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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서울대교수 e메일 털렸다, 범인은 같은과 비전임 교수

중앙일보 2020.01.20 05:00
지난해 7월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당시 교수 B씨 연구실에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당시 교수 B씨 연구실에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혐의로 대학원 제자에게 고소당해 해임된 전직 서울대 교수의 e메일이 무단으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수의 e메일을 유출한 사람은 같은 학과에서 근무했던 비전임 교수로 나타났다. 검찰은 성추행 사건 가해자인 전직 서울대 교수 뿐 아니라, e메일 내용을 지인들에게 알린 비전임 교수도 재판에 넘겼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1차장 산하 금융‧기업범죄전담부인 형사7부(부장 김윤섭)는 지난해 10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비전임교수로 활동하던 A씨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현재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유현정)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였던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B씨는 서울대 교수로 활동하던 2015년 1차례, 2017년 2차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를 해임했다. 해임은 파면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 처분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초부터 외부로 알려지면서 서울대 내에서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Me Too)를 촉발시켰던 계기가 됐다. 그런데 해당 사건에서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 등에서 강의를 했던 비전임교수 A씨가 B씨의 e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한 행동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앞에서 열린 ‘학생공간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제36대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와 B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앞에서 열린 ‘학생공간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제36대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와 B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195차례 걸쳐 e메일 무단 열람" 

중앙일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8월 초 서울대 대학원 연구실에서 서어서문학과 B교수의 교내 포털 계정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같은 학과 지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한 달 전인 그해 7월 서울대 인권센터에 B씨를 신고했다. A씨는 같은 해 8월 말 서어서문학과 강사실에서 설치된 컴퓨터와 노트북을 이용해 서울대 포털 사이트를 열고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해 B씨의 e메일을 열어 봤다. A씨는 모두 31회에 걸쳐 서울대 포털 계정에 접속해, 195회에 걸쳐 e메일을 열람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는 B씨가 동료인 C교수에게 “검토를 부탁한다”며 성추행 사건의 ‘2차 진술서’를 e메일로 보낸 내용을 캡처(이미지 복사)한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제자나 다른 동료 교수에게 보낸 다른 내용의 e메일도 외부로 유출해 타인의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해 7월 B씨의 연구실 점거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최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B씨의 파면을 요구하며 연구실을 점거했다. 일부 교수들은 점거 당시 입장문을 통해 “학생들이 잠금장치를 부수고 연구실을 점거한 사태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교수 연구실을 점거하는 것은 반지성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 관계자는 “학내 미투 사건은 알력 관계에 있는 다른 교수 집단에 이용당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에 e메일로 유출된 정보도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교수 집단에 이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투 자체 취지는 인정받아야 하지만 제3의 단체가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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