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3년간 모교 수학여행비 지원한 고 신격호 회장…주민들 "큰 별이 졌다"

중앙일보 2020.01.20 11:45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 롯데그룹]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님이 43년간 모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지원했습니다. 학생들이 롯데월드도 가고 전망대도 구경하니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지요. 별세 소식에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 울산 삼동초 5회 졸업생
77년부터 수학여행 지원…43년간 '마을잔치'도
삼동면 주민들 "부모님까지 호텔비 등 지원"
삼동초 교장 "학생·교사 모두 안타까워해"

양경용 삼동초등학교 교장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누구보다 모교를 아꼈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에 학생·교사 모두 안타까워 한다"고 했다. 울산 울주군 삼동면에 위치한 삼동초는 지난 19일 향년 99세의 나이로 별세한 롯데그룹 창업주 신 명예회장의 모교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934년 삼동초를 졸업(5회)했다.
 
삼동초에 따르면 과거에는 신 명예회장이 직접, 2009년부터는 롯데삼동복지재단이 매년 학교로 수학여행비 등 장학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삼동복지재단이 삼동초에 매년 어린이날 전후로 2000만원을 보내면 학교 측은 1000만원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현금 지원하고, 나머지 1000만원을 현장 체험학습에 사용한다. 고학년들은 수학여행을, 저학년들은 인근 지역으로 체험학습을 가는 방식이다. 
 
양 교장은 "매년 서울에 가는 건 아니지만, 수학여행을 서울로 가게 되면 롯데월드나 전망대, 호텔 비용 등도 지원해줬다"며 "롯데삼동복지재단은 2009년에 설립됐지만, 수학여행비 지원은 77년부터 진행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설립 당시 주식 170억원을 비롯해 신 명예회장의 개인 재산 570억원이 쓰였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사회복지사업 지원 법인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과 농어촌 지역의 문화 수준 향상 등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전교생 15명의 작은 시골 학교인 삼동초 학생들은 수학여행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마을 주민인 신현종(58) 삼동면발전협의회 회장은 "학생 수학여행 비용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함께 갈 수 있도록 호텔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며 "고향 사랑이 각별했던 회장님이 별세하면서 고향 주민 모두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대암댐 옆 롯데별장의 모습. 신격호 명예회장은 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수몰되자 1970년 대암댐 옆에 이 별장을 지었다. [뉴스1]

지난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대암댐 옆 롯데별장의 모습. 신격호 명예회장은 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수몰되자 1970년 대암댐 옆에 이 별장을 지었다. [뉴스1]

신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고향 마을인 삼동면 주민들은 "대한민국과 울산의 큰 별이 지셨다"며 슬퍼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22년 10월 4일 당시 경남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 명예회장의 고향 사랑은 43년간 이어진 ‘둔기리 마을잔치’로 대변된다. 둔기리는 69년 울산 국가산업단지에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된 대암댐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수몰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신 명예회장은 71년부터 2013년까지 43년 동안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마을 주민을 위한 잔치를 열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신씨, 이씨, 선씨 세 가문의 후손과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서다.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면서 당시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잔치는 중단됐다. 잔치비용은 중단 직전까지 롯데삼동복지재단이 부담했다.
 
신 협의회장은 이날 "아버지께 신 명예회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신 명예회장이 고향에 내려오면 주민들을 항상 불러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길 나눴다고 한다. 또 대암댐을 건설할 때 댐 주변 길목을 본인 사비로 만들어 군에 기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참 감사한 분이다"고 했다.
 
이에 주민들은 신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고향 별장을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방안 등이다. 그는 고향 마을이 수몰되자 70년 대암댐 옆에 별장을 지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