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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형제의 난’ 변수? 일본 지분은 신동빈 회장 지지

중앙일보 2020.01.20 06:00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별세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한ㆍ일 양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데다, 신동빈(65ㆍ사진) 회장이 최근까지 친형인 신동주(66)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그룹의 대권을 놓고 겨룬 상흔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여서다.

 
지난 7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기념 사진 촬영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 [사진 롯데지주]

지난 7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기념 사진 촬영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 [사진 롯데지주]

 
19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수년 전까지 지분 상으로는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였다. 당초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를,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를 각각 경영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었지만 일본 롯데를 가진 이가 사실상 한국 롯데까지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긴장 관계가 이어져 왔다.  
 

4년여간 이어진 '형제의 난' 

하지만 2015년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돌연 일본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에서 해임됨에 따라 이런 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 회사다. 그래서 일부에선 그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같은 해 7월 아버지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 하면서 ‘롯데가(家) 형제의 난’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는 신격호 명예회장 생에 몇 안 되는 오점으로 남은 부분이기도 하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7년 당시 롯데가 총수 일가.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그룹 회장, 신격호 명예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7년 당시 롯데가 총수 일가.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그룹 회장, 신격호 명예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연합뉴스]

 
하지만 되레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회장을 해임하면서 1차 쿠데타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현 회장 간의 갈등은 4년여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일본 롯데의 실질적 지배자인 광윤사나 L투자회사 등 베일에 싸여있었던 롯데의 지배구조가 세간에 노출됐다.  
 

과거 일본 지분 포섭시 한국 롯데그룹까지 지배 가능한 구조 

형제간 팽팽한 싸움이 가능했던 건 롯데그룹 지분율을 둘러싼 비밀이 있다. 당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해임됐다고는 하지만, 그가 가진 주요 계열사 지분은 신동빈 회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7년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 계열사의 지분은 그룹 주력인 롯데쇼핑의 7.95%, 롯데칠성음료의 2.83%, 롯데제과의 3.96%에 달했다. 결정적으로 당시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호텔 롯데의 지분 99%를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관계사 등이 갖고 있었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일본 롯데홀딩스 등만 잘 설득하면 얼마든지 한국 롯데그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롯데 홀딩스 지분 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롯데 홀딩스 지분 구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형제간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한국 롯데의 독립을 추구해 왔다. 2017년 국내에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세우면서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힘을 쏟아온 이유다. 신 회장 자신이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지분율 11.7%)가 됐고, 지주사 아래로 계열사를 최대한 모았다. 다만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관계사가 지분의 99%를 가지고 있는 호텔 롯데 역시 롯데지주의 지분 11.1%를 보유 중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국내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낮추려 했지만,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직 이를 이루지 못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 지지   

호텔롯데는 현재도 롯데건설의 지분 43.03%, 롯데쇼핑의 8.86%, 롯데물산의 31.13%, 롯데칠성의 5.92%를 각각 갖고 있다. 그럴 가능성은 적지만, 일본 내부에서 혹시 모를 이견이 나온다면, 호텔롯데를 통해 얼마든지 한국 롯데그룹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지주 주요 주주 지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롯데지주 주요 주주 지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참고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가 28.1%, 종업원지주회가 27.8%, 임원지주회 6%, 미도리상사 등 관계사가 13.9%를 각각 보유 중이다. 이에 반해 신동빈 회장은 4%,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6%를 갖는 데 그친다. ‘가족 및 기타인’이 쥐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7.3%에 달한다. 
 
이런 이유에서 신동빈 회장으로선 일본 롯데홀딩스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주총회 등에 꼼꼼히 참석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챙기는 이유다. 신 회장은 현재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와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 롯데그룹 측은 “일본 쪽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상황이어서 신 회장이 2018년 초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지만, 일본 임원진이 다시 대표이사로 추대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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