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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1030억원 들어간 낙동강 상류 영주댐…해체 주장 왜 나오나

중앙일보 2020.01.20 14:34
시민단체인 내성천보존회가 지난해 7월 31일 촬영한 경북 영주시 영주댐의 모습. 본댐과 보조댐에 녹조가 발생해 물 색깔이 온통 새파랗다. 보존회 측은 "2016년 댐 준공 이후 4년간 녹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성천보존회 제공=뉴스1]

시민단체인 내성천보존회가 지난해 7월 31일 촬영한 경북 영주시 영주댐의 모습. 본댐과 보조댐에 녹조가 발생해 물 색깔이 온통 새파랗다. 보존회 측은 "2016년 댐 준공 이후 4년간 녹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성천보존회 제공=뉴스1]

낙동강의 지류인 경북 영주시 내성천에 들어선 영주댐이 제대로 가동도 못 해본 상황에서 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영주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 중하류 수질 개선을 위해 1조1030억원을 들여 2016년 건설됐다.
 
하지만, 낙동강의 골칫거리가 됐다. 극심한 녹조 발생과 하류 내성천 생태계 훼손, 댐 누수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급기야 환경단체 등에서는 댐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환경부는 20일 '영주댐 처리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댐 해체까지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내년 말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됐을까.
 

조류 제거제 살포에도 녹조 해결 못해

지난해 여름 낙동강 상류 영주댐에 짙은 녹조가 발생하자 내성천 보존회는 "영주댐은 세계에서도 희귀하고 아름다운 모래 강 내성천의 원형을 상실케 하고 수질 악화·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됐다"며 영주댐의 조속한 철거를 촉구했다. [내성천 보존회=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낙동강 상류 영주댐에 짙은 녹조가 발생하자 내성천 보존회는 "영주댐은 세계에서도 희귀하고 아름다운 모래 강 내성천의 원형을 상실케 하고 수질 악화·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일으키는 애물단지가 됐다"며 영주댐의 조속한 철거를 촉구했다. [내성천 보존회=연합뉴스]

영주댐 해체 요구가 거센 것은 무엇보다 짙은 녹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공사를 마친 뒤에 총 저수량 181만㎥의 16%만 물을 채웠다. 짙은 녹조와 악취 때문에 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댐 앞 지점에서 측정한 엽록소a 농도는 ㎥당 69.9㎎에 이르렀다.
또 영주댐에서 10㎞ 상류에 있는 모래차단용 보조댐인 유사(流砂)조절지에서는 지난해 7월 8일 엽록소a 농도가 109.4㎎/㎥를 기록했다.
 
수질 환경기준에서 엽록소a가 70㎎/㎥를 초과하면 최악 등급인 '매우 나쁨(6급수)'으로 분류된다.
 
이에 수자원공사 측은 조류 제거를 위해 지난해 7~8월 영주댐 유사조절지에 응집제인 PAC(폴리염화알루미늄) 4300L를 24일에 걸쳐 투입했다.
수자원공사는 영주댐 앞 지점에도 8월에는 KMWH라는 조류제거 물질을 200L, 9~10월에는 PAC 1120L를 뿌렸다.
 
9월 26일에는 마이팅선이란 조류제거 물질 60㎏도 댐 앞에 뿌렸다.
 
영주댐에서는 2017년 7월에도 KMWH 500L를 댐 앞에 살포한 바 있다.
 
이처럼 조류제거 물질을 대량 살포한 결과, 일부 효과는 나타났지만, 녹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PAC를 계속 살포한 유사조절지에서도 8월 내내 엽록소a가 33~50㎎/㎥를 오르내렸다.
엽록소a가 36~70㎎/㎥이면 수질 기준으로 '나쁨(5급수)'에 해당한다.
 
댐 앞에서도 지난해 10월에는 엽록소a가 20㎎/㎥ 아래로 떨어지고 수질 등급도 '보통(3급수)'을 회복했지만, 약품 사용 효과뿐만 아니라 기상 여건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댐 상류에 있는 농지와 축산단지 등을 그대로 둔 채 댐을 건설하는 바람에 오염물질이 댐으로 흘러들고, 그 탓에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녹조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단층 위에 건설된 댐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영주댐 일원을 방문, 수질개선 대책과 시설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뉴스1]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영주댐 일원을 방문, 수질개선 대책과 시설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뉴스1]

댐 공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주댐 건설에 반대해온 '내성천의 친구들'은 지난해 11월 '물 새는 영주댐, 주민 안전 위협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2016년 7월과 2017년 10월, 2019년 9월 등 세 차례 담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주댐 벽체 동일한 위치에서 누수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영주댐이 활성단층으로 추정된 옥천단층이 지나가는 지반 위에 건설됐고, 댐 하부를 지나가는 주 단층의 폭이 30m에 이르는 게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주댐 건설 후 주변 15㎞ 반경에서 일어난 지진이 7차례라는 점도 지적했다.
 
영주댐 건설 이전 30년 동안에는 같은 구간 내에서 일어난 지진이 1회에 불과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없지 않다.
협의체 한 위원은 "댐 누수 현상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보수를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라진 토종 물고기 흰수마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 [사진 변명섭=중앙포토]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 [사진 변명섭=중앙포토]

토종 민물고기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가 최고의 서식지인 내성천에서도 숫자가 급감한 것이 상류 영주댐 건설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수자원공사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상돈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영주댐 하류에서 2014~2017년 181~492마리가 관찰됐으나, 2018년에는 9마리만 관찰됐다.
지난해 초까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실시한 내성천 조사에서도 흰수마자는 7마리만 발견됐다.
 
흰수마자의 급감은 영주댐이 들어서면서 수질이 악화하고 상류로부터 모래 공급이 끊긴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흰수마자는 강바닥이 모래이고, 흐름이 비교적 빠른 여울이 있는 얕은 물에서만 산다. 흰수마자는 위협을 느끼면 모래 속에 파고 들어가 숨는다.
흰수마자가 살아가는 데는 고운 모래가 필요한 것이다.
 
수자원공사 조사에 따르면 내성천 석탑교(영주시 문수면 조제리) 지점의 경우 2014년에는 지름 1㎜ 미만의 모래가 51.3%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조사에서는 20.6%로 줄었다.
반면, 지름 1~2㎜ 모래는 39.4%에서 43.2%로, 지름 2㎜ 이상의 모래는 9.3%에서 33.4%로 늘었다.
 
영주댐 하류 내성천의 다른 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신교 지점도 지름 1㎜ 미만의 모래는 2014년 50.5%에서 지난해 32.4%로 줄었고, 2㎜ 이상은 8.6%에서 33.4%로 급증했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내성천 중류 권역 하천 기본계획(변경) 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따르면 영주댐 상류에서 공급되는 고운 모래 가운데 98.71%는 댐에 걸려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성천 주변이 육상화되고 장갑화(바닥이 딱딱해지는 현상)된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2014~2016년 매년 한 차례씩 인공 증식한 흰수마자 어린 물고기 1만 마리를 방류했지만, 복원에는 실패한 셈이다.
 

2년간 협의체 운영한 뒤 결론 

지난해 2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주댐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주댐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출범한 영주댐 협의체는 내년 말까지 수질과 수생태계, 모래 상태, 댐 안전성 관련 정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영주댐 처리와 관련한 공론화 방안도 논의하게 된다.
 
특히 오는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시험 담수 과정에서 수리·수문과 수질 조사, 댐의 모래 이동 등을 모니터링 하게 된다.
협의체는 댐 해체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의체가 실제 '댐 해체' 결론을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해체 방안까지 제시됐던 4대강 보와는 달리 댐의 경우는 수몰 지역이 넓고, 이미 보상을 통해 이주까지 끝난 마당에 해체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생태 복원을 위해 댐을 해체한 사례가 없고, 건설 직후에 댐을 철거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박창근 교수는 "협의체에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강원도 평화의 댐처럼 평상시에는 물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고, 필요할 때는 수문을 닫아 물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협의체는 (사)낙동강 공동체 김상화 대표와 환경부 박하준 수자원정책국장이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기술분과와 정책분과로 구분해 활동하게 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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