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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본적 가치 공유하는 이웃" 6년 만에 이 말 꺼낸 아베

중앙일보 2020.01.20 14:03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는 20일 “한국은 원래 기본적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그렇기때문에 더욱 국가와 국가간의 약속을 지키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쌓아올리기를 절실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시정연설"원래 가치와 이익 공유하는 이웃"
"그럴수록 더욱 약속지키라"며 징용 압박도
한일관계 언급 전혀 없었던 지난해와 대조
'약속지켜야 원래 관계로 돌아온다'는 의미
올림픽과 한국인 관광객 유치 의식한 듯

우리의 임시국회 시정연설에 해당하는 통상국회 개회식 시정방침 연설에서다.  
 
아베 총리는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 환경이 더욱 냉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웃나라들과의 외교가 매우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처럼 이웃나라들과의 외교, 즉 근린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러시아나 중국보다 한국을 먼저 언급했다.  
 
대법원의 징용판결과 일본 초계기에 대한 한국 군함의 레이더 조준 논란 등이 겹쳤던 지난해 연설때 아베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일 관계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와 연계하겠다’는 대목에서 한국이란  단어가 한 번 등장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 아베 총리는 "한국을 뺀 건 상호비난전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올해 연설에선 한국을 배려한 모양새다. 
 
비록 ‘원래’라는 표현을 붙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해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기본적 가치 공유’는 2014년 이후 6년만에, ‘전략적 이익 공유’는 2017년 이후 3년만에 아베 총리의 시정방침연설에서 부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15개월만에 정식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양국관계에 있어 작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그렇기때문에 더욱 국가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징용 문제의 해결을 한국에 압박했다. 
 
'약속을 지켜야 원래대로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나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어쨌든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배려하는 듯한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도쿄의 외교소식통들은 “7월 도쿄올림픽 개최국이자, 2020년 외국인관광객 4000만명을 목표로 내 걸고 있는 일본으로선 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 일 것”,"압류된 일본기업 자산이 현금화되기 전에 문희상안이든 무엇이든 한국이 빨리 징용문제 해법을 마련하라는 촉구성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에도 한·일 양국의 정치상황에 따라 시정방침연설의 표현을 조절해왔다.
 
위안부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됐던 2015년 연설 때는 2014년까지 포함시켰던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이란 대목을 뺐다.
 
반대로 양국간에 위안부 합의가 체결된 직후인 2016년 연설에선 "작년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해 오랜 현안에 종지부를 찍었다"면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이라는 표현을 다시 넣었다.   
 
20일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는 이제 과거의 일본이 아니다. '체념의 벽'을 완전히 부쉈다. 그런 자신과 자부심으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가자"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사태에서도 우리 나라의 영토,영해,영공은 끝까지 지켜내겠다","안전보장 정책의 근간은 우리 자신의 노력외에 없다"며 자체 방위력 확충에의 의욕을 드러냈다.
 
 또 북·일관계와 관련해선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건을 붙이지 않고 나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하겠다는 결의”라며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하겠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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