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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펀더멘탈 기초한 집값 대책이 절실하다

중앙일보 2020.01.20 00:44 종합 29면 지면보기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2019년 서울대 정시 신입생 중 서울 지역 고교 졸업생 비율은 43%였다. 이는 전국 고교 졸업생 중 서울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인 17%를 훨씬 초과한 것이다. 또 지난 3년간 서울대 정시 신입생 중 강남·서초 2개 구 소재 고교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18%에 달했다고 한다. 다른 예로 2018년 광역시도별 1인당 개인소득을 보면 서울이 1등으로서 부산·대구·인천 등에 비해 약 25% 더 높았다. 특히 서울 25 개구 부의 총생산 가운데 강남구 한 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에 달했다. 이 외에도 서울·강남과 여타 지역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드러내는 지표들은 무수히 많다. 더욱이 잠실야구장 30배 규모라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과 같이 강남 지역에 대한 인프라 집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택 수요 높은 곳 공급 확대하고
지역균형선발 늘려 수요 분산해야

자산 가격 결정식에 따르면 어떤 자산의 펀더멘탈 가치는 그 자산으로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입을 이자율로 할인한 값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자율이 일정하다고 할 때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은 그 지역 주거 서비스의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위에서 예시된 것처럼 서울·강남 지역은 교육·일자리·기반시설 등이 집중된 곳이므로 주거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 지역의 주택 공급은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재건축 연한 연장 논의 등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서울·강남 주택 가격이 급등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러한 수요 공급 불일치에 따른 주거 서비스 가치 상승에 있다. 결국 이 지역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거나 이 지역 내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펀더멘탈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주택 가격은 이 외에 각종 조세, 거래 비용, 대출 규제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 정부의 집값 대책은 주로 이러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대출 규제 강화는 현금이 부족한 개인들에게 유동성 제약을 유발함으로써 실제 가격이 위에서 언급한 자산 가격 결정식과 달라지도록 작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풍부한 개인들의 거래에 의해서 주택 가격이 펀더멘탈과 괴리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제러미 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의 말처럼 주택 자산의 특성상 “소수의 큰손(deep pockets)이 전반적인 유동성 부족을 상쇄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출 규제는 고가 주택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가질지 모르지만, 현금 부자들이 매물을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공정성을 훼손하고 장기적으로 부의 불평등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한편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도 확대되고 있는데, 적어도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확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집값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보유세 확대로 인해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주택 가격에 보유세 부담까지 더한 총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확대를 통하여 표면적으로 주택 가격을 하락시키는 것은 부자세로서의 의미는 가질 수 있으나 집값 대책의 원래 목적인 주거 비용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펀더멘탈에 기초한 집값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에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일차적인 대응일 수 있다. 단 서울·강남 지역의 주택 공급 확대는 이 지역으로의 편중 현상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다른 지역을 침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역균형 개발 정책 외에 대학 입시에서의 지역균형 선발의 전면적 확대 등을 통한 수요 분산 정책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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