표일 오늘 역시 투표소를 주민들이 계속해서 찾을 것으로 예상돼 화목난로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권태수(70)씨는 “공항이 지역에 건설돼야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반드시 공항이 들어와 낙후된 우리 지역을 살리고 미래 발전 가능성을 높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오전 7시 40분쯤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를 하러 온 정을년(96) 할머니는 “걸어서 20분 거리지만 투표를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전했다.
 
의성읍사무소에서 1㎞가량 떨어진 의성여자중학교에도 투표소(제3투표소)가 마련됐다. 투표소 앞 운동장에는 출근 전 투표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차량이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의성여중 주변을 비롯해 의성군 곳곳에는 대구통합신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들이 눈에 띄었다. 박준식(48)씨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지역에 공항이 들어서는 일이 자신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많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경북 의성군 거리에 대구통합신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의성군 거리에 대구통합신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

 
의성군과 함께 투표를 치르는 경북 군위군 역시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오전 8시 군위군 군위읍 군위초등학교. 군위읍 제1투표소인 이곳에 대형 승합차가 멈춰서고 4~5명의 노인들이 우르르 내려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종록(73) 군위읍 동부리 이장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투표장에 왔다”며 “공항이 들어오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니 꼭 우리 지역에 공항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투표소에는 줄이 계속 이어질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6개월 된 둘째 딸을 안고 투표소를 찾은 박수진(27)씨는 “소음 문제 등의 단점이 있고 지역 발전이라는 장점이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사전투표는 안 했다. 그래도 우리 딸이 클 곳이니 발전하면 좋겠다 싶어 아기를 안고 투표소에 왔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날 오전 6시부터 의성 21개, 군위 18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주민투표는 오후 8시 종료될 예정이다. 오전 10시 현재 본투표 투표자수는 의성군 1783명, 군위군 1354명으로 투표율은 각각 3.68%와 6.1%다. 투표가 끝나는 즉시 의성군청소년센터, 군위군민체육센터 등 2곳에서 개표 작업이 이뤄진다. 투표함이 개표장에 도착하는 시간과 개표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날 자정쯤 개표가 완료될 전망이다.
21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초등학교에 마련된 군위군 제1투표소에서 주민들이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21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초등학교에 마련된 군위군 제1투표소에서 주민들이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백경서 기자

 
주민 투표인 수는 의성 4만8453명, 군위 2만2189명이다. 군위군 우보면과 소보면, 의성군 비안면 등 3개 지역별로 주민투표 찬성률과 투표 참여율을 각각 50%씩 합산해 우보가 높으면 단독 후보지인 우보를, 소보 또는 비안이 높으면 공동 후보지인 우보·비안을 이전 부지로 선정하게 된다.
 
앞서 16~17일 사전투표에선 의성 64.9%(3만1464명), 군위 52%(1만1547명) 투표율을 보였다. 의성이 군위보다 12.9% 포인트 앞선 수치다. 사전투표는 21일 본 투표 당일 다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위해 실시됐다.
 
한편 대도시에서 경북의 중소도시로 공항이 이전하면서 전투기 소음 피해자 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투기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가구수는 단독 후보지의 경우 448가구(870명), 공동 후보지의 경우 838가구(1640명)다. 각각 건축물 수로 따지면 2171곳, 5248곳이다.  
 
의성·군위=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 소음 피해 예상 분석. 자료 : 대구시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후 소음 피해 예상 분석. 자료 : 대구시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