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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임명 제청 노태악···朴때 '나쁜 사람' 찍힌 노태강 동생

중앙일보 2020.01.20 20:15
노태악

노태악

김명수 대법원장이 노태악(58·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고 20일 밝혔다. 3월 4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희대(62·사법연수원 13기) 대법관의 후임이다.  

 
문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노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을 거쳐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표결한다.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면 문 대통령은 노 후보자를 새 대법관으로 최종 임명하게 된다.

 
노 부장판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대구 계성고등학교와 한양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역대 남성 대법관 중 첫 한양대 출신이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0년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노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등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 중이다. 법원행정처 파견 근무 없이 법관 생활 동안 재판만 해온 판사라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됐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동생이기도 한 노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대법관 후보로 오른 적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될 만한 분이 되셨다”며 “온화하고 따뜻한 인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차분한 성품을 취미인 서예가 증명하듯, 노 부장판사의 집무실은 항상 붓글씨로 가득하다. 
 
노 부장판사는 법원 내 알아주는 ‘국제통’이다. 한·중국회사법학회 부회장으로서도 활동했다. 이런 특기를 살려 외국도산절차 대표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최초의 법리를 설시한 법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노 부장판사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기본권을 증진하기 위한 법원의 역할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둬왔다고 알려져 있다. 뇌출혈이 발병한 경찰관, 혈관육종이라는희귀병으로 사망한 소방관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도 노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 꼽힌다. 그는 “야간 근무 때 고도의 정신적 긴장이 요청되고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찰관의 상병이나, 유독성 물질에 상시 노출돼 발생하는 소방관의 희귀병으로 인한 사망에 관해 공무상 재해와의 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 행위를 한 것처럼 표현했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KBS 드라마 〈서울 1945〉의 PD·작가에게 “실존 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보다 가상 인물에 의한 허구의 사실이 더 많은 드라마라는 점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노 부장판사 스스로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세기의 판결’이라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대 퀄컴’ 판결을 기억에 남는 판결로 꼽는다.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1조 원대 과징금은 정당하다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4만장이 넘는 기록을 꼼꼼히 보며 3년간의 긴 심리 끝에 공정위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선고를 내릴 때쯤엔 기록이 2배 가까이 늘어나 있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김지혜)는 법관 16명과 변호사 5명 등 21명을 대상으로 심사작업을 거쳐 노 부장판사와 윤준(59·16기) 수원지법원장, 권기훈(58·18기) 서울북부지법원장, 천대엽(56·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후보를 4명으로 압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과 법원관계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과 법원관계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후보자 중 사회 정의 실현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배려에 대한 인식, 사법권의 독립에 대한 소명의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질은 물론,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하였다고 판단해” 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명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노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되는 아홉 번째 대법관이 된다. 
 
백희연 기자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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